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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와이룰즈 Apr 20. 2018

버닝맨, 그들이 사막에 모이는 이유

북저널리즘 서평 #4 | <버닝맨, 혁신을 실험하다>

호기심은 발견으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버닝맨, 혁신을 실험하다>의 저자 최형욱은 자신의 삶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가 어려워 흔들릴 때가 있다고 고백을 합니다. 그리고 그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을 호기심에서 시작합니다.


그래서 호기심이 생겼다. 하나만 잘하는 전문가를 바라는 세상에서 다양한 것에 호기심이 있는 사람,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사람, 다재다능한 사람은 어떤 정체성을 가져야 하는지 말이다. (14쪽)



저자는 한 컨퍼런스에 자포스의 CEO 토니 셰이를 연사로 초빙하려다 거절을 당합니다. 토니 셰이가 그 컨퍼런스에 가야 하는 특별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한 것이 거절의 이유죠. 특별한 이유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 자발적으로 돈을 내면서까지 사막 한 가운데에서 펼쳐지는 축제를 가는 이유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버닝맨, 혁신을 실험하다>, 최형욱


버닝맨 축제?


버닝맨 축제를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조금 힘들 것 같습니다. 책을 통해 만난 축제의 첫인상은 뭔가 상당히 난해한 느낌입니다. 네바다 주의 사막 한 가운데서 펼쳐지는 완전한 자유의 세계랄까요. 혁신적인 사회적 미션을 수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하나의 자생적 도시와 같은 느낌이랄까요. 사막의 실리콘 밸리라 불리는 이유도 그러한 맥락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에릭 슈미트, 일론 머스크, 마크 저커버그를 비롯해 윌 스미스, 수잔 서랜든과 같은 헐리우드 스타도 참여하는 축제입니다. 심지어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경영을 맡아 줄 CEO를 에릭 슈미트로 선정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가 그가 *버너라는 사실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이런 사실들이 저의 궁금증을 더욱 자극했죠. 그러나 사실 책을 읽는 초반에는 도대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종잡기가 힘들었습니다. 왠지 영화 <매드맥스>가 떠오르는 황량한 사막에서 모래 바람과 싸워가며 9일 동안이나 왜 그런 일을 하는지 이해하기가 조금 힘들었죠.




저자는 영화 <매트릭스>를 인용하며 버너들이 인식하는 세상을 디폴트 월드default world와 리얼 월드real world로 구분합니다.


*버너들에게 영화 속 디폴트 월드는 바로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다. 성공하기 위해 애쓰고, 승진하기 위해 경쟁하고, 행복해지기 위해 돈을 버는, 그러나 실상은 꿈만 꾸면서 매트릭스 안에 갇힌 세상이다. 반면 있는 그대로 존재하며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곳이 리얼 월드다. (12쪽)

*버너(Burner): 버닝맨 축제에 참가하는 사람들을 부르는 말.



그곳이 리얼 월드인 이유는

완전한 자유에 있었습니다


축제가 열리는 블랙 록 시티는 보이지 않는 감옥 같기도 한 사회 시스템에서는 시도하기 힘든 자기 표현을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낼 수 있는 곳입니다. 그것은 예술 작품 혹은 어떤 행위로 표현되기도 하고 낯선 사람들과 거리낌 없이 생각을 나누며 새로운 생각이 발현되기도 합니다. 토니 셰이의 자생력을 갖춘 창의적 도시 실험인 다운타운 프로젝트나 일론 머스크의 태양광 에너지 기업 솔라시티의 발상이 시작된 곳이기도 합니다. 바로 블랙 록 시티의 시스템으로부터 받은 영감에서 비롯된 결과물들입니다.


버닝맨을 불에 태우는 의식

출처: https://burningman.org/



마치 종교와도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버닝맨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자원봉사자들입니다. 그 어떤 보수도 없이 열악한 환경에서의 일을 자원한다는 것은 마치 종교와 같이 그들을 이끄는 강렬한 버닝맨 철학이 작용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그런지 버닝맨을 경영하는 사람들 중에는 CPOChief Philosophic Officer, 즉 최고철학책임자도 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내용 중 하나는 자연 재해를 입은 지역에 전 세계의 버너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위해 어떠한 도움을 준다는 부분입니다. 국경없는 의사회처럼 국경없는 버너들Burners without Borders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의 철학과 가치관을 드러내는 활동이 인상 깊었습니다.


비록 축제는 1년에 9일 동안만이지만 버너들의 의식은 365일 이어집니다. 일회성 축제를 넘어서는 하나의 철학이자 하나의 세계관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버너들을 한 데 묶어주는 강력한 세계관이 있었기에 한 해변가에서 시작한 목조 인형을 태우는 의식이 지금의 블랙 록 시티라는 자생적 도시 혹은 세계가 생길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무리 하며

처음 들어보는 축제였고 '일론 머스크가 사막으로 간 이유'라는 책 띠지에 적힌 카피에 끌려 뭔가 기대감에 잔뜩 차 있었지만 제가 생각한 내용의 책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저자의 버닝맨에서의 경험과 생각, 느낌을 생생하게 느낄 수는 있었지만 머리로만 이해될 뿐, 그 철학을 진정으로 느끼기 위해서는 직접 경험을 해봐야만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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