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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마실

PURA VIDA_004

by 지구숲지기




코스타리카엔 예쁜 꽃들이 많다. 처음 보는 꽃들도 더러 있다. 한국에서도 예쁜 꽃을 보면 사진을 찍는데 여기에선 가는 길마다 꽃들이 내 발목을 잡는다. 카메라를 사 오길 정말 잘했다. 코스타리카는 하늘이 맑아서 사진을 아무렇게나 찍어도 잘 나오긴 하지만.


아직은 시차 적응 중이라 그런지 여기 시간으로 5,6시만 되면 눈이 떠진다. 일찍 눈을 떠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다가 7시에 씻고 8시쯤 아침을 먹는다. 한국어 수업은 3월 1일부터라 그때까지는 일이 없다. 오전에 컴퓨터를 하고 점심때쯤 집에서 나왔다. 동네를 좀 둘러보고 싶었다. 우리 집 근처 주택가 먼저 둘러보고 학교까지 가봤다. 가는 길에 찍은 꽃들이다.





나무 이파리의 색도 알록달록 예쁘다.





집에서 조금만 가면 이렇게 놀이터가 있다. 하지만 자물쇠로 잠겨 있어서 개인 집에 딸린 놀이터인지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놀이터인지 모르겠다.





우리 동네의 모습들인데, 내가 사는 집보다 더 예쁜 집들이 많다. 집이라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 전부 찍지는 않았지만 정말 딱 봐도 부잣집이라는 생각이 드는 저택도 몇 채 있었다. 중간에 개 때문에 조금 놀라기도 했지만 정작 개는 나에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조용하고 한적한 동네다. 위험한 것들도 전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조심 또 조심!





이곳에 처음 온 날 가장 신기해 보였던 횡단보도의 신호등. 한국처럼 남은 시간이 숫자로 표시되고 아래에 사람이 움직이는데 시간이 줄어들수록 빨리 움직인다. 움직이는 게 참 앙증맞다. 색은 신호등마다 다르다. 지금까지는 노란색, 초록색, 흰색만 봤다. 동영상으로 찍어 올리고 싶은데 아직 못 찍었다. 신호등을 건너면 학교 쪽으로 가는 골목들이 나온다.





거리의 신호등은 한국과 반대로 세로이고, 표지판들은 대개 비슷하다. 학교 근처에는 저런 표지판이 곳곳에서 보인다. 특이한 건, 한국 표지판에는 엄마 손을 잡은 남자아이가 있었던 것 같은데 여기는 아빠 손을 잡은 여자 아이가 있다는 거다. 뭐, 둘 다 아니면 말고.





이곳의 길이나 골목은 모두 # 모양으로 생겼다. 그래서 웬만하면 길을 안 잃을 것 같지만...나는 벌써 두 번이나 잃어버렸다. 방향만 잘 잡으면 될 것 같은데 워낙에 길치라 아직은 조금 헷갈린다.





학교까지 가는 길에 보았던 Agonia(아고니아) 성당. 멀리에서만 봤는데, 다음에 지나갈 땐 안으로 들어가 봐야겠다. 빨간색 차들은 대부분이 택시다.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데 머리 위로 커다란 새 세 마리가 날아다녔다. 천천히 날갯짓을 하며 나는데 조금 무서웠다. 저렇게 큰 새를 거의 본 적이 없다.


길을 더 가다 보니 어학원 같은 게 있었다. 들어가 볼까 말까 하다가 용기를 내어 들어가서 여기에서 스페인어를 배울 수 있냐고 물어봤다. 어떤 여자가 상담실로 들어오라고 했고, 5분 정도 상담을 받았다. 학원 전체에 스페인어를 수강하는 학생이 아무도 없어서 개인 지도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수업료는 등록비 25달러를 따로 받고 한 시간에 20달러라고 했다. 뭐 나라도 한국어를 개인 과외로 하면 그 이상은 받을 것이기에 수업료가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등록비를 내야 한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고 선생님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영국 사람이라고 해서 알겠다고 하고 그냥 나왔다.


집에 와서 소피에게 종이를 보여 줬는데 이 학원은 비싸다고 했다. 그리고 전날 마리 씨와 소피랑 같이 아침을 먹을 때 주변에 스페인어 학원이 없냐고 물었더니 마리 씨의 언니가 스페인어를 가르치니 물어봐 준다고 했다. 독일에 오랫동안 살다 오셨는지 독일어도 함께 가르친다고 했다. 아무튼 소피는 내가 보여 준 종이를 보고 엄마가 아직 이모에 대한 얘기를 안 했냐고 물었다. 나는 그렇다고 했고 그저 길을 찾다가 발견해서 들어갔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학교 근처의 박물관에 가보려고 했는데 혼자서는 못 찾을 것 같았고, 목이 마르기도 해서 카페에 들어갔다. 나는 café negro(카페 네그로:아메리카노)를 아이스로 주문했는데 웬일인지 카푸치노가 나왔다. 후불이었기에 그냥 마셨다. 그리고 얼음을 그대로 넣은 것이 아니라 얼음을 조금 갈아 넣어서 시원하게만 만든 것 같았다. 이 부분에 대해 카페 한편에 앉아 있던 나이 드신 여자분이 뭐라고 설명을 해주셨지만 못 알아 들었다. 얘기하는 김에 박물관이 어디에 있는지 물었다. 친절하게 알려 주셨는데 내가 잘 못 알아들었다고 생각하셨는지 약도를 그려 주셨다. 이 카페는 커피 맛도 괜찮았다. 나중에 또 가보고 싶다. 물론 찾아갈 수만 있다면!





학교 근처에 있는 성당. 이름은 Catedral de Alajuela(까떼드랄 데 알라후엘라:알라후엘라 성당)이다. 색감이 참 예쁘게 나왔다. 지나가는 할머니께 이게 뭐냐고 여쭤보니 성당이라고 대답해 주셨다. 덧붙여서 뭐라고 설명도 해주셨는데 잘 못 알아들었다. 언제쯤 알아들었다는 글을 쓸 수 있게 될까.


박물관은 결국 못 갔다. 이 성당 근처에 박물관이 있는데 문이 닫혀 있어서 못 들어갔다. 지금 생각해 보니 다른 문이 있었던 것 같은데, 어차피 학교 근처이니 나중에 다시 가봐야겠다.





그렇게 학교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집 근처의 맥도날드에 들렀다. 사실 콘이 먹고 싶어서 들어간 거였는데 메뉴에 콘이 없었다. 밖의 간판에서는 봤는데 이상했다. 하지만 시원하게 에어컨을 틀어 놔서 안에서 맥플러리를 주문해서 먹었다. 맥도날드 안에는 맥카페가 따로 빠져 있었다.


맥도날드에서 맥플러리 오레오를 주문했는데 이때도 점원이 내 말을 잘 못 알아들어서 맥플러리와 오레오를 각각 두 번씩 얘기해야 했다. 소피에게 이 얘기를 하니 혹시 내가 속삭인 거 아니냐고 물으며 웃었다. 내 발음에 문제는 없다면서. 맥플러리 오레오는 한국과 다르게 생겼다. 한화로 3,000원 정도. 여기도 역시 한국보다 비싸다.


맥도날드 안에 있을 때, 작은 소동이 일어났었다.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와 어떤 남자가 입구에서부터 맥도날드 안쪽으로 소리를 지르며 뛰어가는 거였다. 다른 사람들도 깜짝 놀랐고 나도 깜짝 놀라 곧바로 짐을 챙겼다. 여차하면 뛰어 나가려고. 하지만 상황을 지켜보니 그렇게 무서운 일이 일어난 건 아닌 듯했다. 그렇지만 조금 무서웠다.





집에 와서 소피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어디에 가면 과일을 싸게 살 수 있냐고 물었더니 친절하게도 같이 가주었다. 내가 주택만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동네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다 보니 과일 가게와 작은 슈퍼 하나가 나왔다. 앞으로 식료품과 과일은 그쪽에서 사는 게 훨씬 나을 것 같다. 귤과 비슷한 과일을 샀는데 안에는 오렌지 씨가 들어 있었다. 한국에서도 큰 귤 안에 씨 하나가 들어 있는 걸 봤는데 이 과일에는 거의 조각마다 씨가 하나 이상 들어 있다. 맛은 귤과 똑같다. 그렇지만 한국 귤이 더 맛있는 것 사실이다.



오늘의 기록_2016.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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