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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를꿈꾸는회계사 Feb 27. 2023

온라인으로 천만원을 번다고?

끝없이 따라오는 기회비용이라는 고민


 프랜차이즈 창업 이후, 회계사 본업 이상의 소득이 발생하면서 성취감도 있었지만 여러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본업의 소득을 이루기까지 수험생활을 포함해 긴 시간이 필요했지만, 창업 이후 같은 소득을 만들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또한 같은 소득이라 해도 업무의 난이도 및 스트레스 정도를 고려해보면 본업의 가성비는 결코 좋지 못했다. 돈에 딱지가 붙는 것도 아니고, 결국 어떻게 얼마를 버느냐가 중요한 문제일텐데 효율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 쯤 생각이 미치자 본업에 대한 애정이 점차 식어갔다. 돌이켜보면 내가 회계사를 선택한 것도 높은 소득 때문일텐데, 높은 소득을 만들 수 있는 더 효율적인 방법이 있다면 당연히 고민해 볼 필요가 있었다. 그 당시 경제적자유, 월 천만원이 일종의 캐치프레이즈가 되면서 상징적 의미를 갖게 되었다. 유튜브만 봐도 20대 초중반의 친구들이 온라인 비즈니스를 통해 월천만원을 달성한 스토리를 흔하게 들을 수 있었다. 똑똑한 유튜브 알고리즘 덕분인지 매일 새로운 성공사례들이  나타나 약을 올렸다.




 예전이라면 그냥 다른 세상, 나와 무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겠지만 그때는 달랐다. 창업을 경험했고 나름의 성공을 이뤘다. 그동안 나의 좁은 시야에 대해 반성했고, 내가 평생 회계사로 살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몰랐던 세계가 있고 이 세계는 훨씬 효율적이고 수익성이 좋은 온라인 비즈니스가 널려 있는 것만 같았다.




 그때부터 각종 온라인 비즈니스에 대해 스터디를 시작했다. 온라인의 무한한 가능성은 늘 매력적이다. 수익형 블로그, 수익형 유튜브, 쿠팡파트너스, 카카오뷰, 스마트스토어, 인스타그램 등 닥치는 대로 시도했다. 물론 쉬울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당연히 시간과 노력의 투입이 필요하겠지만, 저들도 하는데 지옥의 수험생활도 견딘 내가 못할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나마 가장 오래 지속했던 수익형 블로그의 예를 들어보면, 하루 2-3시간 정도 투입이 필요한데 수익성은 처참했다. 게다가 재미도 없고 아무 의미 없는, 그야말로 돈벌이 그 자체이다보니 마지막엔 글쓰는게 지긋지긋했다.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는데 인생에 부가가치가 쌓인다는 느낌이 하나도 없었다.




 가장 고민이 되는 점은 기회비용이었다. 차라리 이 의미없는 시간을 본업에 집중하면 실력도 쌓이고 장기적으로 돈도 따라올텐데, 지금 잘 하고 있는건지에 대한 고민이 끝없이 따라왔다. 오프라인 창업을 할 때는 사무실이 눈에 보이고 직원도 있고 성공에 대한 확신이 있었지만 이건 달랐다. 개인적으로 아무런 가치도 없는 공기청정기 광고 포스팅을 작성하다보면 현타도 보통 현타가 오는 것이 아니었다. 




 이 기회비용에 대한 고민은 결국 온라인 부업, 온라인 비즈니스를 지속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 당시 내 시야가 좁고 내가 모르는 세계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파격적이고 새로운 어떤 것에 도전해야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것 같다. 단군 이래 가장 돈 벌기 좋은 시대라고 하는데 무슨 말인지는 알 것 같다. IT 관련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성실하기만 하다면 시도할 수 있는 온라인 사업이 무궁무진하다. 순수히 돈이 목적이라면 목적적합하기도 하고, 좋은 결과도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돌아갈 곳이 있는 전문직들의 입장에서는 생각보다 심리적 허들을 넘기가 어렵고, 장기적 비전까지 고려한다면 본업의 전문성은 유지하는 게 여러모로 안전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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