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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Moon Apr 01. 2024

내 주름, 깡다구로 버틴다

"보톡스 한번 맞아볼래?"


몇 해 전 한국에 나갔을 때다. 친한 후배가 나에게 뭘 진기한 걸 권하듯, 물어보았다. 웃을 때마다 내 양 눈가로 쫘~악 하고 조여드는 주름을 보고 걔가 난리였던적이 있다.


내세울만한 것도 아닌 주름이지만 내 눈가의 주름은 사실, 보통 주름이 아니다. 어릴 때부터 눈웃음을 습관적으로 짓다 보니 일찌감치 생겨난 주름이다.


20대 중반쯤부터 양쪽 눈꼬리와 아래로 옅은 줄이 생기기 시작했다. 위로 언니가 둘인데, 불행히도 그녀들한테 없는 눈주름이란 게 나한테는 일찍이도 생겨났다. 이유는 웃을 때 입은 다문채 눈만 열심히 움직인 결과다.


대학졸업 후, 1년간 조교로 일했을 때다. 그때 총장 비서언니가 '아이크림'을 권해주었다. 예쁘장한 언니였는데 그녀도 입보다 눈에 잔뜩 힘을 주고 웃는 사람이었다. 자기도 이 넘의 눈웃음 때문에 생긴 눈가의 주름이 고민이라 일찌감치 아이크림을 바르기 시작했단다. 둘은 '눈가주름 퇴치법'에 대한 고민을 나누면서 친해졌다.


"있잖아, 아이크림 바른다고 주름이 없어지진 않는데~ 근데, 더 이상 심해지지 않기 위한 방지용.. 뭐, 그 정도야!"


그게 진실인지 아닌지 굳이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냥 주름확대 방지용, '아이크림'이라는 정보만 주고받았다. 그렇게 아이크림을 바르기 시작한 것이 벌써 수십 년이 지났다.


그 주름이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가 하면.. 처음부터 몇 줄의 주름.. 하고 세어보진 않았지만 한. 두줄은 더 생겨난 것 같고.. 다행히도, 기존의 주름이랑 새 주름이 눈에 띄게 굵어지지 않았다. 딱~히 한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아이크림 효과가 있긴 한가 보다.


나의 눈주름은 좀 희한하다. 마치 고양이의 수염 같다. 가늘고, 투명하다. 고양이수염털도 언뜻 보면 보이지 않는다.  '어디 보자~ 고양이수염~ 하고 가까이 들여다보면 양쪽으로 길고 투명하게 삐쳐 있는 게 보인다.


내 눈가의 주름이 딱 그렇다. 보통땐 피부 속에 가지런히, 얌전히~ 숨어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양쪽으로 쫘~악 몇 줄이 보인다. 또는 눈꼬리가 올라가며 소스라치게 웃을 때 생겨난다. 인정사정없이 돋아난다. 이때 나의 주름은 난리가 난다.  


그래서 보통땐 나도 모르게 잘 웃지 않으려 한다. 얌순이처럼 입을 꼬~옥 다물고 있을 때가 종종 있다. 그 상태로 끗끗끗~아님, 흐흐흣~ 하며 입만 움직이며 웃을 때가 있다. 그러다가 빵~하고 터지면 에라~ 나도 몰라, 그냥 웃어! 웃어하며 눈가의 주름 따윈 한 순간 던져버리고 만다.


음.. 생각해 보면 그래도 나의 눈주름은 착한 주름이다. 보통땐  딱 눈에 띄지도 않고 , 금방 드러나지도 않기 때문이다. 다행인 게 눈가 주름이 근 30년이나 나이가 먹었는데 이만한 게 말이다...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건진 모르겠다. 다시 말하지만, 꾸준히 발라온 아이크림의 효과 같다. 뭐든지 꾸준히..라는 말이 실감 난다.  그 언니의 말대로 내 눈주름에 대한 애잔함에 사랑을 듬뿍 준 덕이다. 변함없이.. 그런 것이아닐까 싶다.


대놓고 보톡스를 권장한 후배의 눈에 나의 눈주름이 서글퍼보일수도 있었겠다. 하지만 보톡스를 맞지 않았다. 보톡스는 내 스타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보톡스에 부정적이지도 않다. 아직 우리 집 두 언니들도 보톡스의 진기함에 대해 이러꿍 저러꿍 하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다들 얼굴에 뽀동 뽀동 살이 올라서인지 눈가 주름 가지고 짜증 내는 꼴을 여태껏 못 봤다. 이유는 그것 하나일지도.


나는 여자가 아름다움을 위해 가꾸는 일에 찬성이요!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내 눈가의 주름은 보톡스라는 것을 한번 맞아서 될 일도 아니다. 몇 개월에 걸쳐 계속 맞아야 효과를 누릴 수 있다니.. 아예 시작을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주사를 한번 맞았을 때의 땡땡함은 좋은데, 그 효과가 끝날 쯤의 내 모습이 싫을 것 같아서다. 그 주사바늘을 연거푸 꼮~꼭 찔러대야 하는것도 싫다.


급기야는 얼굴이 지금보다 더 못난이가 될까봐도 무섭다.^. 그러니 아예 처음부터 이대로 가는 것이 좋겠다 싶다.


그런데, 주름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이야기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 오드리 헵번이 생각난다.


언젠가 매거진에 실려있는 그녀의 사진 한 장을 본 적이 있다. 파리의 한 거리에서 그녀의 오래된 연인 로버트와 다정하게 길을 걷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트렌치코트를 멋지게 입고, 단아하게 올린 머리에 여전히 날씬한 그녀는 이미 나이 든 모습이었다. 나의 눈에 비친 것은 그녀의 얼굴이었다. 눈가뿐 아니라 얼굴 전체에 드러난 그녀의 주름이었다. 그럼에도 오드리 헵번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와~ 오드리 헵번! 나이 들어서도 분위기 있는데. “라는 말이 서슴없이 나왔다.


사진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젊은 시절 인형 같은 외모의 그녀보다 오히려 나이 든 오드리 헵번 여사가 더 매력적이었다. (참고로, 난 젊은 날의 프린세스 같은 오드리헵번보다 노년의 그녀의 삶과 모습을 보고 오드리 헵번이라는 배우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래, 나이는 이렇게 들어가는 거야~"


까짓 거!, 내 눈가의 주름, 그냥 계속 아이크림으로 다스리기로 한다. 아! 최근에 바셀린도  내 아이크림 대용으로 등장했다.


바셀린 이야기를 좀 하자면, 항상 얼굴에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지인이 있어 그 비결을 물어보았다. 바셀린을 밤, 낮으로 사용한다고 했다.


그게 진기한 그 무엇같았다!. 나도 바르기 시작했다. 얼굴, 손, 발 트고, 주름진데, 까칠한데 이만한 영양제가 없다.  요즘 그 특효를 실감하는 중이다. 말 그대로 힐링 젤리다. 내 눈주름 관리에 한몫을 하고 있다.


앞으로 내 주름은 아이크림과 바셀린이 잘 거느려 줄 참이다. 이것으로 꿋꿋이 버티기로 한다. 뭐 별거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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