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행사를 넘어 문화로 확장되길
지금은 트로트 시대다. 미스트롯으로 시작된 트로트 열풍은 미스터트롯으로 폭발했다. 사실상 tv조선이 트로트 부흥을 만들었다. 트로트는 더 이상 ‘성인가요’나 ‘전통가요’로 치부되지 않는다. 각종 미디어에서 나오는 트로트는 ‘힙’한 문화가 됐고 그만큼 트로트를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아졌다. 어른들의 문화였던 트로트가 모든 세대가 즐기는 주류문화가 됐다는 것은 문화가 다양해지는 긍정적인 현상이다. 이런 점에서 트로트의 부흥이 반갑다.
하지만 마냥 트로트의 부흥이 마냥 개운하지만은 않다. 트로트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트로트는 지역을 행사를 돌며 돈을 벌어오는 공간으로 여겨왔다고 생각한다. 트로트 문화의 경쟁력을 키우기보다는 지역의 행사를 돌며 돈을 버는 수단으로 트로트는 사용돼왔다.
지역방송국 PD로 일을 시작했을 때 처음 촬영을 갔던 곳은 ‘광양 숯불구이축제’라는 행사장이었다. 축제에서 가요 공연이 있는데 이를 촬영했다. 트로트 가수들이 연이어 올라왔다. 트로트 가수들은 커다란 검은 벤을 타고 와 ‘광양 시민 여러분’으로 시작하는 멘트를 시작으로 공연을 했다. 자신의 히트곡에 ‘광양’을 넣어 개사했다. 행사를 많이 해 본 경험치가 드러났다. 트로트 가수들은 2~3곡을 부르고 다시 검은 벤을 타고 행사장을 떠나갔다. 트로트 가수들은 행사들을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다. 주요 미디어에서 키운 인지도를 바탕으로 지역 행사를 도는 것, 트로트 가수들의 주요한 수익 구조였다.
지역방송국에서 일하다 보면 세상에 정말 트로트 가수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사무실에 있다 보면 트로트 가수들과 그들의 매니저들이 비타민 음료를 들고 사무실을 돌며 CD를 나눠준다. 지역방송국이 제작하는 라디오부터 가요쇼는 이들 트로트 가수에게 주요한 무대이기 때문이다. 지상파 본사와 종편들이 트로트를 다루지 않고 있던 시기에도 지역방송국은 계속 트로트를 다뤄왔다. 다만 트로트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지는 못하고 어른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작해왔다. 트로트 가수들은 지역방송국과 관계를 형성해야 지역방송국이 주관하는 행사에도 올라갈 수 있다. 트로트 가수들의 주요 무대는 결국 지역의 행사들이었다.
지역 행사에 오르기 위한 다른 방법은 지역에 관한 노래를 만드는 것이다. 진성의 ‘안동역에서’는 안동에서 큰 행사를 하면 빠지기 어려운 노래다. 그래서 노래에 지역 정보를 담아 만드는 경우가 많다. 여수를 담은 노래가 ‘여수밤바다’만 있는 게 아니다. 여수에 유명한 ‘오동도’ ‘여수바다’ 등을 활용한 노래들이 꽤나 있다. 이는 여수 지역 행사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는 확률을 높여주는 노래이다. 트로트는 아직도 문화보다는 행사를 이용한 비즈니스에 가까운 형태를 보여준다. 트로트가 다양화되면서 뻔한 이야기가 아니라 다양한 소재와 이야기를 담은 곡들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소재로 즐길 수 있는 곡들이 나오고 있는 게 다행이다.
미디어에 나오는 트로트 가수의 전형적인 모습은 지역을 행사의 공간으로 만든다. 행사의 여왕 혹은 제왕이라고 불리는 유명한 트로트 가수들은 행사를 위해 하루에 2000km를 뛴다고 말한다. 지역을 순회공연 돌 듯이 하루 만에 쓱 훑고 서울로 돌아간다. 미디어에서 보이는 트로트 가수의 모습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지역을 그저 짧은 소비의 공간으로 인식하게 한다.
반면 원로 트로트 가수들은 서울의 고급 아파트에서 노년을 즐긴다. mbc ‘사람이 좋다’나 tv조선 ‘마이웨이’ 같은 프로그램에서 비치는 원로 트로트 가수들의 모습은 서울 부유층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게 아니면 실패 후에 지방에 조용히 사는 경우도 있다. 실패하면 꼭 지방에 산다.
미스터 트롯이 성공한 이후에 트로트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제시됐다. 현재 트로트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로 기존 트로트의 틀을 벗고 전 세대가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됐다고 이야기한다. 앞으로 트로트도 기존의 틀을 계속해서 넘어서야 앞으로도 지속 가능하다는 전망을 제시하곤 한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넘어서야 할 것이 지역 행사 위주의 트로트 문화이다. 지역에는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은 행사가 있다. 다양한 행사들은 잠깐 분위기를 띄우는 용도로 트로트를 사용하고 트로트 가수 역시 그 정도 역할을 하며 돈을 번다. 트로트가 분위기 띄우기 용이 아닌 문화로, 노래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행사가 아니라 공연으로 관점을 넓혀가야 한다.
최근 보이는 변화는 긍정적이다. 미스트롯 진 송가인의 콘서트는 흡사 가왕 조용필의 공연을 보는 듯한 스케일을 보여주며 트로트를 수준 높은 공연으로 소화했다. 또한 미스터트롯 진 임영웅의 앨범도 음원 스트리밍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트로트가 행사를 넘어 문화로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트로트가 소비가 아닌 문화로 자리 잡길 바란다. 그래야 지역을 소비의 공간으로 삼았던 트로트 문화가 개선될 것이다. 그러면 지역은 트로트 행사를 넘어 더 다양한 축제들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