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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Moon Apr 29. 2024

기부는 하지만 돈거래는 하지 않아요

오십이 되면서 나에게 원칙이라는 것이 생겼다.


'기부는 하되, 돈거래는 하지 않는다.'


돈거래

나에게 '거래'라는 건, 뭔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과 같다. 가령, 물건을 사면 그 값을 페이 하는 것이다. 시장에서 돈을 주고 반찬거리를 사는 것과 같은 일이다. 거래란 장을 보는 일처럼 돈을 주고, 무언가를 받는 일이다. 즉석에서 주고받는 평등관계다.


그런데 '돈'이 왔다 갔다 하는 '거래'는 하지 않는다.  빌려주고, 빌리는 관계는 하지 않는다. 평등하지 않을뿐더러 그 자리에서 끝나는 일도 아니다.


근데, 이것이 나 혼자만 마음먹는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혹, 누군가가 '저기.. 돈거래 좀 했으면요..' 하고 나올 수 있다.  이럴 때, 내가 누군가에게 퍼주고도 남을만치 떵떵거리고 살 정도면, '그래 와라 와! 뭘, 빌려, 돈 좀 줄게' 하겠다마는.. 그것도 아니다.^


게다가, 대개 돈을 빌리는 인간들은(뭐, 모두가 다 나쁜 의도는 아니겠지만) 진짜 알부자들한테는 손도 내밀지도 않는다. 어중간하게 먹고살만하거나 아예, 형편도 안 되는 약자들에게 나타나서 '돈 좀 빌려줘요~' 한다. 이런 경우를 주위에서 많이 보았다. 안타까울 때가 많다.


최근에, 남편이 돈거래 피해자인 한 지인 이야기를 꺼내었다. 그 소리를 듣고 보니 내가 더 울화통이 터졌다.

아는 후배 이야기다. 이혼직전에다 혼자서 아이 둘을 키우고, 먹고 사느라 힘들다.  


누군가가 그런 자매한테 돈을 빌린 뒤,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단다. 애원복 달해서 빌려주었단다. 보기에도, 듣기에도 순둥이 같은 사람이다. 많고 많은 사람 중에 착하디 착한 그녀를 점찍은 거다. 전문털이범이 따로 없다.


몇 해 전이였나.. 남편에게도 돈을 빌려달라는 지인이 있었다. (참고로, 남편도 그녀만큼 순한 양처럼 보임, 으르렁 거릴 때도 있지만) 돈 '천불'을 빌려달라고 했단다. 아, 미국에서 천불은 적은 금액이 아니다.


자동차를 사는데 다운 페이먼트로 천불정도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다음 달에 갚을 수 있다고 한다. 남편은 나의 생각을 물으면서 '사정이 딱하니까 빌려주자'라고 했다.


우선, 나도 잘 아는 사람이었다. 나이 오십이 다 되었다. 체류신분도 해결이 안 되었다. 그러다 보니 직장도 여러 번 옮겨야 했다. 신분도, 직장도 뭐 하나 제대로 갖추어진 것이 없다. 그러다 보니 결혼할  짝도 여태껏 만나지 못했다. 이래저래 마음고생이 많다. 가~~ 장 중요한 건, 그가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거였다.  그래서 별 고민 없이 천불을 빌려주었다.


나는 (남편도) 혹, 그 돈을 못 받아도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고민이 살짝 되었던 건, 그 후의 그와의 관계가 이전처럼 풋풋하지 못하게 되면..라는 것이  염려가 되었다. 그 돈을 시일 내에 돌려받을 것이라고 기대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예상한 것과 달리, 그는 정확히 한 달 뒤에 천불짜리 수표를 보내왔다. 내 돈을 빌려주었는데도 돌려받으니 괜히 고마워서 눈물이 핑핑 돌뻔했다.


하지만 돈을 받았건, 그렇지 못했던 돈거래는 하지 않기로 했다.  빌려준 사람도, 빌린 사람도 할 짓이 못 되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나만의 수법(?)을 만들었다.


 평소에 만나는 지인들이나 혹, 새로운 그룹의 사람들과 친해질 경우다. 적당한 시기가 오면, 무슨 이야기 끝에 슬쩍 흘린다. '전, 돈거래는 안 해요~'라고. 딱 이 한 마디다.  그냥 줄 수 없을 밖에야 돈거래, 아예 하지 않는 편이 훨씬 속 편한 일이다.



기부


몇 년 전부터 기부를 하기 시작했다.  


3040 시절에는 기부란, 빌게이츠나 워런 버핏 같은 갑부 아저씨들만 할 수 있는 거라 여겼다. 게다가 어중간한 중산층이다. 매달 페이하는 텍스도 어마한데 내가 은퇴할 무렵이면 소셜시큐리티(은퇴연금)도 고갈된다고 한다. 그러니 '힘들게 번돈, 어떻게 기부를 하랴?' 했을 정도다.


그런데 오십이 되어서야 '기부'라는 것의 개념을 알게 되었다. 반드시 '큰돈'이어야 할 필요도 없고, 꼭 '돈'이 아니라도 된다. 물건이나 봉사 같은 것도 일종의 기부가 될 수 있다.


이제까지는 그런대로 잘 지내왔다.  나를 위해 쓰는 일에 급급했다. 그러면서 주위를 돌아보게 되었다. 기부'라고 해서 떠벌릴 일만큼도 아니다. 주위의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했다.


거리에서 동냥하는 걸인에게 돈을 주는 일을 시작했다. 누구는 타운에 뜬소문이라고 말한다. '요즘, 가짜 거지천지예요, 속아 넘어가면 안 돼요 요요~'를 거듭 강조한다. 하기사 팬데믹 이후로 또는 아프리카나 우크라이나 멕시코 등지에서 몰려든 난민으로 유독 동냥인들이 많아진 건 사실이다.


이유를 묻지 않기로 한다. 그들이 어떤 종류의 (?) 걸인인가도 알 필요가 없다. 오죽했으면 동냥을 시작했을까? 싶다. 그냥 적은 금액의 돈을 적선한다. 실제, 미국인들도 돈뿐만 아니라 상품티켓, 음식 등을 기부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


요즘에는 가는 상점마다 경쟁이다. "어린이 암 병원에 기부를 해 주세요!' 샤핑을 하고, 계산을 할 때면 여기에 기부를 좀 하시겠어요?라고 묻는다. 이전 같으면 '노 오오~' , 지금은 '오케이~'다. 이런 식의 작은 푼돈이 모이면 거액이 되겠지.. 하며. 기분 좋게 카드를 긁는다.  


또 한 가지, 나에게 기특한 일을 시작했다.  뭐, 스스로 이렇게 말하는 건, 좀 뭐 하지만 기특하긴 하다. 이전엔 엄두도 내지 못했고, 할 생각도 없었던 일이다.


주일날, 교회에서 점심식사를 하는데 반찬 한 가지를 만들어 간다. 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교인이 얼마 되지 않는 작은 교회다. 교회음식은 주로, 주말에 몇 분이 교회에 나와서 준비를 하신다. 주말에 시어머니 가사도우미를 하다 보니 이런 일에 별 도움도 줄 수가 없다.


마침, 서울에 있는 언니가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자기네 교회 은퇴 권사님이 울 엄마를 포함해서 더 연로하신 어르신들을  모시고 일주일에 한 번 티 모임을 가진다는 것이다.


베이커리에서 맛난 빵들과 티나 커피를 대접한단다. 후식값은 식사비 못지않다는데 항상 그분이 쏜단다. 그러니 나에게도 '이게 안되면 저 방법이라도~' 하며 시간과 음식을 기부할 방법을 귀띔해준 것이다.


생각해 보면, 기부는 뭐, 거창한 것도 아니다.  돈이 안되면 음식도 좋고, 봉사도 된다.  


나는 자유로운 것이 좋다.  돈거래는 마음이 불편해서 싫다. 억지성이 다분히 들어간다. 하지만  기부는 억지가 아니쟎나. 그야말로 기분 좋음, 자유로움 그 무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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