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워킹하다가

by Blue Moon

런던에 온 이후로 나의 워킹은 스톱이다.

보통, 매일 한 시간씩 걷는다.

습관이 된 일을 안 하니 몸이 건질 거리고 ,

몸살이 날듯이 무겁다.


가뜩이나 ,

며칠간 밥을 너무 잘 먹고 있다.

마켓에서 잘 고른 푸딩쌀로 밥을 했다.

완벽한 한국밥이었다.

윤기가 나는 하얀 쌀밥이 너무 맛있다.


한 그릇은 기본이고, 고소한 누룽지까지 만들어서

두 그릇을 해치우고 있다.


어느 저녁은 배가 불러 앉아있기가 힘들었다.

긴 밤을 그대로 있을 수가 없었다.


'동네에서 워킹 한번 해 볼까?'

하는 마음으로 바깥으로 나갔다.


주인장인 할매에게 텍스트를 보냈다.

(참고로, 할매는 오후 5시가 넘으면 모든 문을 닫는다)


‘I'm going out for a walk around here.’


밤중에 말없이 문을 열고 나가면 ,

'응? 쟤 무슨 일이야?'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감사하게도 눈치 빠른 할매다.

내가 나가자, 거실에 불을 살짝 켜 둔다

( 보통 때는 전기세 때문인지 컴컴하게 꺼 둔다.)


멀리는 못 나간다. 집 앞길, 도로를 몇 번 왔다 갔다 할 참이었다.

도로에는 환한 가로등이 켜져 있다.

집집마다 창가에서 불빛도 새어 나왔다. 몇몇 가게도 오픈 중이었다.

뭐, 이만하면 '안전지대‘다.


그래도, 낯선 동네다.

나는 겁쟁이다. 특히 , 사람을 제일 무서워하는 인간이다.


그래서 어디를 가든, 경계태세는 나의 좌우명 같은 것이다.

걸으면서도 앞뒤, 좌우를 살폈다. 만약의 경우에, 줄행랑을 쳐야 하니까.

귀에 꽂고있던 이어폰도 빼버렸다.

'여자 혼자 낯선 길을 걸을때 이어폰 하지 마세요!'라는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세 바퀴 정도를 걸었을까?

맞은편에서 웬, 시커먼 한 남자가 나타났다!.


저만치 떨어선 거리에서,


"너 혹시 , 나 사진 한 장 찍어 줄 수 있어?"

하며 전화기를 나한테 들이미는 시늉을 했다.


응? 컴컴한 이 밤에 그것도 동네에서

무슨 사진을 찍어?


미친놈 아냐? 아님 , 술수를 쓰려나? 순간, 이런 생각들이 스쳤다.


나는 대번에,

“노! “라고 날카롭게 내뱉었다


언뜻 보니, 카바레 가는 듯한 화려한 슈트를 입고 있었다.

영어도 잘 했다. 떠돌이 난민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할 수 없이, 걷는 걸 멈추어야 했다.

집으로 들어갈 작정으로 문 앞까지 왔다.

그 인간이 사라지는은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나의 배부름은 여전했다. 당장,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았다.

그 인간도 더 이상 보이지 않다. 다시, 한 바퀴를 걷기로 했다.


조금 걷고 있는데..

그 인간이 또다시 불쑥 나타나지 않는가?

이때, 나는 소스라쳐 놀라 자빠지는 줄 알았다.


‘아니?, 이 인간이 사라지지 않고 어디서

날 지켜보고 있었던 거야? ’라는 생각에

집문을 향해 뛰듯이 도망을 쳤다.


그러자, 내 등뒤에서 이 한 마디가 들려왔다..


“Hey Chinese! Go back to your country! “


이 말에 , 나는

“Do you know where the police department is! “

라고 쏘아붙였다. (참고로, 저만치 가고 있는

그놈의 뒤통수에 대고. 아차 하면 오픈된 가게로 뛰어갈 요량이었음)


덤으로,

“지랄~ 동양인이면 다 차이니스로 보이냐! ”라는 말도 입 밖으로 나올 뻔했다.


문을 급하게 열고 들어갔다.

거실 창문으로 빼꼼히 보니,

그 인간이 저 멀리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우당탕 거리는 소음(?)에

할매가 문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무슨 일 있어?”


“할머니! 이 동네 안전한 거 맞아요?”


어떤 녀석 때문에 식겁한 일을 털어놓았다.

할매는 내 말에 정색을 하며

나 ~이 동네 40년간 살았어, 그러면서,

“I've never seen any crime since I moved here “


할매는 이 지역의 터줏대감이고 , 정말 안전한 동네라고 거듭거듭 강조했다.

잘못말했다간 할머니의 비즈니스에 치명타를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런 녀석은 뭐야?”

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 이 년 전엔 괜찮았다. 한때의 '나쁜 경험’으로 여기기로 했다.

또한, 경험은 교훈을 주기도 하니까.


낯선 동네에서 시시꼴꼴 말 걸며 다가오는 괴한(?)을

간단히 퇴치하는 방법을 잠시 궁리했다.

말 할줄하면 좀 복잡해질 수 있다.

벙어리 말로 ‘No English!’라고 대답하는 건 어떨까?..


누군가는 그런다고 하는데..

난감한 상황에서, 못 알아듣는 척,

무조건 ‘No English'로 답하기다.


그것도 편안하겠다.

간단하게, 거절하기 방법이 아닐까 싶다.


그나저나,

이제 런던에서 밤중 워킹은 금물이다.

대낮에 충분히 걸어 다니는 것으로 해결해야겠다.

여러 개의 공원을 구경삼아 걸어보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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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