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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Moon Aug 26. 2024

엄마, 차고에서 하룻밤 추억

엄마와 언니가 하루 밤을 차고에서 꼬박 새웠다.


언니가 깻잎에 물을 주기 위해서 차고문을 열고 집밖으로 나왔다. 엄마도 따라나섰다. 차고에는 집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작은 문이 있는데 그것이 잠긴 것이다.


밤새 문단속 잘하라는 나의 말에 언니가 그 문을 간밤에 잠금 상태로 뒀는데, 나오면서 그것이 자동으로 덜커덕 잠겨 버린 것이다.


모든 불상사는 어쩜 그리 계획된 것처럼 일어나는지.. 남편과 내가 집을 하루도 아닌 며칠 비운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근처에 사는 언니의 딸도 (조카) 며칠간 친구와 여행을 떠났다. 게다가 언니는 전화기도 방에 두었다. 열쇠도 없다. 열쇠고, 뭐고 아무것도 없으니 정문으로도 들어갈 수가 없다.


참고로, 미국에는 모든 주택에는 비상시를 위해 두 개의 출입문이 있다. 주택에는 정문이 있고, 차고 안에 한 개의 문이 있다. 아파트는 앞과 뒤쪽으로 출입 문이 하나씩 있다. 정문이 있지만 대개, 차고 또는 뒷문 (파킹장과 연결되어 있음) 통해서 출입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현관문 앞에 설치된 비디오 도어벨 앞에서 언니의 표정이 좀 골똘한듯한 모습이 녹화되면서 내 폰에서 울렸다.

나는 "어? 언니가 문 앞에서 뭘 저렇게 두리번거리지? 웃긴다~" 했을 뿐이다. (나중에 언니왈, 혹시 비상키가 처마 밑 어딘가에 있으려나? 하고 찾아보았단다).


일이 안되려고 했는지, 보통땐 세심한 나도 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비디오 도어벨에 대해서도 한마디 해주지 않았다. 그 앞에서는 수상한 사람의 움직임뿐 아니라 소리도 녹화가 된다는 사실을.


예컨대, 비디오 도어벨 앞에서 ‘ 야! 나 지금 표류상태야! 집 안으로 못 들어가고 있어, 문이 잠겼다고!'라고 구조요청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또는 엄마랑 둘이서 ‘이제 어떻게 집에 들어가지? ’라고 중얼거리기라도 했어도 사태를 알아차릴 수 있었을 거다.


아무튼 , 비디오 벨의 상세한 기능까지 알려주지 않은 일이 더 문제가 된 것이다. 육십 넘은 딸과 여든 넘은 엄마가 비디오 도어벨의 똑똑한 기능을 알리가 만무하다.


하지만 엄마는 강하다.  약골에다 미국 사람만 보면 약해지는 육십 넘은 딸을 살리겠다는 마음으로 나섰다. 마침, 옆집 스티브가 지나가더란다. 얼른, 엄마가 다가가서 도움을 청했다. 혼신(?)의 힘을 다해 당신이 아는 모든 영어를 동원했다.


 "아저씨!,  문 잠겼어요, 못 들어가고 있어요~, 저 문  열어줄 수 있어요? ‘라고 마치 항의하듯 물었다.^


스티브, 어이없는 표정으로, ” 오~노~, 나, 못 열어요~“


그러면서 그는 두 여인(엄마, 언니)에게  우리(남편과 나)의 전화번호를 아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엄마와 언니는  전화기에 고이 저장된 나의 번호를 알리가 없다. 심지어 딸 번호도 모른다고 했다.


스티브, 더 황당한 표정으로, "오~노,  쏘리~~, 도와주지 못해 정말  미안해요~“ 하고 조용히 가 버렸다고 한다. (아마, 그는 곧 우리가 돌아올 거라고 생각한듯하다)


게다가 스티브가 전화번호를 물어본 건 두 여인의 난감한 사태 수습을 의논하기 위한 것도  있었던 것 같다. 가령, 차고 안에 비상키가 있는지의 여부, 긴급 서비스센터를 부를까에 대한 여부 등등..


사실, 스티브랑 통화만 되었다면 집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실제로 비상키가 차고 어딘가에 있었다. 하지만 엄마와 언니는  하루 밤을 차고에서 보낼 처지가 된 건 분명했다. 모든 시도가 어긋나고 말았기 때문이다.


해가 지고, 어둑해지자 두 여인은 할 수 없이 차고에 갇히기로 작정을 하고 차고문을 내렸다. 동시에  차고에 주차되어 있던 차 안에서 하룻밤을 지내기로 하고 차문을 열려고 했지만 그것마저 열리지 않았다.


실제로 운전석의 차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하필이면 언니는 운전석 옆 문을 열려고 바둥거렸다고 한다. 그 문은 열리지 않는다.. 이래저래 모든 것이 꼬인 저녁이었다.


하지만 이런 난감한 상황에 혼자가 아닌 두 사람이 함께 겪는 일이라 다행이었지 싶다.  그럭저럭 두 사람은 차고 안에서 하룻밤 살길을 마련했다. 좁은 바닥에 둘이 있을만한 공간을 만들고, 냉장고가 있었으니 그 안에 있는 음식들로 대충 저녁을 때웠다.


마침, 구세군에 도네이션 하려고 두었던 옷 가지들로 잠자리도 마련했다. 음식, 돗자리, 옷..  뭐, 이 정도면 하루 밤은 그럭저럭 지낼 수 있었다.


인간이 위기에 처하면 강해진다.  두 여인의 차고 대탈출은 아침이 되어서야 일어났다. 언니가 차고 문을 빼꼼 열었다.  절묘한 순간이었다. 건너편에 어떤 아주머니가 차고 앞에 나와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도 딱 한국 사람으로 보이는 아주머니였다!.


이번에도 엄마가 앞장섰다.  ”아주머니! 도와주세요. “하고 소리쳤다. 그런데 그분은 중국인이었다.


엄마가 다시 영어로,

"플리즈 헬프 미! “ 하며 아주머니를 잠긴 문 앞으로 데리고 갔다.


스마트한 중국 아주머니는 금방 상황을 파악하고 옆에 있는 남편에게 무언가를 설명하더란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남편에게서 건네받은 카드(신용카드)를 들고 문 앞으로 갔다.


아주머니가 카드를 잠긴 문틈으로 넣어 몇 번 철컥~철컥거리며 손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문은 … 기적같이 열렸다!. (카드 같은 물건을 가지고 간단한 문은 열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길은 찾는 자에게 열린다!‘라는 말이 이루어졌다. 역시, 아시안 사람들은 융통성이란 것이 있고 , 통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미국인만 보면 그저 마음이 약해지는 언니.. 육십 넘은 골골한 딸을 살리기(?) 위해서 엄마는 또 한 번 나섰다. 엄마라는 모성은 용감, 그 이상이다.


앞집 아주머니, 너무 감사했다. 한국 제과점에서 최고로 맛있는 롤빵을 선사했다.

엄마, 언니의 시카고에서 웃지 못할 법하지만 추억할만한 (?) 차고 대탈출이었다!.


그러니 이제 나이 먹어가면서 비상시를 대비해서 사소한 것 하나라도  적어두고 알아두는 것도 해야 할 일 중의 하나가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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