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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타리카 치즈

PURA VIDA_011

by 지구숲지기




주말엔 거의 나와 소피만 집에 있다. 마리 씨도 다른 곳에서 보내시고, 에스떼반은 토요일까지 일을 하고, 일요일엔 여자친구를 만나러 나간다. 평상시 같으면 나도 토요일에 4시까지 수업이 있지만 학교 소독을 한다고 해서 오전 수업만 하고 끝이 났다. 지난 주말만 해도 마트에도 가고 소피와 시티몰에도 가서 쉰 것 같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쉴 수 있었다.

점심으로 토스트기에 식빵을 구워서 전날 Feria에서 산 치즈를 넣어 먹고, 역시 전날 학교에서 생일 파티를 하고 남은 케이크도 조금 잘라먹었다. 사실 케이크는 한국이 훨씬 맛있다. 빵도 마찬가지이다. 여기는 아직 제빵 기술이 덜 발달했다. 빵이고 케이크고 달기는 또 엄청 단데, 내 입맛에는 별로 안 맞는다. 정말 살 팍팍 찔 것 같은 맛이다. 한국에서 제빵 기술 배워 와서 여기에서 장사를 하면 어떨까 싶다. 아니면 그냥 체인점을 하나 낼 수만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이곳 사람들은 하루에 두 번씩은 커피와 함께 빵을 먹는다. 아마 파리바게트 같은 빵집이 하나 들어오면 엄청 잘 될 거다.

치즈는 짜지 않고 맛있었다. 덜 짠 것부터 짠 것까지 종류가 다양해서 살 때 조금씩 시식하게 한다. 생산지가 모두 이곳인지는 모르겠다. 나는 내가 원하는 만큼의 치즈 한 덩어리를 샀는데, 그냥 적당히 잘라서 먹으면 된다. 소피 말로는 치즈를 구워 먹으면 더 맛있단다. 다음에는 그렇게 먹어 봐야지. 한국에서는 저런 치즈를 안 파니 여기에 있을 동안만이라도 자주 사서 먹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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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니 책상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아이브로우와 연필을 깎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이브로우 먼저 깎기 시작했다. 다 깎아놓고 떨어뜨려서 한 번을 더 깎아야 했다. 연필을 다 깎고 나서는 스케치북에 그림을 좀 그릴까 했는데 조금 그리다가 귀찮아져서 그만뒀다.

사촌들과 잠깐 나갔다 온 소피가 심심하지 않았냐고 물어봤는데 심심하지 않았다고 했다. 정말로 안 심심했다. 소피는 사촌이 아주 많다. 그리고 알라후엘라는 수도가 아니라서 그런지 친척들끼리 웬만하면 다 한 지역에 모여 산다. 우리 옆집에도 우리 집을 사이에 두고 모자가 살고 있다. 소피의 언니 멜리도 걸어서 5분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살고, 마리 씨와 자매지간인 욜란다 선생님도 5분 거리에 사신다. 한국처럼 친척들이 멀리 떨어져서 살지 않는다. 좋은 풍습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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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으로는 Feria(페리아)에서 사 온 plátano(쁠라따노)를 해 먹었다. 소피에게 어떻게 요리하는지 물어봤는데, 아주 간단했다. 적당히 자른 후에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뒤집어 가면서 익히기만 하면 끝이다. 소피와 쁠라따노를 나눠 먹었는데 소피는 쁠라따노에 소스를 뿌려 먹었다. 이름이 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여기에서는 약간 노란빛을 띠고 버터맛이 나는 그 소스를 빵에도 발라 먹고, 샐러드에도 뿌려 먹고 온갖 것들과 함께 먹는다. 주로 빵에 많이 발라 먹는데 나는 느끼해서 못 먹겠다. 쁠라따노는 질감은 약간 고구마와 비슷한데 새콤한 바나나 맛이 난다. 한 끼 대용으로도 괜찮다. 오븐에 굽는 것도 맛있다. 개인적으로는 오븐에 익혀 먹는 쪽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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쁠라따노는 보통 저렇게 두 가지 방법으로 잘라서 해먹는데 나는 칼질을 잘 못해서 그냥 동그랗게 자르는 게 편하다. 익힐 때 좀 귀찮기는 하지만.



(120).JPG 오늘의 기록_20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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