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성우 Jun 26. 2017

내가 니트족이 될 줄이야

NEET.  Not currently engaged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교육도 취업도 직업 교육도 안 받는 사람. 시사 상식책에서 영혼 없이 외우던 단어가 어느 순간 강하게 끌렸다. 취업 준비하며 상식으로 외울 때만 해도 몰랐지. 졸업하고도 취업을 못하고 있을 줄은. 졸업 유예를 하고 6개월이 지난 지금, 니트족은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다. 

“두드려도 안 열려” 자포자기…서울대생이 ‘아가리 취준생’ 된 사연 - 동아일보

니트족은 다른 말로 취업 포기자이다. 취업을 포기하는 이유는 취업이 너무 안되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기사에서 사례로 나오는 취준생 4명은 어딜 가도 나무랄 곳 없는 능력자다. 토익이 만점이고 학벌도 다들 상위권인데도 취업이 안된다. 어떤 짓을 해도 안된다. 취업의 기본 스펙이라는 학점, 교내 활동, 대외활동, 어학성적, 인턴, 봉사활동 다 준비돼있는데도 안된다. 더 이상 할 건 없는데 취업은 죽어라 안된다. 서류에 100곳, 200곳 지원해도 단 한 곳도 받아주는 곳이 없다. 뭐가 부족한 것도 없어서 이제는 자신을 탓한다. 취춘기, 취시오패스 같은 정신의 불안 증세가 발병한다. 자책과 우울을 반복하다 결국엔 취업을 포기하게 된다. 




이게 남일이 아니다. 졸업했으니까 학점은 바꿀 수 없다. 3점 후반대의 학점이면 나쁘지 않다. 토익 920점, 2년 동안 잠 못 자가며 학보사 기자로 활동, 6개월 동안 중학생들 멘토링 하는 대외활동, kbs에서 인턴. 이게 내 스펙이다.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나름 열심히도 살았다. 작년 한 해 간절한 마음으로 회사 문을 두드렸다. 언론사와 일반 기업 마케팅, 홍보부서까지. 대략 50군데는 쓴 것 같다. 학교를 다니면서 스터디까지 병행하며 1년을 갈아 넣은 취업 준비 이건만 아직도 준비생 신분이다. 



도대체 뭘 준비해야 할까. 토익이 920점이라 그럴까. 950이면, 990이면 될까. 토익 몇 점 차이가 그렇게 큰 건 아닐 거라 생각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딱히 뭘 더 할 건 없어 보인다. 취업이 안됐으니까, 그래 뭐라도 '준비'는 해야지. 늦은 아침을 먹고 부모님의 눈치를 보며 가방을 들고 도서관을 찾는다. 자리에 앉았지만 나도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무슨 공부를 할까. 책을 읽는다. 소설을 읽고 사회과학 서적을 읽는다. 책을 읽으며 지식을 습득하지만 그때뿐이다. 결과적으로 남는 게 없다. 집으로 돌아와 하루를 돌아본다. 오늘 하루 종일 뭘 한 걸까. 내 손에 남아있는 게 없다. 교육도 안 받고 취업도 안 하고 직업 교육도 안 받는다. 아무리 봐도 나는 니트족인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새벽녘 강변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