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에서 스물일곱 살로. 재수생에서 취준생으로.
일당직 알바를 하러 새벽부터 서둘렀다. 오전 6시 30분까지 양재역으로 가야 했다. 5시에 일어나 부리나케 출발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새벽 공기. 다큐멘터리에 첫 차에는 의외로 사람이 많다고 나와서 많을 줄 알았는데 구리시에서는 첫 차를 타는 사람이 많지 않나 보다. 텅 빈 버스에서 조금씩 뜨는 태양을 머엉하니 바라봤다.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을 타기 위해 강변역으로 향했다. 2호선 강변역에서 교대역까지 가서 3호선으로 환승해 양재역으로 갈 생각이었다. 강변역에서 교대역까지, 여름이 오고 있는 6월의 중반, 아침이어서 선선보다는 아직은 스산했던 공기, 역 앞의 담배 냄새. 불현듯 스무 살 재수생 시절이 떠올랐다. 교대에 있는 재수학원을 다니던 그때가.
스무 살의 6월. 아마 이 시간 이 즈음에 재수학원을 향했던 것 같다. 그때의 공기가 떠올라 조금 울적해졌다. 수능까지 200일. 끝은 있지만 하루의 끝조차 더디게 가던 시절. 그저 이 긴 터널이 끝나길 소망했다. 어둡고 긴 터널을 빠져나오면 눈부신 햇살이 사방에서 쏟아지겠지. 그런 영광의 순간을 기대하며 어둠을 꾸역꾸역 견뎌냈다.
지하철은 한강 다리를 건넜다. 강 너머로 해가 떴다. 동쪽 하늘에서 빛이 눈부시게 발산됐다. 지금 보는 햇살이 스무 살 내가 기대한 햇살일까. 27살이 된 나는 여전히 눈부신 빛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취준의 어둠만 끝나면 정말로 기다리던 환한 빛이 내리쬐리라. 어김없이 그 예상은 빗나갔지만 미련하게 다시 한번 기대를 걸었다.
이제는 알 수 있다. 이 길의 끝에 내가 바라던 빛이 없을 거라는 걸. 어차피 또 다른 어둠이 새로운 길에 장막을 칠 거란 걸. 그래서 결심했다. 빛을 향하지 않겠다고. 어둠에 적응해 이곳에서 존재 가치를 느끼겠다고. 오지 않을 행복을 위해 지금을 포기하는 미련함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나는 과연 취준생일까. 대학을 수료했고 졸업은 8월에 할 예정, 나이는 스물일곱. 내 주변 또래들은 일을 하고 있거나 일을 구하는 중이다. 일을 하지도 일을 구하지도 않는 나는 뭘까. 아무것도 아닌 나 자체로도 행복할 수는 없는 걸까. 이런 고민이 따라다니지만 크게 불행하지도 불안하지도 않은 지금이다. 100% 행복은 어차피 없으니까. 이 정도의 평안이면 난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