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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타리카 맥주 'Imperial'

PURA VIDA_015

by 지구숲지기




욜란다 선생님의 착오로 스페인어 과외가 취소됐다. 내가 집을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서 마리 씨에게 요란다 선생님이 안 계셨다고 말하자 마리 씨께서 선생님께 전화를 해주셨다. 나도 왓츠앱으로 메시지를 보내 놓은 상태였다. 요란다 선생님과 통화를 하니 선생님이 본인이 착각을 했다고 미안하다고 계속 사과를 하셨다. 나는 괜찮다고 했다. 그리고 집에서 스페인어 숙제를 했다. 사실 나도 숙제를 안 했었다. 전날 행사 때문에 너무 피곤해서 숙제가 있었다는 것도 잊고 그냥 자버린 것이다. 뭐 어떻게 보면 잘 된 거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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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에 수업이 끝났는데 웬일인지 몇몇 학생들이 집에 가지 않고 나를 기다리는 거다. 그리고 나에게 뭘 먹으러 가자고 했다. 뭘 먹으러 가냐고 되물으니 웃으면서 그냥 가자고 했다. 술을 마시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갈까, 말까를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같이 갔다. 아무래도 학생들과 술을 마시는 건 조금 조심스럽다.

알레한드라와 또 다른 알레한드라, 조슈아, 라리사와 함께 도착한 곳은 내가 학교를 오가며 자주 보던 술집이었다. 학교에서 5분 거리? 꽤 가깝다. 낮에도 문을 열고 심지어 낮부터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있는 곳, 늘 티비 모니터에는 축구 경기를 틀어 놓는 곳이라 한 번쯤 가보고 싶었다. 생각보다 빨리 가보게 됐지만. 코스타리카에서는 일반적으로 술집에 들어갈 때 신분증 검사를 무조건 하는 모양이다. 나는 여권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그래서 못 들어갈 뻔했지만 학생들이 잘 이야기해서 들어갈 수 있었다.

학생들과의 이야기는 즐거웠다. 학생들의 나이와 전공도 알게 되었다. 중간에 알레한드라의 친구 로버트도 왔다. 알레한드라가 두 명이라 헷갈린다. 둘 중 하나는 이름을 줄여서 불러야겠다. 다음에 가서 물어봐야지. 아무튼 나는 친구를 데려 온 알레한드라가 추천해 준 코스타리카 맥주 'Imperial(임뻬리알)'을 먹었다. 사실 지난번에 캔으로 된 Imperial을 먹었지만 그건 오리지널이었고 이번엔 Silver였다. 맛은 Silver라고 쓰여있는 게 더 나은 것 같다. 조금 맹맹한 맛이기는 하지만 괜찮다. 이곳은 희한하게 맥주에 얼음을 넣어 먹는다. 맥주를 추천해 준 알레한드라는 소주와 남자 때문에 한국에 가고 싶다고 했다. 한국 연예인들을 아주 좋아한다. 한국 남자가 다 그렇게 생긴 건 줄 알면 어쩌지....알레한드라는 학교에서 2시간이 걸리는 해변가에 산다고 했다. 해변에 가고 싶으면 자기 집에 놀러 오란다. 3월 넷째 주는 부활절 휴일 기간인데, 학생들이 이 기간에 놀러 가자고도 했다. 진짜로 갈지는 잘 모르겠다. 나도 학생들과 친해지면 좋기는 한데 이 학생들은 한국어를 잘 못하는 학생들이라 거의 스페인어로 이야기해서 소통이 잘 안 될 때가 있다. 빨리 내 스페인어 실력이 늘어야 할 텐데. 아니면 학생들의 한국어 실력이 늘거나. 전자가 더 빠를 것 같긴 하다. 이 학생들은 이제 막 1권을 시작한 학생들이니. 집에 올 때는 라리사와 같은 방향이라 같이 택시를 탔다. 집에 오니 10시 반쯤이었다. 코스타리카에 와서 가장 늦게까지 돌아다닌 날이었다.



IMG_0180.JPG 오늘의 기록_2016.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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