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세요. 몸과 마음과 정신 다루기
“김덩이 선생님, 저는 이번에 X 대학 00 전공 박사과정에 입학하게 세모네모라고 합니다. ….”
초짜 교수 1년 차를 막 시작하는 덩이씨의 또 다른 여름, 새롭게 이사온 주의 초특급 습도에 늘어져 있었다. 그럼에도 학교 이메일은 매일같이, 아주, 열일한다.
학연으로 연락이 닿은 세모네모씨는 두근두근 박사과정을 준비하고 있었고, 성실하게도 내가 출판한 논문을 읽고 감상까지 덧붙여 내게 첫 이메일을 보낸 것이었다. 우리는 줌으로 처음 만났고, 그분의 열정은 준비한 질문리스트에서 드러났다. 수업 듣는 준비에서 부터 박사논문은 어떻게 준비하고 썼는지, 방법론은 무엇을 들었는지, 학생 때 논문출판은 어떻게 하는지 등등...박사과정 동안 내가 맞닥드렸음법한 구구절절하게 필요한 질문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빨리빨리 문화에 적응된 다급함도 보였다. 덩이씨는 선택과 집중을 생각하게 되었다. 1시간이라는 시간은 초면에 매우 길면서도 짧다.
1. 나의 생각은 그저 하나의 예시로 작동할 뿐이다. 경험과 삶은 다양한 경로가 있다. 잠시동안 내 학생인 이들도 세모, 네모, 동그라미 각각의 모양으로 다르게 살아간다.
2. 같은 말과 조언이라도 통하는 때가 있다. 다가올 “그때” 필요한 말은 “지금” 아껴두자.
3. 스스로 고민하고 답을 찾는 일이 때로는 더 값지다. 그냥 지켜봐 주고 잘하고 있다는 칭찬만 해도 좋을 때가 있다. [때로는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그 말을 아낄 그 시점을 잘 알아야 한다.
덩이씨는 “지금” 막, 새로운 곳에 정착할 세모네모씨에게 필요한 질문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연구나 논문에 관한 질문은 시간과 경험을 통해 자연스레 답을 찾기도 하니까.
“세모네모씨, 여기 아무도 모르는 곳에 처음 오는 거잖아요. 가족도 없이 혼자. %&@&₩? 같은 질문은 나중에 와서 해도 될 것 같고, 제가 다시 1년 차로 간다면….”
많은 이들이 박사생활은 마라톤에 비유한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안녕한 일상을 위하여 뭐가 필요할까. 1년 차 박사생들과 나누는 대화에서 몇 가지를 강조해 본다.
몇 년 전인가, 한국사회의 인사말에 관한 변화를 다루는 글이 있었다. “식사하셨어요” 를 지나 이제는 “요즘 많이 바쁘시죠” 가 자주 등장하는 인사라고.
학계에도 “바쁨”과 “쓸모”를 연결 짓는 마음과 시각이 널려있다.
그러다 보니 아픈 사람이 많다.
최근 몇 년간 덩이씨는 최애 멘토들의 갑작스러운 수술이나 발병 소식에 충격에 충격받곤 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그분들이 건강하게 오랫동안 학계의 어른으로 있어주시면 좋겠다고. 그래서 덩이씨는 최애 멘토들에게 가끔씩 일이 아닌 안부를 묻기로 다짐했다. 그 때 그 시절 김덩이가 십 대의 감성으로 만났던 영화 러브레터의 힘찬 외침, "오겡끼데쓰까/おげんきですか – 안녕하세요” 를 2020년대에 소환한다. 답장을 바라지 않더라도 그냥 전하는 나의 마음이다.
덩이씨는 세모네모씨가 건강한 몸, 마음, 정신을 갈고닦기 위한 자기만의 루틴이나 주문이 있기를 바란다.
몸과 마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어떨 때 가장 집중이 잘되는지, 어떤 환경에서 읽고 쓰기의 무한 루프를 잘 견뎌 낼 수 있는지, 무엇을 할 때 기분이 전환되고 좋아지는지.
덩이씨는 8시간의 충분한 잠을 자야 성질이 나빠지지 않는다. 그래서 아침형? 저녁형 인간? 남들이 하도 물어서 열심히 고민해 봤다. 이도 저도 아니다. 그냥 8시간 안 깨고 잘 자면 깨어있는 동안 할 일을 잘한다. 잘 자는 것도 복이다.
적당한 유산소 운동을 좋아하지만 강박처럼 매일 같은 시간에 무언가를 꼭 해야 한다는 루틴은 덩이씨가 잘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컨디션 따라 하고 싶을 때 뭐가 됐든 뭔가를 한다. 다만 강박처럼 지킨 한 가지를 꼽자면, 햇살 귀한 겨울에 해 나면 무조건 밖으로 나가 걷는다. 내일이 마감일이라도.
마음 건강은 학생일 때가 교수일 때 보다 좋았다. 그 시절 성적표에서 “올수”와 “양+가”의 극단을 모두 경험해 본 덩이씨는 세상에 얼마나 잘나고 똑똑한 자들이 많은지 상대적으로 일찍 깨달았고, 그럼에도 무사히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적당히 자신에게 만족하고 뻔뻔하게 살아갈 수 있는 필살기도 터득했다.
굳건한 마음 건강을 위한 예시를 들자면, (아, 이것도 논문 쓰는 자의 병이다)
영어로 하는 말이 (행동이나 글 보다) 앎을 표현하는 전부인 것처럼 작동하는 미국적 삶의 양식이 꼴사나울 때가 많았지만, 토종 한국인 박사과정 1년 차 덩이는 아주 뻔뻔하게 생각했다.
라고 주문을 건다.
다 몰라도 괜찮고 잘 못해도 괜찮다. 집떠나 이 먼곳에서 나는 잘 살고 있다.
미국의 의료보험
각각의 보험이 재각각이다. 딱히 누가 가르쳐 주지 않는다. 본인이 쓰는 보험의 coverage가 어떻게 되는지 꼭 확인하길 바란다. 응급실에 갈 일이 없다면 좋지만 꼭 가야 할 일이 생긴다면 얼마 전 로컬 친구에게 배운 팁을 전한다.
일단 가슴을 부여잡고 영어로 말하라... 여기 가슴이 아파요...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요!
(그렇지 않으면 그대는 그곳에서 아무런 보살핌 없이 그저 밤을 지새울지도...)
범죄에 대한 대처방안
최근 연이어 일어나는 캠퍼스 총격뉴스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 뉴스를 보면 알겠지만, 학교 랭킹이나 동네 잘 사는 거랑 상관없이 일어난다. 학교에서 어김없이 날아오는 Police Alert에는 캠퍼스에서 일어나는 도난이나 성범죄 등이 즐비하다. 입학하면 학교에서 실시하는 교육이 있기도 하지만, 관심 있게 관련 정보를 찾아보면 도움이 된다. 비상 연락처 두 개 정도는 꼭 외우고 다니는 것이 좋다.
비자, 내 신분의 고리
많은 유학생들이 학생비자로 입국하고 체류한다 (세모네모씨가 시민권자나 영주권자 신분이라면, 마음의 평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F1 비자가 갖는 제한 사항과 본인이 지켜야 할 일을 꼭 숙지하고 어기지 않기를 바란다. 미국 행정시스템이 그리 좋지 않다. 한국의 최첨단 시스템을 생각하지 말자. 그럼에도 미국의 SEVIS 기록은 오래 남는다. 자신에게 필요한 서류를 자주 검토하고 업데이트하는 것은 필수다. 가끔 시스템 상의 누군가 잘못 처리해서 당사자인 개인이 피해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학교의 International Office에서 제공하는 공지나 오피스아워를 잘 챙겨서 이용하길 바란다.
참고로, 트럼프 2.0 정권에서는 외국인학생 비자를 이유 없이 취소한 사례가 많았다. 2025년 전국적으로 집계된 사례는 아래 기사의 맵으로 확인 가능하다.
박사유학을 미국으로 오는 요인 중 하나가 학교의 재정지원이기도 하다. 1-2년도 아닌 긴 시간의 기회비용과 졸업 후 인문사회계 박사 연봉 (미국의 전공별 임금격차는 심각하다. 물론 기업에서 잘 대우받는 박사님들도 있다), 비싼 미국 학비를 감안할 때, 장학금이나 대학원조교 일을 통한 지원 없이 박사유학을 결정하기는 힘들다. 경제적 사정에 대한 걱정 없이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는 분들은 예외라 할 수 있겠다.
트럼프 2.0 시대 대학은 여러 면에서 재정적 타격을 받았고, 예산 삭감 플랜에서 가장 먼저 고려되는 대상은 학과에서 지원하는 학생펀딩이었다. 사실 지난해 다양성과 형평성에 관한 연구를 위해 박사 유학을 고민하는 학생과 상담한 적이 있다. 지금 미국이 격변의 상황이니, 다른 국가를 알아보던가, 지원하더라고 학교에서 재정지원이 없다면, 한국에서 일을 해 보고 다음에 다시 도전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 같다고 내 생각을 전했다. 만약 박사과정을 펀딩없이 시작했다면, 학교 내의 각종 연구 관련 센터나, 프로젝트 펀딩이 있는 교수를 찾아 학비면제와 Stipend를 보장하는 자리를 찾을 수도 있다. 월급 받는 박사과정생에 관해서는 다른 편에서 자세히 다루어 보겠다.
세모네모씨처럼 Full Funding을 약속받고 오는 거라면 매우 축하할 일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자신의 여가생활과 연구와 학회 참여를 내부 외부 fellowship과 그랜트 펀딩을 1-2년 차에 미리 알아 두는 것도 유용하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덩이씨처럼 나 홀로 유학 나오신 세모네모씨에게 강조한 사실이 있다.
나를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기
사실 이 글에서 전하는 팁 또한 덩이씨의 커뮤니티를 통해 얻게 된 자산이다.
다음 편에서는 커뮤니티와 관계에 대해서 쓰려고 한다.
https://brunch.co.kr/@professor-kim/4
#건강 #일상
#미국대학원 #박사과정
[커버 이미지 출처]: http://www.freeimageslive.co.uk/free_stock_image/shape-bricks-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