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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디 Sep 15. 2024

주식 손절이 어려운 심리학적 근거

행동경제학 논문이 알려주는 인간의 판단능력

주식을 손절하지 못한 적 있으신가요?

분명히 손절가에서 털기로 다짐했는데도 털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다가 손해만 키운 적 있으신가요?

주식이 아니더라도, 다짐한 계획대로 행동하지 못해서 슬펐던 적 있나요?


괜찮습니다. 

손절을 어려워하는 것은 인간 본성이니까요. 이 문제를 다룬 논문도 있어요. 오늘은 이 논문을 함께 읽어봅시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행동경제학 논문인데요, 왜 우리가 계획대로 주식을 손절하지 못하는지 설명해 줍니다.


논문 제목은 '의사결정 정책을 지킬 때 생기는 행동 문제'(Behavioral problems of adhering to a decision policy)이고, 여기서 읽을 수 있습니다. 


논문이기 때문에 엄청 쉽지는 않지만, 제가 쉽게 설명해 드릴게요. 믿고 따라오시죠.


논문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혹시 제 예전 글에서 설명한 '경마 분석가' 실험 기억하시나요?

정보의 양이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전문 경마 분석가 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입니다.


경마 분석가에게 경주마의 정보 5가지(전적과 기록, 무게 등)를 주고, 경주 결과를 예측하게 했습니다. 그다음에는 정보를 10개, 20개, 40개로 늘려가며 더 많은 정보로 다시 결과를 예측하게 했습니다.


경주마들의 기록과 체중 등을 분석한 자료집 "오늘의 경주"  (한국마사회, 오늘의 경주)

분석가들이 더 많은 정보를 활용했을 때 예측이 더 정확했을까요? 

정보를 5개 활용했을 때 보다, 40개 활용했을 때 정확도가 더 높았을까요?


놀랍게도 정확도는 늘지 않았습니다.

정보를 5개 활용했을 때와 10개, 20개, 40개 활용했을 때 모두 정확도는 16% 정도로 같았습니다.

정보가 많아도 정확도가 전혀 늘지 않았죠.


하지만 정말 신기한 점은 분석가들의 자신감입니다.

이들은 정보가 늘어날수록 본인 예측에 더 많은 확신을 가졌습니다.

정확도는 전혀 늘지 않았지만, 예측이 정확하다는 확신은 50% 넘게 증가했죠.


더 많은 정보가 정확도는 올리지 못해도, 자신감은 키운다것이 결론입니다.


즉,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 실력과 실제 우리 실력은 차이가 있습니다. 이러한 자기 과신 문제는 경주마의 전적 같은 큰 의미가 없는 정보가 늘어날 때 더 심해집니다.


이는 우리가 '똑똑해진 느낌'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주죠. 더닝 크루거 효과의 훌륭한 예시라고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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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이 경마사 실험의 출처가 이 논문입니다. 그리고 경마사 실험만큼이나 흥미로운 실험이 여럿 담겨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도박 선호도 실험'입니다.


승률과 상금이 다른 도박들이 있을 때, 사람들은 승률(=기댓값)이 높은 도박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직접 도박을 할 때에도 승률이 높은 도박에 돈을 많이 걸었을까요? 


아닙니다. 사람들의 실제 행동은 말과 달랐습니다. 상금이 큰 도박에 돈을 가장 많이 걸었거든요. 승률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해놓고 말이죠.


사람들이 말한 대로 행동한다고 믿으면 안 됩니다. 출처: 지리 강사 이기상 선생님 강의

사람들이 말한 대로 행동한다고 믿으면 안 됩니다. 거짓말을 해서가 아니라, 정말로 말할 때와 행동할 때 판단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라스 베가스의 Four Queens 카지노에서 진행한 실험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줍니다. 사람들은 두 가지 도박을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합니다. 각각의 승률은 이렇고요.

도박 A:
- 11/12 확률로 칩 12개 획득
- 1/12 확률로 칩 24개 획득
도박 B
- 2/12 확률로 칩 79개 획득
- 10/12 확률로 칩 5개 손실

도박 A는 승률이 높고, 도박 B는 승률은 낮지만 낮은 확률로 큰돈을 벌 수 있습니다.

둘 다 나름의 매력이 있지요. 피실험자들도 둘 중 하나를 해야 한다면 어느 쪽을 하겠냐는 질문에, 참가자들의 선호는 반반으로 갈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두 도박에 돈을 걸어보게 하자, 참가자들은 말과 다르게 행동했습니다. 도박 A를 고른 사람의 87%가 실제로는 도박 B에 더 많은 돈을 걸었거든요. 

왜 그랬을까요? 실험 참가자들의 행동을 분석해 본 결과, 전략을 짤 때와 행동으로 옮길 때 사용하는 기준이 다르다고 하네요. 즉, 분석할 때에는 승률을 기준으로 삼지만, 실제로 돈을 낼 때에는 상금의 크기를 기준으로 삼은 것입니다. 논문에는 비슷한 실험이 몇 개 더 있지만, 충분히 설명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정리하자면, 사람은 분석과 행동이 모순되지만, 이를 인지하지 못합니다.


즉, 전략을 짜도 그대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논문에서는 자신의 전략을 충실히 따르려면 상당한 수준의 숙련된 사고가 필요하고 말하네요. 전략을 짜는 게 문제가 아니라, 짜봤자 지키지도 않는다는 겁니다.


그런데, 혹시 전략보다 그때그때 임기응변으로 행동하는 게 더 낫지는 않을까요? 인간의 직관과 동물적 본능, 케인즈가 얘기한 야수의 정신으로 내리는 결정이 전략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잖아요.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그때그때 내리는 판단은 사소하고 관련 없는 외부 조건에도 영향받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판단력은 일관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좋은 예시로, 논문에 따르면,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똑같은 X레이 사진을 다시 진찰할 때 20% 확률로 해석을 바꾼다고 합니다. 


또한, 사람은 혼자 있을 때보다 여럿이 함께 있을 때 더 위험한 결정을 내리고, 돈을 잃는 등 상황이 불리하다고 느낄 때 위험을 더 많이 감수한다고도 합니다. 현실에서 내리는 결정은 수많은 요인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관련 없는 요인과 심리상태에 영향받습니다. 결론은 명확합니다. 우리는 갈대처럼 흔들리는 존재입니다.


우리가 떨어지는 주식을 손절하지 못하는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우리는 분명 손절가라는 전략을 정했지만, 막상 그 상황이 되면 전략을 따르지 않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나만 그런 게 아닙니다. 원래 사람은 전략을 따르는 일을 어려워합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부족한 판단력을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까요? 논문에서는 설명하지 않았지만, 의사결정을 다룬 유명한 책들을 읽어보며 3단계로 방법을 정리했습니다.


1단계: 전략 수립, 2단계: 의도 결정, 3단계: 가정과 예외 명시입니다.

각각의 전략은 다음 글에서 자세히 알아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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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Slovic, P. (1973). Behavioral problems of adhering to a decision poli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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