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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성우 Jun 20. 2017

새벽녘 강변역

스무 살에서 스물일곱 살로. 재수생에서 취준생으로.

일당직 알바를 하러 새벽부터 서둘렀다. 오전 6시 30분까지 양재역으로 가야 했다. 5시에 일어나 부리나케 출발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새벽 공기. 다큐멘터리에 첫 차에는 의외로 사람이 많다고 나와서 많을 줄 알았는데 구리시에서는 첫 차를 타는 사람이 많지 않나 보다. 텅 빈 버스에서 조금씩 뜨는 태양을 머엉하니 바라봤다.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을 타기 위해 강변역으로 향했다. 2호선 강변역에서 교대역까지 가서 3호선으로 환승해 양재역으로 갈 생각이었다. 강변역에서 교대역까지, 여름이 오고 있는 6월의 중반, 아침이어서 선선보다는 아직은 스산했던 공기, 역 앞의 담배 냄새. 불현듯 스무 살 재수생 시절이 떠올랐다. 교대에 있는 재수학원을 다니던 그때가. 


2010년 6월


스무 살의 6월. 아마 이 시간 이 즈음에 재수학원을 향했던 것 같다. 그때의 공기가 떠올라 조금 울적해졌다. 수능까지 200일. 끝은 있지만 하루의 끝조차 더디게 가던 시절. 그저 이 긴 터널이 끝나길 소망했다. 어둡고 긴 터널을 빠져나오면 눈부신 햇살이 사방에서 쏟아지겠지. 그런 영광의 순간을 기대하며 어둠을 꾸역꾸역 견뎌냈다.


지하철은 한강 다리를 건넜다. 강 너머로 해가 떴다. 동쪽 하늘에서 빛이 눈부시게 발산됐다. 지금 보는 햇살이 스무 살 내가 기대한 햇살일까. 27살이 된 나는 여전히 눈부신 빛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취준의 어둠만 끝나면 정말로 기다리던 환한 빛이 내리쬐리라. 어김없이 그 예상은 빗나갔지만 미련하게 다시 한번 기대를 걸었다. 


이제는 알 수 있다. 이 길의 끝에 내가 바라던 빛이 없을 거라는 걸. 어차피 또 다른 어둠이 새로운 길에 장막을 칠 거란 걸. 그래서 결심했다. 빛을 향하지 않겠다고. 어둠에 적응해 이곳에서 존재 가치를 느끼겠다고. 오지 않을 행복을 위해 지금을 포기하는 미련함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나는 과연 취준생일까. 대학을 수료했고 졸업은 8월에 할 예정, 나이는 스물일곱. 내 주변 또래들은 일을 하고 있거나 일을 구하는 중이다. 일을 하지도 일을 구하지도 않는 나는 뭘까. 아무것도 아닌 나 자체로도 행복할 수는 없는 걸까. 이런 고민이 따라다니지만 크게 불행하지도 불안하지도 않은 지금이다. 100% 행복은 어차피 없으니까. 이 정도의 평안이면 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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