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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몰 쇼핑

PURA VIDA_005

by 지구숲지기






오래간만에 늦잠을 자서 9시쯤 일어났다. 마리 씨가 집에 안 계셔서 소피가 아침을 차려 주었다. 오전 내내 컴퓨터를 하고, 지난번에 소피가 알려준 슈퍼에 가서 점심으로 먹을 우유와 빵을 샀다. 우유는 1,255콜론, 빵은 580콜론. 합쳐서 한화로 3,800원 정도 된다. 한국에서 1,000ml짜리 우유가 보통 얼마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빵은 달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산 건데 한 입 먹어보고 내가 알지 못하는 단맛이 나서 당황스러웠다. 설탕이나 꿀의 단맛은 아닌데 뭔지 모르겠다.





며칠 전에 소피와 쇼핑을 가기로 했었다. 내가 긴팔 옷이 필요하다고 하니 일요일에 같이 가주겠다고 했다. 시티몰이라는 곳에 갔는데, 올 때 갈 때 모두 택시를 탔다. 걸어가면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갈 때는 마리 씨가 어디 가시는 길 중간에 내려 주셨고, 올 때는 소피가 힘들었는지 택시를 타자고 했다. 3,000원이 안 나온 것 같은데 확실히 모르겠다. 이곳에 익숙해지기 전까진 혼자 택시를 타는 일은 없을 거다.


시티몰은 큰 쇼핑센터이다. 작년 12월에 완공되었고, 중미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한다. 옷 가게부터 시작해서 각종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고, 프랜차이즈 음식점들도 있다. 아이스크림 가게나 케이크 가게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 아무런 가게도 입점하지 않은 공간이 더러 있다. 3층짜리 건물인데 사람이 어머어마하게 많았다. 소피가 사람들을 보고 '개미들처럼 많다'고 표현했는데, 한국과 똑같은 표현을 쓰는 것이 재밌었다.


나는 시티몰에 있는 Forever21에서 청바지를 하나 구매했다. 나는 주로 원피스를 가져왔는데 요즘의 코스타리카는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원피스를 입고 싶어도 도무지 입을 수가 없다. 시티몰에 갈 때도 조금 긴 원피스를 입고 갔는데 소피가 바람이 불 때마다 내가 치마를 부여잡는 것을 보고 나에게 바지를 사야 할 것 같다고 했고 나도 그럴 거라고 했다. 원래는 후드 집업을 사려고 했는데 많이 돌아다녀 봤지만 적당한 옷을 찾지 못했다. 너무 얇거나 너무 비싸거나 둘 중에 하나였다. 소피는 Forever21의 옷들이 싸다고 했지만 막 싼 편도 아니었다. 저 청바지도 4만 원쯤 한다. 입어 보니 마음에 들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2층의 팝업 스토어에서는 나무로 만든 액세서리들을 팔고 있었는데 Costa Rica라고 쓰여있는 물건들이 많아서 기념으로 하나 사기로 했다. 집 열쇠는 이미 열쇠고리에 달려 있지만 곧 학교 강의실 열쇠를 받아야 해서 열쇠고리를 하나 샀다. 가격은 1,000콜론이었다. 한화로 2,100원 정도 된다. 나는 속으로 이 정도는 한국에서 1,000원이면 살 텐데, 했지만 소피는 싸고 예쁘다고 했다. 예쁘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택시를 타고 집 근처에 내려 소피와 nova 건물에 갔다.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니 탁 트인 곳이 나왔다. 노을이 예쁘게 졌는데 사진에는 잘 안 나왔다. 날씨가 더 좋은 날에 오면 훨씬 예쁠 것 같다. 소피가 이 풍경을 나에게 보여 주고 싶었나 보다. 앞으로 종종 와야겠다. 소피가 아이스크림을 먹자고 해서 금요일에 갔던 Da noi 아이스크림 가게에 또 갔다. 알고 보니 컵 사이즈에 상관없이 두 가지 맛을 고를 수 있었다. 한 가지만 원하면 한 가지로만 먹을 수도 있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소피에서 베스킨라빈스를 아냐고 물어보니 모른다고 했다. 예전에 만났던 에콰도르 친구가 에콰도르에는 베스킨라빈스가 있다고 했는데 코스타리카에는 없나 보다. 밖으로 나오니 바람이 무척 불어서 추웠다. 소피가 'Es mal idea comer helado(에스 말 이데아 꼬메르 엘라도:아이스크림을 먹는 건 좋지 못한 생각이었어.)'라고 중얼거려서 함께 웃었다. 물론 내가 정확하게 모든 단어를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코스타리카의 지폐이다. 상어가 그려진 2,000콜론짜리 지폐가 한화로 4,000원이 조금 넘는다. 저렇게 동물이 그려진 면이 예뻐서 마음에 든다. 20,000콜론과 50,000콜론짜리 지폐도 있다는데 그건 아직 못 봤다. 반대쪽 면에는 코스타리카 역대 대통령들이 그려져 있다. 나는 가끔, 아니 언제나 가격을 볼 때면 '콜론'이 아니라 '원'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곱하기 2.1 정도는 해야 원으로 환산되니 셈을 해보고는 싸다고 느낀 적이 거의 없다. 이제 그냥 포기하게 된다. 아껴서 사는 수밖에.



오늘의 기록_2016.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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