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원주의, '물은 H2O인가?' (장하석)
세상에는 몇 가지 정답이 있을까요? 시험문제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보통 정답은 한 가지라고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시험문제와 달리, 현실의 문제는 답이 정해져 있지도 않고, 내가 찾아낸 것이 정답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여러 개의 그럴듯한 답들이 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배운, '정답 찾기 기술'은 복잡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에 부족함을 깨닫게 됩니다. 그렇다면 복잡한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오늘은 위 질문의 답(중 하나)인 '다원주의'를 소개드리겠습니다.
오늘 소개할 책은 장하석 교수의 '물은 H2O인가?'입니다. 이 책은 18세기 과학혁명 중에 화학자들이 물의 구조를 발견한 과정을 살펴보며, 어떻게 새로운 발견이 일어나는지 살펴봅니다.
당시 화학자들은 여러 가설들을 제기했고, 그중 일부는 생존하여 지금까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맞는 가설 하나가 살아남고 나머지는 폐기하는 방식으로 과학이 발전하지는 않았습니다.
의외로 화학은 옳고 틀린 가설이 합쳐지면서 발전했죠. 맞는 가설에도 허점이 많았고, 그 허점은 틀린 가설로 보완되었기 때문이죠. 현재 우리가 가진 지식은 발견하기까지, 옳고 틀린 가설 모두의 역할이 중요했다는 뜻입니다. 책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플로지스톤주의자들은 비록 매우 설득력 있거나 유익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지만, 그들이 존속했다면 적어도 질문들은 살아났을 것이다. (5.2.3.3)
틀려 보이는 이론이라도 나름대로 쓸모가 있다는 것이죠. 이런 다양한 종류의 이론, 혹은 사고방식을 모두 가지고 활용하는 것을 다원주의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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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주의란 무엇일까요? 흔히들 다원주의를 '너도 맞고 나도 맞고 다 맞다'라고 이해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책에서 설명하는 다원주의는 '이렇게도 생각해 보고, 저렇게도 생각해 보면 더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다'에 가깝습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닙니다.
다원주의에는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그 이유는 발견하기 전까지는 무엇이 옳은지 알 수 없고, 어떻게 발견하는지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책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과학적 발전의 경로는 예측 불가능하므로, 다수의 탐구 방향들을 열어두고 그중 한 방향이 우리를 정당으로 이끌기를 바라는 것이 이롭다. (5.2.4)
옳다는 확신이 생기기 전까지, 새로운 생각은 낯설고 이상하며 틀리게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말해, 낯설고 이상하고 틀려 보이는 것들을 살펴봐야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다원주의를 실천하는 방법으로 저자는 '증식하기(proliferate)'를 제안합니다. 증식이란, 유행 혹은 주류 시스템이 아닌 대안 시스템을 육성하는 것입니다. 사회 전체가 한 방향으로만 생각하는 대신, 여러 가지 가설과 사고방식을 가지고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죠. 마치 다양한 동식이 사는 정원을 관리하듯이요
언제 필요할지 몰라 가방에 수많은 물건들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부상이라 하죠? 당장 필요한 물건이 아니더라도 일단 들고 있다 보면, 언젠가 유용하게 쓸 수 있으니까요. 다원주의적 사고방식은 보부상과 비슷한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원주의는 단 하나의 설명으로 세상을 설명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현실을 인식하고 결정을 내릴 때도, 한 가지 시각에만 의존해서는 안됩니다. 이런 다원주의적 사고를 실용적으로 활용한 것이 바로 멘탈 모델입니다.
멘탈 모델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세상을 개개인이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곳으로 바라볼 수도 있고, 관성에 따라 움직이는 곳으로 볼 수도 있으며, 아니면 무작위로 일이 벌어지는 곳으로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시각 하나하나가 멘탈 모델이며, 이를 활용하여 세상을 바라보면 문제의 핵심에 더 빨리 다가갈 수 있습니다. 망치 10개를 가진 사람보다 망치, 렌치, 톱, 드라이버를 하나씩 가진 사람이 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완벽한 멘탈 모델은 없습니다. 멘탈 모델 하나하나는 추상화된 세상이므로 세상을 완벽히 반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세상을 다양한 방법으로 추상화해서 바라보는 다원주의적 접근법을 사용해야 합니다. 찰리 멍거도 '격자틀 사고'를 소개하며 비슷한 얘기를 했습니다.
찰리 멍거가 얘기한 '격자틀 사고(latticework thinking)'은, 다양한 관점을 활용하는 사고방식입니다. 경제학, 심리학, 생물학, 수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핵심 멘탈 모델을 익히고, 이들을 엮어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죠. 이것이 바로 복잡한 현실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정확히 판단하는 기반이 됩니다.
격자틀 모델이 무엇인지, 이를 배우면 어떤 장점이 있는 다음 글에서 다룰게요. 구독하고 알림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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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한 자료
- 물은 H2O인가?, 장하석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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