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달리오의 '원칙' 뜯어보기 - 1
똑똑한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신가요?
레이 달리오의 책 '원칙'을 읽으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인생을 솔직하고 현실주의적으로 살아가는 방법도 알려줍니다. 제가 삶의 지침으로 삼는 책 중 하나입니다.
이 책은 레이 달리오가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세운 삶의 5가지 원칙을 다룹니다.
의사결정을 다룬 제 글들도 이 책을 간접적으로 많이 참고했습니다.
레이 달리오가 말한 첫 번째 원칙이 바로 '극사실주의자가 돼라'인데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대응하라는 뜻입니다. 이 내용은 의사결정 시리즈에서도 '켈리 공식'이라는 이름으로 다뤘습니다.
레이 달리오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에 맞춰 대응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왜 그래야 하는지를 가볍게 설명하고 넘어갑니다. 노력하면 극사실주의자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말합니다.
그런데 레이 달리오가 간과한 점이 있습니다. 사실주의자가 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행동경제학 논문을 설명한 글에서 다뤘듯, 사람들은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못합니다.
'객관적이고 사실적으로 현실을 바라봐라' 말은 쉽지만, 정말 어렵습니다.
그래서 1) 왜 못할지, 2)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 고민해 봤습니다.
두 가지를 잘해야 합니다. 현실을 1) 많이 2)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사람들은 '많이' 아는 것에만 집중하지, '정확히' 아는 것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많이 알지만, 틀린 것도 많이 알게 되고, 결국 판단은 많이 해도 정확도가 크게 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왜 극사실주의자가 되지 못할까요? 책에서는 그 문제를 자세히 다루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큰 장애물 두 가지가 있습니다. 추측과 욕망입니다.
추측이나 욕망은 현실과 다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를 자주 잊어버리고 잘못된 정보에 입각해서 행동하는 바람에 손해를 봅니다. 두 케이스를 살펴봅시다.
흔히 행복회로라고 합니다.
이 문제는 특히 선거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군소정당 소속 후보, 혹은 무소속 후보들은 보통 선거운동 시작부터 끝까지 지지율이 낮은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기적적으로' 자신이 당선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들 합니다. 또 다른 예시로, 사람들은 같은 주식도 자신이 소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주식 가격은 내 희망과는 무관하게 춤을 춥니다.
모두 자신의 욕망이 현실을 왜곡한 경우입니다. '현실이 이렇다'와 '현실이 이랬으면 좋겠다', '현실이 이래야 한다'를 헷갈린 경우입니다. 인간의 본성을 부정하고, 당위만을 주장하면 장기적으로 이익을 보기 어렵습니다. 소련이 망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본성적으로 이타적이기만 한 소련의 인간상은 당위 내지 소망이었지 현실은 아니었습니다. 현실을 부정한 끝에, 집단농장의 산출량은 처참했고, 공장의 생산량도 처참했으며, 모두의 삶도 그렇게 되었습니다.
욕망과 현실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이 둘을 혼동하면 왜곡된 선택을 하게 됩니다.
이 내용은 책에서 다루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람은 멘탈 모델(정신모형)을 가지고 현실을 이해합니다. 사람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이해하지 않습니다. 현실은 복잡한데 우리는 시간도 에너지도 지식도 부족하니 현실을 추상화한 모형을 대신 활용하지요. 이를 멘탈 모델이라고 합니다. 우리말 표현으로는 '세계관'에 가장 가깝습니다.
멘탈 모델은 현실보다 훨씬 단순하기 때문에 실용성이 좋습니다. 우리가 하루하루 기온을 정확하게 알지 않아도, 사계절이라는 멘탈 모델을 활용하면 내일 날씨를 '대충' 예상할 수 있듯이요.
멘탈모델이 간편해서 실용적이지만, 어디까지나 '대충'입니다. 모델은 현실을 단순화했기 때문에 완벽하지 않고, 이 때문에 항상 오차가 발생합니다. 즉, 내 지식은 불완전하며, 따라서 현실은 내 생각과 다르게 흘러갈 수 있습니다. 봄이지만 추운 날이 있듯이요.
하지만 사람들은 틀릴 가능성을 간과합니다. 게다가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은 불쾌한지라, 틀릴 가능성을 외면하기도 합니다.
주식 거래 전략 중에는 stoploss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어느 이상 손실이 나면 손절하는 전략입니다. 물론 스탑로스를 할 일이 없으면 가장 좋습니다. 항상 이득만 보는 거래를 할 수 있으면 좋죠. 하지만 삶이 그렇게 되지는 않으므로, 틀릴 가능성을 대비해야 합니다. 리스크를 대비하는 방법은 책 '블랙 스완'을 다룰 때 얘기해 볼게요. (알림 받으시려면 구독!)
내 욕망/추측을 현실과 혼동하는 경향을 경계해야 합니다. 그래야 극사실주의자가 될 수 있습니다.
욕망과 현실을 분간하려면, 내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야 합니다. 내가 보유한 주식이 오를 것 같다면, 팔았다고 상상하고 다시 한번 예상해 봐야 합니다. 혹은, 내 상황이 아니라 생각하고 3인칭으로 고민해 보는 방법도 좋습니다.
추측과 현실을 분간하려면, 내 예상이 틀릴 가능성을 떠올려봐도 좋습니다. 그리고 그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할지 고민해 봐야 합니다. 음주 운전이나 무단횡단을 하고 싶을 때 재수 없으면 어떻게 될지 고민해 보는 것처럼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문제해결의 시작점입니다.
잠깐, 글이 재밌나요?
매주 똑똑해지는 실용적인 팁을 드릴까요?
설득, 마케팅, 글쓰기 등 현대인의 필수 스킬을 알려드려요
지금 구독하고 새 글 알림을 받아보세요!
참고 자료
- 책 '원칙', 레이 달리오 (교보문고)
- 레이 달리오 사진 By Web Summit - HM1_7481, CC BY 2.0,
이런 글도 좋아하실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