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lue Moon Apr 15. 2024

할아버지 스타 따라잡기

요즘, 우리 식탁의 화젯거리는 한 핫한 할아버지다.


그는 교회 셀 모임의 멤버다. 나이, 아니 연세는 여든한 살,. 큰 키에 외모도 준수하시다. 여기서 '준수함'이란 이 연세에도 머리숱이 많아 영~해 보인다'라는 뜻이다. 아. 인물도 좋으시다. 옷을 차려입은 감각은 패션 코디네이터만큼 수준급이다.


게다가 몸매가 아~주 훌륭하다. 허리도 굽어지지 않았다. 군살이라곤 없는 늘씬한 체격이~라기보다 '몸매'를 가진 할아버지다.  갸녀린 여성의 몸매만큼 날렵하다. 그 흔한 나잇살이라는 두둑한 뱃살도 없다.


할아버지들을 대변하는 볼드 헤어, 구부정한 허리, 지팡이, 뱃살, 상체 비만, 하체 빈약, 헐렁한 바지에 잠바 패션.. 등등 무엇하나 해당하는 것이 없다.


할머니 말씀으로는 할아버지의 몸매는 타고났다고 한다. 타고난 몸매라고 해도 끊임없이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배가 볼록 나왔을 거고 볼품이 없어질 수도 있었다. 관리를 하셨다는 뜻이다.


본인 말씀대로라면 앞태는 노인이요 , 뒤태는 20대야! 다.^ 할아버지의 강력한 프라우드를 인정! 인정한다.

멋 좀 낸다고 생각하는 내가 보아도 할아버지의 감각은 완벽하다. 어색하지도 너무 과하지도 않다.  이렇게 멋쟁이 할아버지는 처음 본다. 이 나라를 통틀어서,  그간 다녀본 나라를 초월해서다.


그가 모습을 드러내는 일도 예사롭지 않다.  스포츠형의 그레이 헤어를 한쪽으로 가지런히 쓸어 올린다. 윤기가 자르르 나는 블랙, 어떤 땐 다크 브라운의 고급스러운 가죽 재킷을 입고 깃까지 살짝 올린 채 나타난다.


어떤 날은 잘 빠진 블랙 블레이즈에 블루진을 차려입고 스니커로 완성된 패션룩을 뽐내며 등장한다. 거기다 한쪽 손을 쫙 들어 보이며 ‘헤이~가이즈  굿모닝!’ 한다.  한 늙은 배우의 멋진 제스처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  껄렁~껄렁한 개구쟁이 소년 같다. 그렇다고 느끼한 카바레 사장님 같지는 않다. 젊은 청년을 능가할 만큼의  날렵한 걸음걸이에서는 자신감이 물씬거린다.


음.. 여보세요 들! 개뿔도 없지만 자신감이요 자신감이라고요!! “ 그런  위풍당당함이다.


할아버지 부부는 얼마 전에 우리 교회로 나오게 되셨다. 체격이 작고, 조용하며 곱상하신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인기에 그저 그늘 노릇만 다소곳이 하실 뿐이다.


할아버지는 그 출중하심으로 교회 여성들마저 제압하셨다. ‘오빠님~’이라는 말만 하지 않았지 그녀들의 눈에는 어떤 존경심마저 흐르고 있는 듯하다.  남성들에겐 선망의 존재가 되었다.


‘나도 저도 할아버지처럼~’ 이 되었다. 여자들은 ‘야~ 뭐 해 할아버지처럼 멋 좀 내 봐~" 하며 은근 집안의 남자들을 갈구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갑자기, 재난시처럼 남자들 사이에서는 다이어트 돌풍까지 일어났다.


웃기는 건 , 우리 집의 그 남자다(남편). 그에겐 예수님 외엔 아직 이렇다 할 '우상적인 존재'가 없다. 그런데 요즘 들어 할아버지 이야기를 종종 꺼낸다. 내가 한마디 하면 그는 두 마디를 한다.


"와, 할아버지가 어째 노인 같지가 않아, 센스쟁이 셔~~ 하고 내가 한마디를 한다.


그는 약간 목청을 높인다.

“ 와~아래위로 짝 빠졌어 ~, 진짜 앞태는 80대, 뒤태는 20대 여, ~게다가 줌바댄스를 가면 여자들이 줄줄이 선대잖아, 할아버지랑 춤 한번 치려고. “


은근, 할아버지 몸매는 물론이요, 패션감각에 부러움이 섞인 표정과 말투다. 웬 강적이 나타났어하는 눈치다.

내가 봐도 그 남자에겐 그냥 강적이 아니라 엄청 강적이다. (참고로 그 남자에겐 패션 센스라는 것이 좀 없거든요)


그도 그럴 것이, 여든 넘은 할아버지가 20대처럼 멋을 내고 다녀도 써~억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그분만의 카리스마가 있는 건 사실이다.


 개인적으로는, 위. 아래로 쌈박하게 빠진 스타일은 취향이 아니다. 적절하게, 아무렇게나 입은 듯, 아닌 듯 하지만  패션이 있는 그런 느낌을 좋아한다.  허름한듯한데 스타일이 있는 그런 것이요.. 근데.. 그 남자는 이쪽도 아닌 것 같다.^


그건 그렇고, 할아버지가 멋있게 보이는 이유는 그의 빛나는 패기다. 나는 궁금해졌다. 이제껏 만나보지 못한 특출 난 할아버지가 아닌가? 일대일 인터뷰라도 하고 싶은 장난기가 생겼다.


 그토록 젊고, 발랄하게 살 수 있는 비결이라도 있는지 캐묻고 싶어졌다. 마침 기회가 생겼다. 우리 셀 모임의 멤버가 되셨다. 마침 식사모임 때였다.   


나는 무슨 패션 잡지사 기자처럼 인터뷰 내용을 머리에 메모해 갔다.


"저기... 어~르씬~ 젊고, 발랄하게 사시는 무슨 비결이라도 있나요?"라고 물었다.


'허허허~나이 들면 자고로 째~미난 일을 찾아다녀야 돼~, 나는 매일 나가요~, 째~미난 일을 찾으러~"하신다.


나이 들어서 매일 방구석에만 처박혀 있으면 안 되는 거고, 이것저것 열심히 움직여야 한다고!.  그래서 할아버지는 골프 치고, 친목회 다니고, 친구 만나고, 수다 떨고, 커피 마시고.. 등등을 하신단다.


"그런데..  살이 안 찌는 비결은요?"


"댄스를 춰요!"


그는 매일 댄스를 춘다고 한다. 타운에 있는 문화센터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댄스강사가 될 만큼 잘 추신다고 자랑을 하신다. 줌바 댄스, 라인 댄스, 볼륨 댄스.. 각종 댄서를 습득한 선생이란다. 자칭, 춤선생이시다.


그의 현재 몸매는 댄스를 해서 굳건히 다져졌다. 댄서를 하게 되면 몸매가 저절로 교정이 되고, 좋아진다고 한다.  댄스는 허리를 바짝 세우고 해야 된다. 그러면 절대 허리가 굽어지지 않는다고 열변을 토하신다.


중요한 건, 선천적인 체질도 타고났지만 댄서가 할아버지의 몸매를 유지하는데 한몫을 한다네요. 그러고 보면 발레를 하는 여인들도 몸매가 곧고 예쁘긴 마찬가지다.


멋쟁이며, 몸매도, 건강도 챙기시는 할아버지 모습이 보기가 좋다. 중요한 건 이 모든 것을 빛나게 하는 그의 패기다.


그의 행동은 '나, 여든한 살의 노인이요~'라는 것을 거부한다. 대접받고 챙겨 받는 것을 거부한다. 그 남자왈,   ' 아 제가 물 갖다 드릴까요?' '제가 이 그릇 치워드릴까요" 하면 소리를 지른다고 한다. '이 사람아!  이 정도는 내가 거뜬히 할 수 있다고!"  하면서 벌떡 일어나신다고 한다.


열정이 있다.  처지지 않는 자세도 좋다. 눈은 초롱초롱 빛난다. 할아버지의  눈에는 아직도 할 일이 많고, 하고 싶은 일들이 이글거리며 타고 있는 듯하다. 뭔가 항상 재미난 일을 찾아요.라는 그의 말을 증명하는 듯하다. 여전히 꿈이 있다는 뜻이 아닌가.


나이 들수록 몸매 관리는 해야 한다. 몸매는 옷맵시를 위해서도 그렇지만 건강을 위해서도 그렇다.

나는 댄서에는 자신이 없다. 할아버지처럼 그 '패기'와 '째~미난 일'을 찾아서 그저 열심히 달려볼 작정이다.

 

할아버지가 그 정도시라면 나라고 무~척 멋진 할머니가 되지 못할 법이란 없지 않겠는가.





 






이전 10화 착한 일을 합니다만 팁을 받습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