샤프츠버리/ 런던
여행의 시작
나에게 여행은 ‘어디 갈까? 그렇지! 거기로 가야지!’ 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그렇게 여행지가 정해지면 나의 여행 그림은 알록달록하게 그려져 나간다.
작년 연말쯤이었다. 불현듯, 영국이란 나라가 궁금해졌다. '왜? 이제껏 영국을 갈 생각을 못했지? 했다. 그렇게 영국이 내 마음을 마구 잡아당겼다.
그 순간부터 여행이 너무 절실했다. 마음속으로 근질거리듯, 히피기질이 스멀스멀 기어 나왔다. 몸과 마음도 '이제 좀 쉬어 갈 때‘라고 강하게 항의하는 듯했으니까.
나는 이때다! 하고 떠나기로 했다. 올해 들어 단 하루도 쉬지 않았다. 너스레를 좀 떨자면, 일주일 풀타임으로 일하고, 주말에도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니, 난 놀 수 있는 자격이 초과(?)였다. 나를 다독거리고, 나와의 시간을 가질 여유가 필요했다. 그래서 홀로 떠나는 여행이어야 했다.
여행기간은 2주다. 6일은 영국의 시골에서 여유 있게 보내기, 나머지 8일은 런던에서 여행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날짜를 정한 후, 문제는 영국의 작은 타운을 찾는 일이었다. 가고 싶은 예쁜 소도시가 정말 많았다. 이렇게 저렇게 찾은 끝에 영국의 소도시, 샤프츠버리(Shaftesbury)라는 곳을 찾았다!
곧 비행기 스케줄을 잡고 에어비엔비를 샅샅이 뒤지는 일을 한동안 또 해야 했다. 보통 1월-3월 사이에는 에어티켓과 숙소가 좀 저렴한 가격이란다. 그래서 일찌감치 부지런을 떨어야 했다. 에어티켓, 숙소예약도 모두 끝났다.
나의 여행은 그다음 페이지를 위해 킵 고잉.!
영국 익히기 그리고 출발
몇 해 전, 스페인 산티아고 길 걷기 이후 두 번째 혼행이다. 게다가 뭐든지 능숙한 20대가 아니다. SNS에 느린 데다 심한 길치다. 가끔은 구글맵을 보고도 이상한 길로 갈 때가 있다. 예행연습처럼 준비가 필요하다. 혼자 모든 걸 척척 알아서 해야 하니까.
런던에서 샤프츠버리 행 기차를 타는 일이며 , 복잡한 런던에서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으려면 미리 지리를 파악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튜브(지하철)와 버스 타는 법이며 어디에 뭐가 있고, 어디가 명소며 등등.. 그 외에 각종 여행에 필요한 앱을 다운로드하였다. 유튜브와 여러 여행채널을 통해서 런던을 좀 익혔다. 이러한 일은 2주간의 여행동선을 계획하는데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
나는 이렇게 떠났다.
남편이 유럽을 지독히 싫어해서 정말 다행이다.^
만약, 그가.. 나처럼 유럽을 너무 좋아했다면 이때 어쩔 뻔했을까?.
속으로 웃음이 막 나왔다.
그렇게 나는 런던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영국-여행하기 좋은 오월
나는 주로 무더운 여름을 피해 여행을 한다. 서늘한 시즌인 봄, 가을, 초겨울에 하는 여행은 왠지 운치가 있다. 무엇보다 다니기에 편하기 때문이다.
오월의 영국은 아름답다. 거리며 공원 모두가 꽃들로 만발하고, 예쁜 연초록으로 물든다. 싱그럽기 그지없다. 아침저녁으로는 초겨울처럼 쌀쌀하다. 날씨가 좋은 한낮에는 반팔을 입어도 될 정도로 따스하다.
비가 많은 나라-영국이긴 해도 내가 여행하는 동안에는 비가 오는 날이 없었다. 구름과 햇살이 수시로 교차하면서 여행하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특징은, 시카고처럼 바람이 많다. 간혹, 심한 바람 때문에 사진 찍는 것이 방해가 될 때가 있을 정도다. 스타일리쉬한 여행자라면 바람도 막을 겸, 좀 멋스러운 모자를 준비하면 좋다.
참고로, 낮과 밤의 일교차가 심한 영국의 봄여행에는 가벼운 트렌치코트와 스카프도 필수다. 스카프는 휴대하기도 좋고, 다니다가 날씨가 쌀쌀할 때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가벼운 옷차림이라도 스카프만 있다면 따로 겉옷을 챙길 필요가 없다. 나도 챙겨간 울 스카프를 아주 적절하게 사용했다.
영국의 5월은 여행하기에 베스트 시즌이다.
여자 혼자 여행-영국은 괜찮을까?
‘신사의 나라’ 영국이 아닌가! 그런 오래된 명성 때문인지 나는 그냥 영국이란 나라에 이상하리만치 신뢰가 갔다. 여행채널을 보고 영국-혼행 크게 염려안 해도 된다는 것도 나중에 덤으로 알게 되었다. 그래서 마음을 푸~욱 놓고 있었다.
사실, 나보다 옆에 있는 남자(남편)가 신경을 더 썼다. 간 큰 여자(?)가 영국을 혼자 간다네요~하면서. 마침, 지인 중에 런던에서 10여 년간 사신 분이 있다. 그분은 '런던이야말로 여자 혼자서 여행해도 안전한 나라야'라고 최종확인해 주었다.
한 가지 더하자면, 현지인으로 부터 들은 이야기다. 영국은 총기소지가 불법이다. 일반 경찰도 총이 없단다. 특별히 필요가 있는 목장주만 총소지가 가능하다고 한다. 뭐 총이 없다고 모두 안전한 건 아니지만, 이 말만 들어도 '음 안전하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카고에 비하면 훨씬 몸 사림이 덜 든 건 사실이다.
여자 혼자 여행, (그래도 조심해야겠지만) 영국은 여행하기에 정말 편안했다.
여행동행
나는 홀로 떠났지만 친구 같은 동행이 있었다.
카메라 한대와 아이폰 삼각대, 두 개의 뉴스보이 햇 (News boy hats)들이다.
내가 애정하는 1호 물건은 카메라다. 그간 일상이 바쁜 이유로 카메라와 친하지 못했다. 여행에서는 항상 내 곁에서 이리저리 사진 찍는 일로 많은 재미를 주었다. 심심할 틈이 없었다.
아이폰 삼각대는 혼행자에겐 최상의 여행친구다. 사람들에게 사진을 부탁하는 일은 쉽지 않다. 더구나 찍어주는 사진들은 대체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한 두 차례 사진 부탁을 한 적이 있다. 좀 부풀리자면, 내가 찍어준 사진은 명품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찍어준 사진은 한결같이 이상요상(?)했을 뿐이다^. 그 후론 더 이상 사진 부탁을 하지 않았다)
시골은 말할 것도 없고, 더 좋았던 건 런던에서도 삼각대를 버젓이 놓고 사진을 마구 찍었다는 사실이다. 적당히 안전거리유지도 중요하다. 마음에 드는 사진을 남기고 싶다면, 덜 복잡한 이른 아침(특히 주말아침이 조용함) 시간대에 나가서 찍는 것도 요령이다.
두 개의 영국식 모자는 바람막이와 햇빛 가리기, 스타일을 낼 때 훌륭한 소품들이었다. 여행 내내 세 가지 물건들은 내 곁에서 나를 즐겁게 해 준 친구들이다.
Shaftesbury 여행기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