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코스타리카 핸드폰 요금 충전

PURA VIDA_003

by 지구숲지기




마리 씨는 일주일에 몇 번 정도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운동을 다니시는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집을 좀 둘러봤다. 홈스테이 오빠인 에스떼반과 동생 소피는 둘 다 7시에 나간다. 에스떼반은 일을 하고, 소피는 대학교에 다닌다.


현관문을 열면 입구에 거울과 탁자가 있고 바로 거실이 있다. 거실 앞쪽 베란다 같은 공간에는 마리 씨가 미용실로 꾸며 놓고 일을 하신다. 미용사 일을 오랫동안 하셨다고 하는데, 전화 예약으로 손님을 받는 식이다. 내 방 거울 뒤로 보이는 건 차고다. 차고에 있는 차는 이웃의 차라는데, 내 생각에 이 집에는 운전하는 사람이 없어서 차고를 임대해 주는 것 같다. 문을 열면 오른쪽이 바로 차고인데 내 방이 차고 뒤에 있고 소피의 방이 내 방과 바로 붙어 있다. 마리 씨의 방은 내 방의 맞은편에 있다. 화장실은 소피의 방 맞은편에 하나 있고, 마리 씨의 방 옆에도 작은 화장실이 하나 있다. 에스떼반은 부엌 옆의 조그마한 방을 쓰고, 부엌을 지나면 작은 정원이 있다. 부엌 바깥에 지붕이 있는 공간이 있고 세탁기도 여기에 있다. 그리고 정원에 빨래를 넌다.


정원에는 거북이 두 마리가 사는데 소피가 나를 데려가서 숨어 있는 거북이를 찾아내 보여 주었다. 소피가 이게 뭔지 아냐고 물어서 처음에는 모른다고 했다. 처음 봤을 때는 그저 돌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니 거북이였다.





왼쪽이 이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다. 키운 지 2년 됐다고 한다. 소피에게 고양이를 뭐라고 부르는지 물었더니 '미야우'나 'gorda(고르다)'라고 부른다고 한다. 고르다는 스페인어로 뚱뚱하다는 형용사인데 애정 섞인 표현이라고 했다. 사실 소피가 뭐라고 설명을 더 했는데 잘 못 알아 들었다. 보통 '고르다'로 많이 부르는 것 같다. 하지만 난 미야우라고 부르는 편이 더 좋다.


미야우는 내가 처음 온 날부터 나를 흥미롭게 쳐다봤는데, 오라는 손짓을 하면 내쪽으로 오지만 만지는 건 절대 못하게 한다. 그래도 순한 편인 것 같다. 소피는 내가 미야우와 친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할 거라고 했다. 하지만 미야우는 소피의 언니 멜리나를 아직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니 과연 친해질 수 있을지.


오른쪽 고양이는 저녁을 먹으러 나가다가 마주쳤다. 내가 인사를 하니 내 쪽으로 왔는데, 만지려고 하자 가버렸다. 그 전에 내가 쪼그려 앉아 사진을 찍고 있으니 동네 주민인 것 같은 한 남자가 지나가면서 뭐라고 말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잠깐 비켜 달라고 한 것 같다. 내가 못 알아 들어서 반문하자 스페인어로 다시 말해 주었는데, 내 표정을 보고 영어로 영어를 할 줄 아냐고 물었다. 약간 한다고 하자 고양이를 보며 네 고양이냐고 물었고, 아니라고 하자 다시 고양이를 좋아하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인사를 하고 갔고, 나는 다시 고양이를 찍기 시작했다. 나는 고양이를 좋아한다. 6년 정도 그림 동호회에서 활동했는데 내 그림의 주제는 거의 고양이였다. 이런 식으로 찍은 고양이들을 그림으로 그리곤 했다.





저녁을 먹기 전에 핸드폰 요금을 충전해야 했다. 마리 씨의 택배를 대신 받아서 왓츠앱으로 메시지를 남겼는데 마리 씨에게 전화가 왔다. 통신 상태가 안 좋아 끊고 내가 다시 걸었는데 요금을 충전하라는 메시지가 나오는 거다. 그때까지 나는 요금이 이미 충전된 건 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바로 충전을 하러 나갔다.





코스타리카에서 돌아다니다 보면 가게 곳곳에 Kolbi(콜비)나 Movistar(모비스따르), Claro(끌라로) 등의 통신사 마크와 함께 'Recargá Aquí'라고 쓰인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는 곳이 있는데, 이곳이 핸드폰 요금을 충전해 주는 곳이다. 편의점에서도 핸드폰 요금을 충전할 수 있다. 본인의 통신사가 어딘지에 따라 해당 통신사로 충전해 달라고 하면 된다. 기간은 없고 그냥 다 떨어지면 충전하는 식인데, 한국보다 훨씬 편한 것 같다. 물론 잔액을 확인할 수도 있다. 여기에서는 잔액을 'saldo(살도)'라고 한다. 콜비의 경우에는 *888#으로 전화를 걸면 잠시 후에 화면이 바뀌는데 1번을 누르고 답장, 다시 1번을 누르고 답장을 하면 남은 금액이 뜬다.


충전을 할 때도 말이 잘 안 통해서 애를 좀 먹었다. 2000콜론을 충전했는데 충전이 완료됐다는 문자가 오지 않는 거다. 다행히 가게에 있던 아주머니가 친절한 분이셔서 통신사에 전화를 해주셨다. 끝내 문자는 오지 않았으나 어쨌든 충전은 제대로 됐다. 아주머니가 내 핸드폰의 한글을 보고 나에게 만다린을 쓰냐고 물어서 나는 한국 사람이라고 얘기해 주었다.


생각해 보니 외국에서는 남한 사람이라고 말해야 하는데 항상 잊어버리고 그냥 'Coreana(꼬레아나)', 한국 사람이라고 말한다. 다음부터는 'Soy surcoreana.(소이 수르꼬레아나)'라고 말해야지.





이왕 나온 김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 소피가 nova(노바)라는 건물에 일본 식당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노바는 보통 'cine(씨네:영화관)'라고 부른다고 했다. 식당 앞에 메뉴판이 있어서 봤는데, 비싼 편이었다. 하지만 배도 고팠고 사진을 보니 먹고 싶어 져서 그냥 들어갔다.


캘리포니아 롤을 주문했는데 종업원이 나에게 일본 사람이냐고 물었다. 한국 사람이라고 하니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고 한국어를 조금 할 줄 안다며 비빔밥, 김치찌개, 만두 등의 음식 이름을 나열했다. 내가 어디에서 배웠냐고 물어보니까 그냥 일하면서 배웠다고 했다. 마실 것은 주문하지 않겠냐고 해서 괜찮다고 했는데 다시 물을 마실 거냐고 해서 알겠다고 했다. 그런데 생수 한 병을 하나 가져오는 거다. 그걸 보고 돈을 받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목도 마르고 해서 그냥 마셨다. 역시나 나중에 계산서를 보니 물 값도 청구가 됐다. 생각보다 비싸서 후회했고, 앞으로는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롤은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롤 안에 들어 있는 애호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삭아삭한 맛이 나야 하는데 애호박 때문에 물컹한 느낌. 애호박 대신 당근이 나았을 것 같다. 아무튼 저렇게 먹었는데 한화로 14,000원 정도 나왔다. 나는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소피는 비싸지 않은 거라고 했다. 수도인 San José(산호세)의 일본 식당에 가면 25,000원 정도 한단다.





집으로 그냥 가기 아쉬워서 건물을 좀 돌아보다가 Da Noi(다 노이)라는 아이스크림 집이 눈에 띄어 들어갔다. 한국의 베스킨라빈스와 비교하면 몇 백 원정도 더 비싸다. 나는 누텔라 맛을 골랐는데 사진에는 잘 안 보이지만 안에 얇고 긴 초콜릿이 토막토막 들어 있다. 맛있기는 한데 아이스크림이 빨리 녹는 편이다. 가게를 나오면서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고 사진을 찍었다. 종류가 많고, 다 맛있어 보인다. 아마 여길 떠나기 전에 모든 메뉴를 섭렵할 것만 같다.





코스타리카 동전은 한쪽 면에 숫자가 쓰여있고, 다른 한쪽 면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한국과는 다르게 그림이 모두 같다. 특정 연도를 기준으로 그림이 조금 바뀐 것 같은데 거의 비슷하다. 500콜론 짜리 동전을 빼면 색깔도 똑같다. 가장 큰 동전이 500콜론이고 1달러 정도 된다.



오늘의 기록_2016.2.26.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