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광고 논란이 반가운 이유

by 서성우

바야흐로 #협찬의 시대

우리는 언제부터 이토록 성실하게 #협찬임을 밝히는 #협찬의 민족이었을까. 요즘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협찬을 붙인 게시글들이 자주 보인다. 누군가로부터 금전적 지원이나 물품을 제공받았을 때 그런 사실을 #협찬으로 알리는 행위인 것이다. #협찬의 의미는 '내가 지금 올린 게시글은 어느 회사에서 돈을 받은 거니까 그 회사의 의도가 담긴 걸 수 있어. 그러니까 적당히 걸러서 받아들이면 돼.'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협찬을 붙이는 건 유명한 연예인이 아니어도 그렇다. 팔로워가 어느 정도 있는 우리 주변의 지인도 #협찬을 붙이고 아나운서 같이 직업이 공인인 사람도 #협찬을 붙인다. 누군가로부터 지원을 받은 게시글에는 여지없이 #협찬을 붙인다. 바야흐로 #협찬의 민족이라고 부르는 게 이상하지 않은 시대다.


#협찬이 뜨거운 주제로 떠오른 건 한 유튜버가 회사로부터 지원을 받고도 콘텐츠에 지원받은 사실을 밝히지 않은 사건 때문이었다. 일명 뒷광고 논란이다. 한 먹방 유튜버가 음식을 먹는 대신 돈을 받고 음식을 먹었다. 시청자들은 '돈 받고 음식 먹는 거 아니냐. 그러면 광고인 걸 밝혀라'라고 했다. 뒷광고 논란이 터지면서 해당 유튜버는 구독자가 감소했고 사과를 했다. 엄청난 사건이었다. 인플루언서들은 모두 화들짝 놀라서 콘텐츠에 '유료광고'를 표시했다. 콘텐츠에 일종의 색인이 붙었다. 이건 유료로 지원을 받은 거니까 적당히 걸러서 들으세요. 다른 리뷰들도 많이 알아보세요. 너무 맹신은 하지 마세요. 이처럼 유료광고를 표기한 콘텐츠는 어느 정도 심리적인 거리감을 시청자들에게 만들어줬다. 대신 유료광고 표시가 없는 콘텐츠는 대신 시청자들에게 그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다른 의도 없이 시청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유료광고 없는 콘텐츠의 힘으로 작용하게 됐다.


#내돈내산 혹은 #협찬

나는 #협찬의 시대가 반갑다. 나에게 협찬이 붙어서 반가운 건 당연히 아닐 테고 인플루언서들이 열심히 #협찬을 적는 게 도대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인플루언서들이 #협찬을 적도록 만든 사회적 분위기가 반가웠다. 인플루언서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콘텐츠의 정보를 제대로 가려내고자 하는 의지가 지금의 현상을 만들었다. 이거 제대로 된 정보 맞아? 음식을 먹은 리액션이 부자연스러운데 혹시 돈 받고 그러는 거 아냐? 이처럼 소비자들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콘텐츠의 진정성을 진단했다. 그렇다고 협찬 콘텐츠를 사람들이 싫어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즐겁게 콘텐츠로서 소비하지만 그 의도를 알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콘텐츠에 진정성이라는 의미가 크게 작용하는 현상이 반갑다. 그동안 콘텐츠의 의도를 알 수 없었기에 진정성 있게 만들려는 노력이 조명받지 못했다. 이번 계기를 통해 진정성 있게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힘을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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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사과를 했다. 유튜버가 이렇게나 많았구나 싶을 정도로 생전 처음 보는 유튜버들이 사과 릴레이를 했다. 최대한 꼼꼼하게 광고 표시를 한다고 했는데 그중에 놓친 부분이 있다거나 그게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다시는 그런 일이 없게 하겠다고 말했다. #협찬의 시작이었다. 유튜버들은 성실하게 유료광고를 표시했다. 수많은 유료광고 표시를 보다 보니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유료광고의 늪에서 살았는지 새삼 깨달았다. 뒷광고 논란 이후로 유료광고 표시는 구체적으로 대놓고 하게 됐다. 유튜브는 두 가지 콘텐츠만 남게 됐다. 내돈내산과 (내 돈 내고 내가 사서 리뷰하는 것) 협찬 콘텐츠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우선 나도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 어? 협찬받았나요? 뭘로?라고 물어볼 수 있지만 협찬 같은 걸 받아봤으면 좋았겠다. 다만 지역지상파 방송사에서 피디로 일하면서 뒷광고를 받은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누군가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으면서 제공받은 사실을 표기하지 않았다. 그러니 죄송할 따름이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지역 방송사에는 제법 다양한 제작지원금들이 연결돼있다. 이름은 제작지원금이라고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유튜버들이 하는 뒷광고보다 더 광고가 아닌 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제작지원금은 그냥 '뒷광고'일 뿐이다. 뒷광고의 중심에는 지자체의 홍보 예산이 있다. 지자체는 관광이나 정책 같이 홍보를 해야 하는 일이 있다. 지자체는 홍보 예산을 매년 지자체 예산 안에 책정해놓는다. 이런 지자체 홍보 예산을 지역 방송사가 받아와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이다. 지자체는 방송사에 홍보 예산을 주면서 제작을 의뢰하고 방송사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방송을 내보낸다. 방송사는 제작비에서 남은 것을 수익으로 만들어낸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지자체의 홍보는 지자체가 원하는 대로 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자체는 본인들이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한다. 예를 들어 관광을 홍보하고 싶다면 지역에서 관광지로 좋은 곳을 소개하고 지자체가 관광 활성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성과를 내는지 말한다. '우리는 이렇게 잘하고 있고요 앞으로도 더 나은 미래가 있을 거예요' 같은 샤방샤방한 프로그램이 나온다. 그런데 관광 분야에도 좋은 부분만 있을까? 그렇지 않다. 오버투어리즘이나 젠트리피케이션 같은 문제는 관광지 어디나 발생하는 현상이다. 특히 여수는 더 심했다. 그런데도 관광지의 문제점은 제대로 진단할 수 없었다. 그거야 당연하게도 시장이 나와서 이야기하는데 면전에 두고 비판을 듣기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건 그 밑에 있는 실무 공무원 선에서 정리가 된다. "저희 시장님이 싫어할 것 같아요."


사실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이 참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방송 프로그램을 공무원과 협업해서 만든다. 말이 협업이지 시에서 불편한 게 있으면 진척이 안된다. 시장의 눈치를 보는 공무원이 시장이 거슬릴만한 내용을 보고할 생각조차 안 한다. 피디가 와서 이런저런 걸 한다고 해봤자 곤란한 표정만 지을 뿐 대화를 통한 협업이 안된다. 그래서 프로그램은 '우리 지역 대단해요~놀러 와요~최고예요~'같은 찬사를 내보낸다. 소위 열심히 빨아주기만 하면 된다. 아무리 제작지원을 밝히더라도 내용 자체가 시에서 원하는 대로 나가기 때문에 이건 뒷광고 수준을 넘어서서 관언유착에 가깝다. 시청자가 프로그램 내용을 시가 주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까? 제작지원을 했다고 하면 제작비만 지원해줬겠거니 생각하지 내용 전반에 시의 영향이 있다고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시청자가 내용의 의도를 모르는 이상 분명한 '뒷광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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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정책을 홍보하는 프로그램은 더 문제다. 정책이야 말로 찬반이 갈리고 명과 암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책 프로그램을 제작하면 정책을 열심히 찬양하기만 한다. 북한 방송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정책은 비판을 수용해서 더 완벽하게 가다듬는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다. 그런 정책을 찬양해서 이익을 얻는 건 표를 생각하는 시장밖에 없다.


순천시의 청년 정책 프로그램을 촬영하러 갔다. 지역에는 청년이 떠나는 문제가 심각하게 다가왔다. 일자리가 없고 문화가 부족해 대도시로 청년들이 빠져나가면서 지역은 계속 인구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마다 청년 정책을 담당하는 기구를 두면서 청년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왔다. 순천시도 마찬가지로 청년을 위한 정책을 펼쳤는데 이 정책들의 결과를 짚는 프로그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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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창고라는 청년몰에 갔다. 순천시가 자랑하는 청년 창업 공간이었다. 공간이 만들어진지 2년 정도가 지났고 어느 정도 성과도 나왔다. 이곳을 촬영해서 순천시의 청년 정책이 효과적이었다는 것을 보여주자는 게 촬영의 목적이었다. 그런데 왠 걸. 청춘창고에는 손님이 많이 없었다. 점포도 빈 곳이 꽤 있었다. 청춘창고를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은 생기를 잃은 생선 같았다. 그 음습한 기운이 공간 전체에 깔려있었다. 수습기간이었던 나는 촬영을 나왔던 국장님과 별개로 청춘창고를 헤집고 다녔다. 한 가게 사장님에게 말을 걸었다.


"제가 이상한 건지 뭔가 다들 다운돼보여요."

"요즘 비수기인 데다 처음 오픈했을 때보다 장사가 많이 안돼서 다들 힘들어해요.

그만두고 나가는 친구들도 꽤 있어요."


청년몰이라는 게 처음 세간의 주목을 받을 때는 오픈 효과라는 게 있다. 언론에서도 많이 조명하니까 다들 한 번쯤은 구경삼아 가본다. 하지만 청년몰이라는 게 여러 가지 가게들이 모여있는 공간이다 보니 특색을 하나로 규정하기 어렵다. 그래서 장사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뾰족한 특색이 없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속적으로 손님을 끌기가 어렵다. 지금 청춘창고에는 오픈 이후의 활기가 많이 사라진 상황이었다. 뭔가 대책이 필요해 보였다.


그럼에도 우리는 청춘창고의 문제에 주목하지 않았다. 프로그램이 시사 프로그램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리 프로그램은 순천시의 청년 정책이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만 담아내면 됐다. 지금 청춘창고의 문제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눈과 귀를 닫고 청춘창고의 우수성을 촬영했다. 고용 유발 효과가 어떻고 매출이 얼마다라는 좋은 결과만 보여줬다. 그러는 사이 청춘창고는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놓쳤다. 발길이 끊긴 청년몰을 어떻게 살려낼 것인지 공론화하지 못한 채 청춘창고는 우수한 청년정책의 프레임에 갇혀버렸다.


녹화 당일이 됐다. 순천시장과 순천 청년 4명이 출연했다. 녹화는 정해진 순서대로 정해진 이야기를 잘 담아냈다. 시장과 청년들은 준비된 대본대로 대답을 했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녹화는 끝났다.


순천시 청년 정책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모든 정책에는 비판이 필요하다. 그래야 더 좋은 정책으로 발전할 수 있다. 정확한 비판을 하는 것이 언론사와 언론 종사자의 존재 이유다. 그런데 지자체의 제작지원금은 건전한 비판을 불가능하게 만들어버린다. 지역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잘못된 구조였다.


시민들은 시에 지방세를 낸다. 시는 시민이 낸 지방세로 방송사에 돈을 주고 시에서 원하는 이야기만 한다. 시민의 돈으로 시에서 원하는 이야기를 하는 데 돈을 쓴 것이다. 지역 공영방송사는 잘못된 현실을 방조하고 있었다. 이런 지역 홍보예산을 kbs지역총국, 지역민방(sbs), 지역mbc가 갈라먹는다. 어느 곳에 더 많은 부분을 주면 다른 방송사에서 난리가 났다. 그래서 시에서는 균등하게 홍보예산을 나눠줬다. 지역 지상파 방송사 3사가 모두 시에서 내려주는 프로그램을 열심히 제작하고 있었다. 어느 채널을 틀어도 제작지원금을 받은 프로그램을 마주하게 된다. 그러면서 지역민들은 시에서 내리는 일방적인 메시지를 주입받게 된다. <1984>의 빅브라더 같다. 비판은 묵살되고 정부에서 알리고 싶은 메시지만 통용되는 세상처럼 말이다. 그건 모두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됐다. 이런 제작지원금 구조는 지역 민주주의의 역행이고 지역의 발전을 가로막는 암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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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도 뒷광고가 논란이 됐다. <생생정보>같은 정보 프로그램부터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다큐멘터리 3일> 같은 휴먼 다큐멘터리까지 광고주로부터 제작 협찬금을 받고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kbs는 광고주로부터 협찬을 받은 사실을 프로그램에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명백한 뒷광고에 해당했다. 아니, 알렸더라도 내용이 노골적으로 광고주의 의지대로 움직였다면 공영방송의 프로그램으로는 부적절할 수 있다. 건전한 공론장이어야 할 공영방송이 돈으로 살 수 있는 공간이 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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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정보> 같이 음식점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은 광고효과가 크기 때문에 식당에서 돈을 주고 방송을 의뢰한다는 것은 생각해볼 수 있다. 식당에서 광고를 하는 것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것이기에 더욱 익숙하다. 하지만 <다큐멘터리 3일> 마저도 협찬금을 받고 프로그램을 제작했다는 것은 충격적이었다. 나는 <다큐멘터리 3일>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이 프로그램을 보고 피디라는 꿈을 키웠다. 3일 동안 한 공간을 담는 것은 현실을 보여주는 좋은 틀이라고 생각했다. 연출이 많은 방송 프로그램 중에서 유독 생생한 현실을 보여줬던 <다큐멘터리 3일>이었다.


광고주를 유치하는 문구가 참 거슬렸다. '고물상 할머니 등 우리 사회에 뜨거운 임팩트를 남긴 다큐 3일' 고물상 할머니는 돈이 없어 설탕물로 끼니를 버티면서도 자신을 찍는 vj에게 요구르트를 건네주면서 vj를 울렸던 분이었다. 그 장면을 보면서 나도 울고 너도 울고 모두가 울었다. 지금 생각하면서도 또 울컥하게 된다. 그만큼 고물상 할머니의 모습은 사회적 약자의 단면을 보여주면서도 가난에도 불구하고 살아있는 인간의 정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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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3일>이라는 프로그램은 진정성이 핵심적인 요소이다. 무엇을 의도하지 않고 3일 동안 정직하게 사회를 찍어 방송에 내보냈다. 이를 보고 시청자들은 주변에서 보지 못한 현실을 대신 체험하게 된다. 감정을 몰입하고 공감한다. 그런데 '고물상 할머니'를 '임팩트'라고 표현하다니. 임팩트가 있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장면을 보면서 울었으니까. 그래서 사회에 약자들을 생각하게 됐으니까. 그런데 그 장면이 광고주를 유치하는 데 사용됐다. 마치 고물상 할머니도 어느 구호 단체에서 협찬을 받고 섭외한 인물 이게 뜸한 문구다. 우리가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울고 웃었던 건 진짜를 보여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다 광고주님의 의도였다고 생각하면 흐르던 눈물이 중력을 거슬러 다시 눈물샘으로 들어갈 것 같다.


진정성이 중요한 프로그램에서 진정성에 손상을 입게 됐다. 어느 날 <다큐멘터리 3일>을 보고 있다가 누군가 우는 장면이 나왔을 때 우리는 같이 공감하며 눈물을 흘릴 수 있을까? 마음이 뭉클해지다가도 '혹시 광고주의 손길을 거친 건가?'라는 의심이 싹트는 순간 프로그램에 대한 몰입도는 확 깨지게 된다. <다큐멘터리 3일> 제작진 입장에서는 참 힘이 빠질 것 같다. 제작진은 진지한 자세로 사회를 담고자 한다. 다만 어려운 미디어 환경이 프로그램을 판매하도록 만들었다. 그럼에도 지켜야 할 선은 있다. 프로그램의 핵심 가치를 잃으면서까지 광고주에게 판매를 해서는 안됐다고 생각한다. 이건 방송사 광고사업국의 실수다.




잠시 딴 길로 이야기를 새보려고 한다. 광고주가 뒷광고를 하려는 이유가 뭘까? 대놓고 앞에서 하면 되는데 뭐하러 은밀하게 접촉해서 광고를 하는 걸까? 뒷광고가 광고 효과가 더 좋기 때문이다. 한 때 광고학도로서 학부 때 배운 지식을 잠깐 가져와보자면 커뮤니케이션 이론에는 '제3자 효과'라는 것이 있다. 3명의 사람이 있다. A, B, C 중 A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이때 A가 직접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보다 C가 B에게 A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게 더 객관적이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A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사람의 입으로 듣는 게 더 신뢰를 하고 그래서 더 잘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니까 광고도 뒷광고가 더 좋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 광고는 열심히 자기 제품의 잘난 점을 이야기한다. 그 광고를 보더라도 '그렇구나' 정도로 인식만 하게 된다. 하지만 인플루언서 같은 제3자가 제품의 장점을 이야기하면 소비자는 더 잘 믿고 실제 구매로도 이어진다. 온라인 구매 후기나 배달의 민족 리뷰가 작동하는 원리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많은 매체 속에 정보의 진실성을 구별하는 게 어려운 시대다. 정보의 홍수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정보가 너무 많아서 홍수가 난 것처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보가 범람하는 상황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이 정보가 제대로 된 정보인지 식별하는 것이다. 이 정보가 누군가의 의도로 만들어진 게 아닌지 그 의도성을 항상 의심해봐야 한다. 결국 정보의 진정성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배달의 민족에 있는 리뷰를 보는데 이 사람이 정말 맛있어서 리뷰에 좋은 말을 써놨는지 아니면 리뷰를 작성하면 사이다를 서비스로 준다고 해서 적은 건지 알 방법이 없다. 늘어나는 정보 속에서 정보의 진위는 점점 혼탁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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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산지석으로 삼을 사례가 있다. 바로 네이버다. 네이버는 지식in이라는 오픈형 지식 서비스로 초창기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 지식in에는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유용한 정보들이 올라왔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의사결정을 내렸고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네이버가 정보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발판이었다. 그러나 네이버 서비스에도 뒷광고라는 미꾸라지가 등장하게 됐다. 지식in 서비스와 네이버 블로그는 일반 글보다 광고가 더 많은 곳이 됐다. 네이버 블로그 리뷰는 리뷰를 팔아 돈을 버는 블로거지라는 불명예를 얻는 공간이 됐다. 네이버는 정보의 진정성에서 타격을 입었다. 네이버가 신뢰도를 잃으면서 글로벌 기업인 구글은 빠르게 대체제로 부상했다. 80%였던 네이버의 점유율은 50%로 추락했다. 결국 콘텐츠의 신뢰는 매체의 신뢰도를 훼손한다. 사람들이 찾지 않는 플랫폼은 더 이상 플랫폼이 아닌 것이 된다. 정보의 신뢰성 하락은 플랫폼을 망가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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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뒷광고 논란이 반갑다. 콘텐츠와 정보에 명백한 꼬리표를 붙여줬다. 진정성을 가득 담아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사람으로서 진정성이 힘을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되어서 고맙고 혼탁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분별력을 만들어줘서 고맙다. 하지만 지역방송국의 제작지원금 구조는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법적인 문제가 없고 관행이 너무 오래 유지돼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프로그램에 꼬리표를 확인하는 시청자들이 늘어나면서 방송국도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렇게 조금씩 균열이 생기면 변화는 언젠가 다가온다. 지역의 잘못된 관행에도 변화가 올 것이다. 그러면 지역의 민주주에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메시지들이 지역 공론장에 더 오르내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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