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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와이룰즈 May 22. 2018

일거리를 발견하는 태도

북저널리즘 서평 #6  <노동 4.0>, 이명호 저

영화 <히든 피겨스>는 나사의 전산원으로 일하던 흑인 여성들이 일상적인 차별을 딛고 백인 남성 사회에서 당당하게 투쟁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컴퓨터가 전산원들의 일거리를 빼앗는 순간입니다. 그러나 세 주인공 중 하나인 도로시는 컴퓨터 회사 직원들도 모르던 프로그래밍을 스스로 공부해 일자리를 잃을 뻔했던 전산원 팀에게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 주죠. 뻗뻗하던 백인 남성들의 기를 꺾어 놓는 통쾌한 장면 중 하나입니다.


이 장면에서 현재의 디지털 혁명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가 압축적으로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관적으로 생각하면 그 흑인 전산원 모두는 짐 싸서 집으로 가야 하는 게 순리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마치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생산직 노동자들은 물론이고 의사나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에는 이제 미래가 없다는 식의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겠죠.


그러나 사실 조금 자세히 관찰해 보면 또 다른 할 일들이 쌓여 있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습니다. 우리는 기술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지만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 내거나 혹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문제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도 하죠. 주된 이유라고는 할 수 없지만 최근 임팩트 투자나 기업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대중적으로 크게 관심을 받지 못했던 사회적 문제가 이제 대중적인 시장과 매우 밀접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산원이 하던 일을 컴퓨터가 대체한 건 사실이지만 그 컴퓨터를 관리하거나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것과 같이 완전히 새로운 일이 생겨났습니다. 도로시는 새로운 변화를 유심히 관찰했고 그 기회를 발견한 것 뿐입니다. 일자리가 아니라 일거리를 찾아 냈습니다.



<노동 4.0>, 이명호



책 <노동 4.0>은 독일이 구상하는 '좋은 노동'을 들여다 보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안하는 책입니다. 노동 4.0은 스마트한 공장 만들기로 설명할 수 있는 독일의 인더스트리 4.0과 연계하여 사회적 관점에서 미래의 노동을 다룹니다.



개개인의 입장에선,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변화를 관찰하고 기회를 발견하는 그 태도가 이 책의 전반에도 깔려 있다는 느꼈습니다. 다만 이러한 태도를 지니고 개인이 아닌 국가적 차원에서의 접근 방향을 제시한 것입니다. 사실 이런 류의 책이 어떤 인사이트는 줄지언정 개인적으로 크게 와 닿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 차원의 메타적 접근 방식을 아는 것도 앞으로 자신의 미래를 대략적으로나마 가늠하고 고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읽어 볼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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