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RA VIDA_009
이곳의 하늘은 참 파랗다. 하지만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보기 힘든 것 같다. 며칠 동안 관찰한 결과 구름이 없는 날은 없었다. 주로 산 주위에 구름이 잔뜩 끼어있다. 그래도 좋다. 나는 구름이 예쁜 하늘도 좋아하니까.
욜란다 선생님께 색연필을 어디에서 사야 하냐고 여쭤봤더니 위치를 가르쳐 주셨다. 학교 가는 길에 문구점이 있었다. 거의 학교 옆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나름대로 이곳저곳 열심히 본다고 보고 다니는데도 아직까지는 눈에 잘 안 들어온다. 아마 두세 달은 지나야 지리도 대충 머리에 들어오고 어디에 뭐가 있는지 감이 잡힐 것 같다. 엄청난 길치에 방향치이기에 이 정도는 당연히 감수하고 왔다. 그래도 혼자서도 잘 다니고 여행도 곧잘 하니 사는 데 큰 지장은 없다. 가끔 곤혹스럽거나 짜증 날 때가 있기는 하지만.
한국에서 무게 때문에 못 가져온 물건들과 이건 코스타리카에도 있을 법해 안 가져온 물건들이 많은데 후자 중 안 가져와서 아쉬운 물건들은 대부분이 학용품이다. 이곳에 와서 든 생각인데 중남미에 핫트랙스나 아트박스, 카카오프렌즈샵 셋 중에 아무거나 하나라도 차리면 대박 날 거다. 아.....여기 온 지 2주도 안 되어 사업 아이템이 샘솟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자본이 없다.
오후에는 학교에 가서 은행에서 송금을 하고 영수증과 함께 비자 관련 서류를 제출하러 학교 본 캠퍼스에 갔다. 같이 일하는 선생님과 차로 이동한 덕분에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집에 가는 길에는 Leiton's Store라는 곳에 들렀는데 이곳은 문방구라고 해야 할지, 학용품과 장난감이 같이 있었다. 직원에게 색연필을 한 자루 살 수 있냐고 물었더니 팔지 않는다고 했다. 처음에는 내가 색연필이 필요하다고 했더니 세트로 보여 줘서 이거 말고 빨간색이 필요하다고 하니까 볼펜을 가리켰다. 아니라고 하면서 이곳에서는 색연필 하나는 안 파냐고 물었더니 팔지 않는다고 했다. 이럴 수가! 문화 충격이었다. 빨간색 색연필과 검은색 볼펜, 스프링 노트, 칼이 필요해서 간 거였는데 결국 빨간색 색연필 대신 양쪽으로 쓸 수 있는 색연필 세트를 샀다. 학용품 가격은 한국과 비슷하지만 질이 훨씬 떨어진다. 종이도 너무 얇다. 아쉬운 대로 사다가 써야겠지만 다음에 한국으로 휴가 가면 학용품 왕창 사 와야겠다.
나는 코스타리카 문방구에 갔다 왔지만 내가 산 물건들은 브라질산 색연필과 페루산 볼펜, 인도산 스프링 노트와 중국산 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