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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ofe YU Mar 31. 2016

무언가와 함께 살고 있다

PURA VIDA_018






  코스타리카에 오니 이 나무를 많이 본다. 분홍색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게 참 예쁘다. 저 나무는 집 정원에 나가면 높이 보이는 나무인데, 하늘이 맑아서 사진을 한 장 찍었다. 나무에 사는 다람쥐가 가끔 정원으로 내려올 때도 있다고 한다.





  지난번에 한지에 소피네 가족들 이름을 한글로 써주었는데, 안드레스가 자기 엄마인 멜리나의 이름을 보고 흥미를 보이길래 안드레스네 가족들 이름을 모두 써주었다. 안드레스는 아빠인 에스뚜아르도의 이름을 보며 길다고 놀라워했다. 그리고 종이들을 학교에 가져가겠다며 챙겼다. 귀여운 아이다.





  마리 씨가 스파게티를 만들었다고 같이 점심을 먹자고 하셨다. 왼쪽에 있는 건 plátano(쁠라따노)를 오븐에 바싹 구운 거다. 여기에서는 쁠라따노를 저렇게 음식과 함께 곁들여서 먹는다.





  소피의 할머니, 마리 씨의 어머님의 생신이었다. 한국에서 가져온 기념품들이 이제 거의 남지 않았지만, 그래도 심사숙고해서 생일 선물을 골랐다. 그리고 한지 카드에 '생신 축하해요'라는 글귀를 한국어와 스페인어로 적었다. 마리 씨에게 전해 달라고 하니 감동하신 것 같았다. 별것 아닌 것이었지만 나중에 소피의 할머니께서도 좋아하셨다고, 나를 집에 초대할 거라고 하셔서 나도 뿌듯했다.





  학교에 가다가 문구점에 들러 빨간 볼펜을 하나 샀다. 이곳은 학용품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 질도 그다지 좋지 않고. 한국에서 학용품 좀 많이 사 오는 건데 후회가 된다.



  (다음 사진은 파충류를 싫어한다면 보지 마시길.....)





  매일 밤 9시 정도가 되면 혀를 차는 듯한 소리가 집안 전체에 크게 울려 퍼진다. 처음에는 밖에서 새가 내는 소린가 했는데, 잘 들어 보니 새소리도 아니고 처음 들어 보는 소리라서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이 'gueco(게꼬)'가 내는 소리였다. 도마뱀과 비슷하긴 한데 사전에서 단어를 찾으면 안 나온다. 나는 파충류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좋아하는 편이다. 뱀은 빼고. 이구아나나 도마뱀 같은 것들은 좋다. 소피는 게꼬가 벌레를 잡아먹어서 도움이 된다고 했다.

  게꼬는 우리 집에 살고 있는 것 같다. 낮에는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밤만 되면 나온다. 이 날도 방에서 맥주 한 캔을 마시고 있었는데 소리가 나서 나가 봤다. 'Cuba Libre(꾸바 리브레)'라는 맥주를 마셨는데 맥주에 콜라를 탄 맛이다. 콜라 맛이 더 진하지는 않다. 쿠바 맥주인 줄 알았는데 멕시코 맥주다. 과자는 짠 감자칩인데 묘하게 신맛이 나서 별로였다. 아무튼 게꼬가 소리를 낼 때 거실이나 주방으로 나가면 볼 수 있다.



오늘의 기록_2016.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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