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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타리카 은행

PURA VIDA_008

by 지구숲지기




이곳은 지금 꽃 천지다. 매일 다른 꽃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소소한 행복이다. 코스타리카는 건기와 우기밖에 없다. 건기는 여름, 우기는 겨울이라고 한다. 지금은 건기인데, 하지만 이곳의 몇몇 사람들은 지금을 '봄'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단다. 꽃만 본다면 정말 완연한 봄이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꽃을 사랑하는 우리 엄마와 함께 볼 수 없다는 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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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 수업이 끝나고 욜란다 선생님께서 나에게 점심을 대접하겠다고 하셨다. 전날 선생님께서 마리 씨의 미용실에 앉아 계신 걸 봤는데, 그때 마리 씨가 내 생일이었다는 이야기를 하신 모양이다. 집에서 1분쯤 거리에 Taco Bar(따꼬 바르)라는 식당이 하나 있는데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늘 지나가면서 맛있을 것 같긴 한데 저기도 비싸겠거니 하고 안 들어갔었다. 하긴 그러고 보니 나는 모든 끼니를 거의 집에서 해결해서 밖에서 밥 먹을 일이 별로 없다. 아무튼 선생님의 차를 타고 그 식당에 갔는데 참치로 추정되는 생선을 시켰다. 선생님이 주문하신 것과 같은 것으로 주문했고, 이 식당은 식사를 시키면 샐러드바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두 명이 먹었는데 한화로 5만 원 정도 나온 것 같으니 역시나 비싼 식당이었다. 그렇지만 다행히 그만큼의 값을 하는 식당이었다. 맛있게, 배부르게 잘 먹었다. 요란다 선생님께도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했다. 소피에게 가족들의 생일을 몽땅 물어봤었는데, 나중에는 선생님의 생일도 여쭤 봐야겠다.

선생님과 식사를 하면서 이곳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선생님은 한국에 대해서도 많은 질문을 하셨는데, 내가 일하는 학교의 새 학기가 시작되면 한국어 수업을 수강하고 싶다고도 하셨다. 나는 이곳에서 수다를 떨 사람이 별로 없기에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게 늘 즐겁다. 물론 아직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없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무언가 소통이 된다는 게 신기하다. 빨리 내 스페인어 실력이 늘었으면 좋겠다. 선생님은 내가 아주 빨리 배워서 나와의 수업이 즐겁다고 하셨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일주일에 4일만 수업을 들으니 3일은 복습을 해야겠다.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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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가서는 현지 직원에게 도움을 청해서 은행에 갔다. 비자 때문에 100달러를 계좌 송금한 영수증이 필요했다. 내가 한국에서 받아온 것은 임시 비자이고, 이곳에서 다시 정식 비자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식 비자가 나오는 데에만 6개월 정도가 걸려서 장기 체류를 해야 하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 임시 비자를 받아 입국한다. 그래서 은행 ATM에서 돈을 찾아야 했는데 BCR(코스타리카 은행)에서는 내 카드의 돈을 달러로 찾을 수 없었다. 현지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다른 은행에 갔고, 그곳에서는 달러로 찾을 수 있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이곳 은행에서 3달러의 수수료가 붙고, 내 계좌인 하나은행에서 전체에서 1%의 수수료를 또 떼 간다. 정말....아까운 돈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수수료는 시티은행이 더 싸다고 하던데 한국 들어가면 시티은행 카드를 꼭 만들어야겠다. 그나마 하나은행은 외국에서 체크카드를 사용하면 캐시백이 된다고 한다.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다. 나중에 옷을 사거나 할 때 카드를 사용해 봐야겠다.

ATM에서 달러를 찾은 후에 은행 창구에서 계좌 송금을 하려고 했는데 은행원이 계좌번호가 잘못됐다고 했다. 현지 직원과 은행원이 빠르게 이야기해서 잘 못 알아들었지만, 아무튼 우리가 입금하기를 원하는 계좌와 이 계좌가 다르다고 했다. 그래서 확실히 하기 전에는 이 계좌로 입금을 해줄 수가 없다고 했다. 스페인어를 잘하시는 다른 선생님과 통화를 해보고 결국 그 분과 다음날 다시 오기로 했다.

코스타리카의 은행은 나라 은행과 개인 은행으로 나뉜다고 한다. 나라에서 운영하는 은행은 두 군데이고 나머지는 다 개인 은행인데 개인 은행의 서비스가 더 좋고 업무 처리 시간도 조금 더 빠르다고 한다. 현지 은행은 보통 줄이 엄청 길다. 특이한 것은 지난번에 내가 BCR 다른 지점에 갔을 때는 번호표를 뽑아서 순서를 기다렸는데, 학교 옆에 있는 지점은 번호표를 뽑는 기계가 없어서 정말 아날로그 식으로 일 처리를 한다는 거다. 사람들은 줄을 서 있다가 의자에 자리가 나면 온 순서대로 앉고, 한 사람이 빠지면 옆 자리로 이동하고 또 한 사람이 빠지면 또 이동한다. 끊임없는 이동의 연속이다. 정말 낯선 풍경이었다. 그리고 코스타리카에서는 대부분 은행 안에서 핸드폰을 사용할 수 없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경비원이 핸드폰을 사용하지 말라고 한다. 지금은 덜 하지만 과거에 강도들이 전화로 은행 안과 밖에서 연락을 주고받고 은행의 돈을 훔쳐간 일이 많아서 그렇게 됐다고 한다.

어쨌든 굳이 BCR에 가야 되는 것이 아니라면, 그냥 다른 개인 은행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나의 경우에는 보통 은행에 갈 일이라고는 ATM기에서 달러를 찾은 후에 콜론으로 환전하는 것밖에 없어서 아무 은행에나 가도 된다. 그래서 이제는 BCR에 가지 않는다.



(100).JPG 오늘의 기록_20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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