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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사라 Jul 12. 2024

남들보다 빨리 시작한 인생 후반전

 난 ‘정성스럽게’라는 부사를 참 좋아한다. 정성스럽게 차려 먹고 정성스럽게 차려입는다는 느낌이 좋다. 내가 발레와 요가를 좋아하는 이유도 한 동작 한 동작이 정성스럽게 이루어져야만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이다. 빠르지 않아도 좋다. 천천히 손끝 발끝까지 정성스럽게 하면 된다. 


 매일 나를 위해 정성스럽게 식탁을 차린다. 정성스럽게 식물을 기른다. 정성스럽게 내 몸을 다스린다. 나를 귀히 여겨야만 내 인생도 귀한 것이 된다. 정성스럽게 내 인생을 꾸민다. 인생을 마주하는 태도도 늘 정성스럽다. 하루하루 정성스럽게 보내면 일주일이, 한 달이, 일 년이 빼곡하게 꾸며진다. 이렇게 정성스럽게 내 인생을 꾸려 나가다 보면 나는 사랑스러운 할머니가 되어 있지 않을까? 

 남들보다 좀 더 빨리 시작한 인생 2막 덕분에 출발선이 엄청나게 앞서 있다. 다른 사람은 아무도 모르는 엄청난 비밀 하나를 혼자 알고 있는 느낌이랄까?

 자연은 항상 정답을 준다는 것, 언제나 회복할 수 있다는 것, 인생은 시(詩)라는 것.


병원에서 썼던 시인데, 공모전에 수상하면서 나에게 기쁨을 줬던 소중한 글이기도 하다.




반만 열리는 창


살자고 온 이가 죽겠다 뛰어내릴 일도 없는데

병실 창은 반만 열린다


서있을 힘도 없는 이가 고꾸라질 일도 없는데

병실 창은 반쪽만 열린다


멀거니 앉아 반만 열리는 창을 보고있자니

여전히 하늘은 눈물나게 맑고

바람은 시원하게 불고

눈치도 없이

아카시아 내음까지 풍기는구나


반만 열리는 창도 창이구나

반만 있는 내 가슴도

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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