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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ofe YU Mar 22. 2016

첫 비

PURA VIDA_017






  코스타리카에 온 후 처음으로 비가 내렸다. 아주 잠깐 동안이었지만. 게다가 하필이면 빨래를 널어놨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소피가 비가 온다고 알려 줘서 빨래를 안으로 옮겨 널어야 했다. 그래도 날씨가 찌는 듯이 더웠었고, 그나마 바람이 같이 불어서 반갑기는 했다. 시원하게 한 번 쏟아지면 좋았을 텐데 가랑비가 오다가 30분도 안 되어 그쳐 버렸다. 4월 말쯤부터 본격적으로 우기가 시작되면 단시간에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진다고 한다. 찔끔찔끔 오는 것보다야 낫지만 어쨌든 나는 집에 있을 때 오는 비만 반갑다.





  빨래를 돌려놓고 거의 하루 종일 바느질을 했다. 한국에서 가져온 태극기를 가방에 달고 싶었는데 미루고 미루다가 드디어 달았다. 하지만 가방 안감을 겹쳐서 바느질을 했다는 걸 뒤늦게 알고는 결국 다 풀고 다시 했다. 지루한 바느질을 몇 시간째 하고 있는데 안드레스가 가족들과 저녁을 먹으러 나가는 길에 꽃을 주고 갔다. 한국에는 없는 꽃이다. 나는 꽃잎을 잘 말려서 다이어리에 붙여 두었다. 안드레스는 일주일에 한 번이나 두 번 만날 수 있는데 난 안드레스와 이야기하는 게 즐겁다. 분명 아이인데 가끔 어른과 대화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물론 나는 안드레스의 말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안드레스도 나의 말을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하겠지만 차차 나아질 거다. 계속 태극기를 보고 있다 보니 한국 생각이 조금 났던 하루였다.



오늘의 기록_2016.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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