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RA VIDA_013
오후에 소피가 시내에 같이 갈 거냐고 물었다. 정확히는 centro(쎈뜨로:중심지)에 갈 거냐고 물었는데 시내 정도로 표현하면 되려나. 학교 앞의 큰 공원을 포함한 그 일대를 centro라고 칭하는 것 같다. 소피는 토요일에 신을 구두를 사야 한다고 했는데, 학교에서 발표를 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검은색 하이힐이 필요하다고 했다. 딱히 할 일도 없고 해서 간다고 했다. 오후 4시 반쯤 마리 씨와 소피와 함께 걸어갔는데, 다행히 날씨가 많이 덥지 않았다.
'Best brands'라는 신발 가게인데 가방도 조금 있다. 코스타리카 시내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소피는 물건 살 때 고민을 많이 하는 스타일인 것 같다. 평소에는 지나가다가 예쁜 물건을 보면 그냥 그 자리에서 산다고 했지만, 중요한 발표가 있어서 격식을 차려입고 싶었나 보다. 그래서 과장이 아니고 정말로 신발 가게를 열 군데는 돌았는데 결국 적당한 구두를 찾지 못했다.
이 나라는 계절이 여름만 있는데도 사계절 신발을 다 판다. 여름용 신발도 많지만 부츠나 겨울용 신발도 많다. 옷은 안 그러던데 신발은 그냥 패션으로 다들 아무거나 신는 건가. 하지만 내 눈에는 예쁜 신발이 극히 드물었다. 그렇게 많은 신발들을 보았는데 예쁘다고 생각한 신발은 딱 두 켤레뿐이었다. 색깔만 화려하지 디자인이 뭐 거의 똑같다. 한국 신발들에 비하면 다소 밋밋한 편이다. 그런 데다 가격은 한국보다 비싸다. 튼튼해 보이기는 한다.
나는 한국에서 신발을 딱 세 켤레밖에 안 가지고 왔다. 운동화와 슬립온, 그리고 한복 입을 때 신는 구두 한 켤레. 운동화는 덥고, 구두는 정말 평소에는 신고 다닐 수가 없어서 주로 슬립온만 신고 다니는데 발이 슬립온 모양으로 탔다. 조만간 신발을 한두 켤레 사야 할 것 같다. 수업 있는 날에 신을 편한 단화와 5월부터 본격적으로 우기가 시작되면 신을 샌들을 사야겠다.
신발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트에도 들렀고, 마리 씨가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이스크림도 사주셨다. 소피는 안 먹는다고 했는데, 왠지 구두를 사지 못 해서 조금 속상해 보였다.
마트에 들러 산 계란. 여기에서는 계란을 저렇게 4,5개씩 소량으로도 판다. 식빵을 사둔 지 좀 됐는데 아직 많이 남아서 식빵을 대각선으로 잘라 계란옷을 입혀 프라이팬에 몽땅 구웠다. 사실 식빵 튀김을 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자면 일이 너무 커지니...아무튼 가족들하고도 나눠 먹고, 남으면 데워 먹으려고 그렇게 했는데 소피가 뭘 하느냐고 신기하게 봤다. 여기에서는 이렇게 안 먹느냐고 했더니 여기에서는 그렇게 먹기는 하지만 우유와 설탕, 그리고 뭐 다른 것들을 넣어서 한다고 했다. 물론 한국에서도 그렇게 하기는 하지만 나는 밀가루도 없고 설탕도 싫어해서 그런 거였다.
아무튼 다 하고 소피에게 맛을 보라고 하나 줬는데 괜찮다고 한 개를 더 먹었다. 내가 한국 사람들은 이 식빵 위에 설탕을 뿌려 먹기도 한다고 하니 이상하다고 했다. 본인은 주스에 소금을 넣어 먹으면서 식빵에 설탕이 이상하다니. 사람 사는 모습들은 정말 각양각색이다.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