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의 로고스, 파토스, 에토스 활용법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는 ‘수사학’에서 설득의 3원칙으로 로고스(logos), 파토스(pathos), 에토스(ethos)를 주장했다.
로고스는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것이다. 과거 마케팅은 대부분 이 로고스를 활용했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경우, ‘우리 제품은 경쟁사 제품보다 연비가 뛰어나다, 안전하다’ 등의 논리를 강조한 메시지를 주장했는데 이것이 바로 로고스적인 접근이다.
이에 반해 파토스는 감성적이며 공감을 끌어내는 설득이다. 자동차의 연비와 안전성보다는 자동차가 주는 디자인적인 매력이나 자동차가 지닌 스토리를 전달하면서 공감을 끌어내는 설득 방법이다.
에토스는 윤리적인 면으로, 기업의 신뢰감, 명성, 호감 등을 나타낸다. 커뮤니케이션 과정으로 보면, 일종의 발신자 효과라고 볼 수 있다. 기업의 윤리경영, 사회공헌 활동, ESG 등과 관련이 많다.
아리스토텔레스가 2,300여 년 전에 강조한 설득의 법칙이지만, 이 시대 PR 마케팅의 설득 커뮤니케이션에서도 자주 활용되고 있다. 1980년대 마케팅 초창기에 주로 로고스에 치중했다면, 2000년대에는 로고스는 기본이며, 여기에 에토스와 파토스가 추가해 설득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초코파이 하면, ‘말하지 않아도 알아’라며 ‘정(精)’을 강조한 오리온의 광고 CM이 아직도 귓가에 쟁쟁하다. 그런데 오리온은 초코파이에 처음부터 ‘정(情)’을 넣지 않았다. 제품 출시 후 15년 뒤인 1989년에 브랜드명에 ‘정(情)’자를 넣었다.
왜 그랬을까? 초코파이의 전략을 아리스토텔레스의 설득 전략인 로고스(logos), 파토스(pathos), 에토스(ethos)를 관점으로 정리해보겠다.
1974년, 초코파이가 태어났다. 오리온에서는 서양의 한 과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파이에 초콜릿으로 코팅한 초코파이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초코파이는 당시 이런 희귀한 제품을 처음 본 소비자에게 큰 인기를 얻어 금새 빅히트 제품이 되었다. 촉촉한 파이에 말랑말랑하고 달콤한 마시멜로가 든 과자, 거기에 초콜릿으로 코팅한 과자 초코파이다. 제품의 특징을 로고스적으로 접근했다.
1989년, 초코파이는 큰 시련을 겪었다. ‘초콜릿으로 만든 파이’ 초코파이가 경쟁사에서도 생산되기 시작하며 오리온 초코파이는 경쟁력을 점점 잃게 되었다. 게다가 초코파이는 타사와 브랜드 전쟁이 발생하여 법적 분쟁까지 치달으며, 결국 초코파이는 ‘초콜릿으로 만든 파이’라는 보통명사로 결론을 맺음으로 분쟁은 끝이 났다. 오리온은 한때 초코파이 생산 중단까지도 검토했다.
그러던 중 오리온은 새로운 전략을 시도했다. 바로 브랜드명에 ‘정(情)’자를 넣어 타사 초코파이와 차별화시키는 전략이다. 초코파이는 이제 ‘초콜릿으로 만든 파이’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는 ‘정(精)의 매개체’로 만들자는 브랜드 전략이다. 오리온은 대대적인 ‘정(精) 캠페인’을 전개했고, ‘초코파이정(精)’은 다시 정상에 우뚝 섰다. 소비자와 감성으로 소통한 파토스적 접근이었다. 설득 전략을 바꿨다.
2008년, 오리온은 제과업계에서 최초로 특별한 시도를 한다. 당시 아이를 둔 부모들은 첨가물이 많은 가공식품을 꺼리기 시작했다. 많은 부모들이 과자를 자신의 아이들에게 간식으로 사주지 않았다.
오리온은 고심 끝에 합성첨가물을 제로화하고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 3대 영양소를 65:15:20으로 맞춘 건강한 과자를 만들자는 ‘닥터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건강한 과자를 만들자는 프로젝트다. 그래서 초코파이 포장지에도 닥터유 마크가 있다. 오리온의 신뢰를 높이는 에토스적 접근이다. 이렇게 설득 전략은 로고스와 파토스를 거쳐 에토스로 진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