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그들은 핫한 청춘

또 하나의 새로운 도전장

by Blue Moon


매일 아침, 회사문을 열고 1층의 로비를 지나면 우리 쉬핑 부서가 바로 눈앞에 들어온다. 20대 꽃밭으로 들어오는 순간이다. 젊은 멤버들이 아침일찍부터 출근해서 떠들썩거리는 소리가 문 입구에서부터 들린다.


"Good morning Ladies! " 내가 아침 인사를 던지면,

"Good morning Ms.Gina! 모두들 합창하듯 인사를 한다.(이들은 나를 미스 지나로 부른다)

그 소리에는 얌전을 떠는 아씨 모습은 한 군데도 없다. 매조 소프라 노톤의 까랑까랑한 목소리다. 그것도 일층 로비가 떠나갈 듯이 큰 소리들이다. 부서지는 여름 햇살 같다. 아무튼 기분은 좋다.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으로 직장에서의 하루가 시작된다. 나이만큼 웃음도, 외모도, 몸매도 그들의 생각도 핫하지 않는 게 없다, 20대는. 바라만 보아도 전율이 흐른다.


회사는 성공적인 전환점을 맞아 부서마다 대대적인 직원 보충이 이루어졌다. 우리 쉬핑 부서에도 몇 명의 신입직원들이 들어왔다. 매니저를 포함하여 모두 11명의 직원이 한 팀이다. 매니저와 선배, 나, 2명의 30대 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20대다. 전부 여자들이다. 그야말로 우리 부서는 여인천하다.

회사가 막 이전했을 당시만 해도 한국인이 다수였고, 보통 여직원들의 연령은 40-60세대인 중년 여인들이 압도적이었다. 이들은 회사와 몇십 년간을 동고동락한 회사의 주춧돌 같은 사람들이다.


이제는 나이 많고 재미도 없는 중후한(?) 여인들이 중심이 되었던 회사는 파릇한 새싹처럼 젊고 생기발랄한 아가씨들의 등장으로 회사의 중심 모드가 젊은 아씨들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20대 청춘들과의 만남이 시작되었을 무렵이다. 매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젊은 아씨들끼리는 무슨 "모닝 토크"라고 요란한 수다를 한참 동안이나 떨었다. 조용히 아침을 시작하는 우리로서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Oh My God! 이렇게 요란한 아씨들이랑 앞으로 어떻게 일 하지?"라고 내가 구시렁거리자,


"왜? 매일매일이 재미있을 것 같은데? 기대해봐!"라고 C선배가 한마디 던지면서 한 수 더 뜬다.


"어머~ 쟤들 봐! 쭈~욱 뻗은 몸매에 큰 키, 조약돌처럼 반질하고 윤기가 좌~악 흐르는 피부, 너무 예쁘다!" 선배는 눈을 반짝거리며 그들을 대놓고 바라보았다.


멋진 몸매, 오렌지처럼 상큼한 미소와 쾌활함은 온 회사 직원들의 시선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했다. 사장님 오피스와 부사장의 방으로 가려면 모든 직원들은 반드시 쉬핑 부서를 거쳐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며 여인천하 부서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쉬핑 부서는 핫한 젊은 아씨들로 인해 단번에 인기부서로 급부상했다.


이렇듯 우리는(선배와 나) 왈가닥 매니저와의 만남에 이어 , 젊음 하나로 팡팡 튀는 어린 아씨들과 조금은 희한하고 어색한 조화를 이루며 그들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선배와 나는 이들에겐 대선배다. 실제적으론 엄마뻘되거나 이모 같은 연령들이다. 구세대와 신세대가 함께 희로애락을 나누며 한 배를 타고 가야만 한다.


멋쟁이인 매니저의 뒤를 이어 아씨들은 매일 아침 모두가 경쟁하듯 멋진 차림을 하고 나타난다. 패션 센스도 경쟁자가 많을수록 다양해지는 법, 상당한 패션 아이콘들이다. 공주파, 히피족, 우아한 여왕족, 전형적인 오피스족 등 각양각색의 스타일의 등장이다.


“야~ 예쁘다!” 이 말이 저절로 나온다. 눈이 즐겁다.


이런 모습이 좋으면서도 왠지 "젊음의 기"에 살짝 눌리는 듯했다. 평정을 찾고 근엄한 선배의 모습을 보이려 애써 태연하려고 했다. 몸을 이래저래 비틀면서 뭔지 모를 불편한 마음을 추슬러야만 했다. 뒷자리에 앉은 10년 지기 나의 파트너인 C선배가 내 꼴이 우습다 여겼는지 한마디 던진다.


“UBP(회사 이름의 약자)의 패션니스타! 좀 분발해야겠어, 호호”


“그러게요?~”


"아, 글쎄, 우리는 20대처럼 핫한 몸매나 외모는 못 따라가! 일로 승부하자고!" 선배는 무슨 장엄한 계획을 발표하듯 이 말을 뚝 던진다.


"언니! 무슨 소리야?, 일도 승부! 멋 내기도 승부! 우리 나이가 어때서?"


“그래!, 그렇지? 이제부터 옷차림에 신경 좀 쓰고 나와야겠어~ 쟤들 봐! 키나 몸매가 우리랑 비교가 안된다 안돼! 응? 호호호, " 키가 작은 선배는 당장 구두부터 바꾸고, 주말에 샤핑을 가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사실, 한동안은 직장에 나올 땐 나름 신경 쓰고, 나의 개성대로, 멋대로 치장을 했다. 점차 업무상 공장 쪽에 자주 들락거릴 일이 생겼다. "그저 일할 땐 편한 게 최고야!"를 지향하는 나이 지긋한 한인 선배들은 무릎관절과 허리 통증 핑계를 대며 일찍 감치 낮은 신발에 편한 옷으로 탈바꿈했다. 그런 틈에 끼여서 지내다 보니, 어느새 나의 차림새가 변해있었다. 플랫슈즈에 청바지로.


10여 년간 해 온 일에는 너무 능숙해서 무딜정도가 되었다. 다소 나태해지고, 싫증이 나고, 지루해지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변한 옷차림처럼.


오래전 은행에서 근무할 당시다. 여 은행장님께서 매번 강조하신 말이 생각난다.


"여러분! 우리 나이에 화장 안 하고 안 꾸며도 예쁜 사람 있어요?! 은행 나올 때는 집에 있는 것 아끼지 말고 좋은 액세서리로 치장하고, 멋진 옷들 입고 나오세요! 직장에 나올 때는 최대한 예쁜 모습으로요!"

그 이후부터는 여직원들은 "지금이다!" 하는 식으로 직장에 나올 때의 차림이 모두들 몰라보게 달라졌다.

고객들도 즐거워하고 직장분위기도 달라졌다. 업부실적도 향상되었다.

그날 밤, 나는 거울 앞에 서서 나를 부드럽게 째려보며 두 가지를 결심했다.


"음, 중년의 나이가 일뿐만 아니라 얼마나 아름다워질 수 있는가를 보여줄 때야!


"당장 플렛 슈즈 집어던지고, 내일부터 하이힐 신고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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