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 마켓-조아저씨네
주부에겐 누구나 마켓을 들르는 일이란 꽤 번거로운 일이다. 그것도 워킹 주부라면 큰 일중의 하나다. 시간을 따로 내야 한다. 막상 장을 보러 가서도 이것저것 들썩거리며 물건을 비교해야 한다. 몇 미터나 되는 긴 줄을 기다려야 하는 것도 일이고, 집에 와서도 장바구니를 정리해서 제자리에 놓는 것까지 엄청 일이다.
미국에 살다 보니, 한인마켓과 미국 그로서리를 번갈아 가야 한다. 쌀이나 김치 같은 한국 식품 외에 채소나 과일, 고기 같은 식품들은 미국 마켓이 훨씬 신선하고 저렴하기 때문이다.
두 곳의 마켓을 가는 일은 더욱 일중의 일이고, 시간이 많이 소비되는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켓에 가면 기분이 좋다. 온갖 종류의 음식과 식품들이 한눈에 진풍경처럼 다가올 때면 아이처럼 즐거워진다. 왁자지껄한 생동감이 군데군데 넘치는 것도 기분을 업 시키는데 한몫한다.
특히, 마켓이라면 재래시장이 주는 재미와 경험은 좀 특별하다. 작년 산티아고 여정을 끝내고 며칠간 바르셀로나에 머물렀다. 우연히 길을 걷다 들른 보케리아 재래시장은 다양한 볼거리로 마냥 눈이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그런 기쁨 때문에 한국에 가면 반드시 재래시장을 들른다. 생동감과 밝음, 삶의 아기자기한 기쁨 같은 것을 볼 수 있어 너무 좋다. 적당한 흥정도 통하고 상인들의 소박한 웃음도 마냥 좋다. 시카고는 대도시라 그런지 오픈 재래시장이 드물다. 여름이면 지역마다 파머스 마켓이 열리기도 한다. 어쩌다 한 번이다. 재래시장을 경험하기란 쉽지 않다.
마켓을 가는 일이 나에게 당번처럼 정해져 있는 일상 중의 하나처럼 마음이 괜히 울적해지면 퇴근길이라도 일부러 들르는 재래시장 같은 곳이 있다. 이곳을 다닌지는 재작년쯤 지인에게 그 유명세를 듣고부터다.
" Trader Joe’s “다. 내가 붙인 말로, 일명 “조(Joe) 아저씨네”다.
굳이 필요한 물건이 없는데도 그냥 자연스럽게 발길이 가는 곳이다. 제대로 갖추어진 월마트나(Walmart)나 카스코(Costco) 같은 대형마켓이 아니다. 동네 슈퍼마켓 같고, 유럽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시골 동네의 마켓 같은 곳이다. 대도시의 재래 마켓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Trader Joe는 미국의 체인 그로서리 가게다.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고, 현재로는 몇 개 주를 제외하고 미전역에 대략 500개가 넘는 체인이 있다. 1967년경 조 쿨롬 (Joe Coulombe)이 캘리포니아의 그의 집 부근에서 처음으로 오픈하면서 시작되었다. 그 후 독일인 사업가가 인수해서 지금까지 그의 가족들이 비즈니스를 운영해 오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미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젊은 층들을 집중적으로 끌어들여 성공한 식품 체인 스토어다.
Trader Joe는 자체 내의 생산공장이 없다. 농산물 재배지나 농장 등 제삼자를 통해 들어오는 물품에 자회사의 레이블(private brand)을 붙여 판매하고 있다. 방부제와 농약이 첨가되지 않은 올개닉(Organic) 식품과 우수한 품질의 제품, 저렴한 가격, 친절한 서비스가 Trader Joe의 기본 이념이다. 이런 이유로 일찍부터 젊은이들의 시장터가 되었다. 대학생과 히피족을 중심으로 건강을 챙기는 청. 장년들이 주로 단골이다.
우선, 마켓으로 들어서면 한쪽 벽면으로 가득 메워진 꽃들이 진열되어 있다. 온갖 색상의 꽃들이 “반가워요! 어서 오세요~” 하듯 고객들을 반긴다. 마치 꽃들은 Trader Joe의 어여쁜 문지기 같다. 어느 Trader Joe를 가도 매장 문을 열면 수많은 꽃들이 바로 눈앞에서 반긴다.
일단 예쁜 꽃들의 말없는 인사를 받은 뒤로는 장보기는 기분 좋게 이어진다. 마음이 들떠지는 게 보통이다. 뭔지 이것저것 사고 싶어 지는 마술에 걸리는 것 같다. 입구에 꽃을 둔 배치가 꽤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된다. 내가 생각하기에 마케팅 전략이 기가 막히다.
농장에서 막 들여온 듯한 신선한 꽃향내가 미소를 그냥 짓게 한다. 당장 한 다발의 꽃을 움켜쥐게 한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여인이라면 누구나 카터에 한 다발의 꽃이 실려있다. 꽃 한 다발로 그다음 샤핑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벽면을 가득 채운 꽃들이 요정처럼 방긋하고 웃는 것 같아 마음을 설레게 한다. 내가 조아저씨네를 찾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개인 브랜드라 가격이 저렴한 이유로 다소 오울드 스타일의 포장이 대부분이다. 선반 같은 곳에 진열된 물품들이 그런 느낌을 준다. 조금은 낯설기도 하지만 눈길이 가고 애착이 간다. 한참을 이것저것 들여다 보고 구경하느라 빈둥거린다. 그 재미난 열중에 울적함도, 쓰린 마음도 잊는다.
조 아저씨네는 주로 작은 사이즈의 물품이 대부분이다. 소박한 시골 재래시장 같다. 평소엔 충동구매를 하지않지만 여기서는 이것저것 막 산다. 오트밀, 조그만 병에 들은 뉴질랜드산 꿀, 아기자기한 예쁜 병의 각종 조미료와 향신료 등.. 치즈도 상당히 품질이 뛰어나고 맛이 좋다. 특히, 염소 치즈(Goat Chees) 맛은 일품이다. 올리브 오일과 파스타 소스, 올개닉 치킨 역시 조아저씨네서 반드시 사는 식품이다.
와인도 빼놓을 수 없다! 유럽에서 수입된 와인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제조한 와인이 비싸지 않으면서 또한 그 감칠맛이란 내 입맛으로는 우수하다.
조아저씨네서 인기 있는 생활 품목은 키친 페이퍼 타월이나 토울렛 페이퍼(toilet paper), 화장 티슈다. 인체에 해로운 약품이 첨가되지 않아 먼지가 없어 인기품목이다. 특히, 내가 즐겨 쓰는 화장 티슈는 한눈에 보아도 세련된 디자인의 티슈박스라고는 할 수 없다. 사실, 티슈박스가 근사해보일 필요가 없다. 사용 후, 얼마 뒤에야 눈여겨보았다. 티슈 박스를 돌려보니 각 면마다 잔잔한 기쁨을 주는 메시지가 적혀있었다는 사실을.
티슈가 사람들에게 주는 메시지다.
I'm there when you're sad./ Love, tissue-당신이 슬퍼 눈물이 나면 내가 닦아줄게요./친애하는 티슈가.
I'm there when you're sick./ feel better, tissue -당신이 혹, 감기에 걸려 콧물이 글썽거릴 때도 내가 닦아 주죠./ 흔쾌를 바랄게요, 티슈가
I'm there when you run out of toilet paper./ you're welcome, tissue/ 화장지가 떨어지면 금방 갖다 드리죠. / 나의 기쁨이에요, 티슈로부터.
I'm there when you need to pick up icky things./ Kindly, tissue. /더러운 것(찝찝한 것)들을 치워야 할 때도 내가 해 줄게요./ 친절한 티슈죠.
평소에 티슈를 팍팍 뽑아서 막 써대며 살았다. 티슈가 전하는 메시지를 확인한 뒤로는 종이 한 장도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티슈 한 장씩을 뽑아 쓸 때면 가끔은 감기로 콧물을 훔치고 있었다. 어떤 때는 눈물을 찔끔거릴 때도 티슈를 무작정 잡아당겼다. 티슈가 없을 때는 너무 아쉬웠고, 더러운 것도 말끔히 치울 때도 필요한 친절한 티슈였다. 어느 날부터 티슈를 한 장씩 쓸 때마다 메시지를 보며 고마워했다.
Trader Joe는 스타벅스만큼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대중적인 인기가 있는 마켓이란 사실은 틀림없다. 많은 사람들이 조아저씨네 문턱을 열심히 드나드는 것은 단지 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올개닉 식품을 사려는 것은 아닐 것이다.
고향집 마켓 같이 작은 매장과 덜 세련된 상품 포장이 주는 정겨움, 직원들의 상냥함, 티슈가 전하는 작은 속삭임들이 조아저씨네가 더욱 좋은 이유일 것이다. 문을 열면 만개하듯 피어있는 꿈속 같은 꽃들의 반김도 빼놓을수 없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조 아저씨네"는 소박함과 정겨움으로 사람들을 끄는 "느낌(spirit)"이 있는 마켓이다. 사람들은 그런 마켓을 들락거리며 그들의 장바구니에 삶을 담기를 즐기지 않을까.
"삶을 담는 장바구니"에는 먹을거리와 기쁨이 함께 공용한다.
하루가 힘들고 괜히 마음이 울적해지면 편한 친구를 찾아가듯, 조 아저씨네로 내가 달려가는
이유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