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같은 글 쓰는 방법
바쁜 현대인을 위한 두 줄 요약
짧은 문장으로 속도를 내고, 긴 문장으로 힘을 준다.
일관된 내용으로 독자의 예상을 쌓아 올리고, 특이한 내용으로 예상을 깨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재밌는 글에는 리듬감이 있다. 글이 노래도 아닌데 뭔 리듬감인가 싶겠지만, 리듬감은 글도 신나게 만든다.
심지어 글이 노래보다 리듬 만들기도 쉽다. 문장 길이와 이야기 전개만 조절하면 된다. 리듬감이 좋은 글은 롤러코스터와 같다. 독자를 신나게 만든다. 그럼 리듬감 있는 글 쓰는 방법을 알아보자.
리듬감의 첫 번째 비결은 완급조절이다. 완급 조절은 빨랐다 느려졌다를 반복하는 것이다. 롤러코스터는 빠르게 내려갈 때가 재밌다. 그렇다고 롤러코스터가 출발하자마자 떨어지면 스릴이 덜하다. 높은 곳으로 천천히 올라가며 긴장감을 쌓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롤러코스터는 먼저 천천히 올라가며 긴장감을 쌓고, 빠르게 내려가면서 긴장감을 짜릿함으로 만든다. 이게 완급조절이다.
두 번째 비결인 변칙성은 ‘예상을 쌓고 깨는 전개’다. 처음에는 재밌는 코스도 계속되면 지루하다. 아무리 재밌는 롤러코스터도 같은 코스를 반복하면 금방 지루해진다. 지루하지 않으려면 예상 밖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처음에는 한 번에 떨어졌다면, 그다음에는 여러 번 떨어지던지 빙빙 돌던지 해야 한다. 그래야 지루할 새가 없고, 다음이 기대된다. 이게 변칙성이다.
글의 리듬감도 완급 조절과 변칙성에서 나온다. 문장과 흐름 두 차원에서 살펴보자.
우선 문장은 짧게 나누고, 힘줄 때만 길게 쓴다. 특히 첫 문장은 짧게 쓰자. 독자의 관심을 끌기도 전에 긴 문장이 나오면 부담스럽다. 사람은 문장 단위로 글을 읽는다. 그래서 문장이 길면 독자의 호흡도 길어진다. 긴 호흡은 느리지만 독자를 집중하게 만든다. 반면, 짧은 문장은 짧은 호흡으로 시원시원하게 읽히는 글을 만든다. 긴 문장만 있으면 글이 너무 느려진다. 독자가 답답하다고 느낀다. 반면 짧은 문장이 반복되면 단조롭다. 글이 뚝뚝 끊긴다. 그러니 짧은 문장들 사이에 긴 문장을 섞자. 시원하면서 이어지는 글이 된다. 이 문단이 그렇다. 단문 사이에 복문이 있다. 문장 길이가 변칙적이라 글이 쉽고 재밌다. 리듬감이 있다. 참고로, 문장 길이를 바꿔가며 리듬감을 쌓은 다음, 마지막에는 이 문장처럼 살짝 버거울 정도로 문장을 길게 써서 마무리에 힘을 실을 수 있다. 봐라. 이게 리듬의 힘이다.
둘째, 글의 흐름은 독자가 익숙해질 때쯤 예상을 깨 준다. (보고서는 중요한 내용 순이니 예외다.) ‘기승전결’ 구조의 이야기를 예시로 들겠다. 우선 ‘기’와 ‘승’에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이야기에 익숙해진다. 하지만 익숙해지면 이야기가 예상이 된다. 예상되는 이야기는 지루하다. 그러니 ‘전’에서 독자의 예상을 깨주자. 올라가던 롤러코스터를 갑자기 떨어지게 만들자.
예상이 산산조각 난 독자는 놀란다.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글에 집중한다. 이처럼 변칙성은 독자를 글 안으로 끌어당긴다.
내 동료를 예시로 들어보겠다. (기) 우리 회사 개발팀은 야근이 일상이다. (승) 그래서 기획자 조 씨는 아메리카노를 달고 산다. 매니저 오 씨는 아침마다 라테를 들고 출근하고, 개발자 이 씨는 저녁마다 핫식스를 마신다. 모두들 인상을 쓰며 카페인으로 밤 10시까지 버틴다. (전) 그런데 개발자 백 씨는 커피도 없이 일주일째 밤을 새우고 있다. 심지어 늘 웃고 있다. 왜 백 씨만 다른지 궁금하지 않은가? 그가 우리의 예상을 깨는 변칙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독자의 예상을 깨면 호기심이 생긴다. 호기심은 글을 계속 읽게 만든다. 이게 변칙의 힘이다.
나는 수업에서 이 예시를 종종 든다. 폰을 보던 수강생도 백 씨 얘기가 나오면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본다. 변칙이 이렇게 강력하다.
이제 당신도 리듬감 있는 글을 쓸 수 있다. 독자가 신나는 글을 쓸 수 있다. 두 가지만 명심하자. 첫째, 짧은 문장으로 속도를 내고, 긴 문장으로 힘을 준다. 둘째, 일관된 내용으로 독자의 예상을 쌓고, 특이한 내용으로 예상을 깨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완급조절과 변칙성이다. 이해했는가? 축하한다. 이제 누구나 당신 얘기에 귀를 기울인다.
참고로, 백 씨가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 아직도 궁금한 독자를 위해 정답을 공개하겠다. (결) 그는 다음 달에 퇴사한다. 훨씬 좋은 회사로 이직한다. 그의 동력은 희망이다. 이게 이야기를 닫고 여운을 남기는 ‘결’이다. 훌륭한 ‘결’을 만드는 방법은 다음 글에서 다룬다. 팔로우하면 알림 드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