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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타리카 시장 'Feria'

PURA VIDA_010

by 지구숲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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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고양이 미야우는 밥을 혼자 먹는 법이 거의 없다. 배가 고프면 사람을 부른다. 집에 사람이 아무도 없으면 어쩔 수 없이 혼자 먹겠지만. 아무튼 미야우는 항상 작은 소파 앞에서 밥을 먹는데 사람이 그 소파에 앉아야 식사를 시작한다. 가끔은 만져줄 때까지 기다릴 때도 있다. 이 날은 내가 식탁에 앉아 시리얼을 먹고 있었는데 미야우가 와서 내 앞에 앉았다. 그리고 내가 시리얼을 먹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봤다. 내가 일어나자 미야우도 어디론가 가버렸다. 뭐냐 이건. 품앗이라도 하자는 건가. 밥 먹을 때 서로 지켜봐 주기. 흠, 나는 괜찮은데 말이지. 그나저나 고양이랑 같이 살다 보니 고양이를 제대로 찍기는 정말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 사진을 찍을 때면 표정이 특히나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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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처음으로 한국 문화 수업을 했는데, 첫 시간이기도 하고 학생들 흥미도 유발할 겸 한지로 한복 접기를 했다. 학생들도 무척 즐거워 했고 나도 즐거웠다. 나중에 안드레스나 소피에게 가르쳐 줘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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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현지 직원과 함께 은행에 갔을 때, 직원이 내 여권을 보더니 얼마 전에 생일이었냐고 물었었다. 그랬다고 하고 넘어갔는데 문화 수업이 끝나고 사무실로 돌아와 다른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에 갑자기 생일 파티가 시작됐다. 감사한 일이다. 생일 덕에 대접을 세 번이나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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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금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큰 장이 선다고 해서 현지 직원인 로즈와 함께 시장에 갔다. 그 전에 로즈 집에 가서 로즈의 어머니, 남동생, 남편과 함께 차를 타고 시장에 갔는데, 코스타리카에서 다른 사람 집에 가본 건 처음이었다. 로즈는 여동생이 둘, 남동생이 하나 있는데 자매들이 하나같이 예쁘게 생겼다. 그리고 다들 닮았다.

코스타리카에서는 이렇게 서는 장을 'Feria(페리아)'라고 하는데 재래시장이라고 해야 할지, 뭐라고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국으로 치면 농수산물시장이나 도매시장 정도 되는 것 같다. 지역마다 한 군데씩은 있는 것 같은데 규모가 매우 크고 야채나 과일, 치즈 등이 엄청 싸고 신선하다. 그래서인지 현지인들도 이곳에서 장을 많이 본다. 나는 2,3주에 한 번 정도만 가서 장을 봐오면 될 것 같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는 아니라 조금 아쉽다. 온갖 야채와 과일이 있었고, 처음 본 과일들도 많이 있었다. 여기를 다녀오고 나니 일반 마트나 슈퍼에 가서 과일을 사는 돈이 아까울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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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ria에서는 야채나 과일뿐만 아니라 군데군데에서 주스도 판다. 코코넛도 이렇게 바로 자리에서 사 먹는다. 이렇게 안에 든 즙을 다 먹고 나면 윗부분을 잘라 줘서 속도 먹을 수 있게 해준다. 로즈 씨가 나와 박 선생님께 먹어 보라고 사주셨는데, 나는 코코넛을 처음 먹어 봤다. 맛은 괜찮았지만 내 취향은 아니었다.

Feria에서 딸기, 치즈, 고구마, 그리고 plátano(쁠라따노)를 샀다. 바나나처럼 생긴 걸 쁠라따노라고 하는데 바나나는 아니다. 딸기는 로즈 씨가 선물이랍시고 사주셔서 5,000원 정도만 들었다. 쁠라따노의 맛은 바나나와 비슷하지만 대부분 요리해서 먹는다. 적당히 잘라서 30분 정도 오븐에 넣어 두면 먹기 좋게 익는데,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익혀 먹는 것보다 오븐에 익혀 먹는 게 더 맛있는 것 같다. 앞으로 자주 사다 먹을 것 같다. 치즈도 마찬가지이다. 처음에는 생긴 것만 보고 '두부는 아니겠지만 정말 두부 같이 생겼네.'라고 생각했다. 너무 맛있다. 여기 와서 먹어본 것 중에 제일이다. 한국 가면 저런 치즈는 팔지 않으니 여기 있을 동안만이라도 많이 먹어 둬야지. 사실 우유와 치즈는 늘 있어야 한다. 매일 둘 중 하나는 꼭 먹는 편이다.



(114).JPG 오늘의 기록_20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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