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감탄식당

지구당 vs. 스타벅스

감탄식당 #02 <지구당 地球堂>

by 하와이룰즈

선릉역 근처 테헤란로 대로변에는 일본 음식을 파는 지구당과 스타벅스 리저브가 나란히 운영되고 있다. 서로 다른 업종이지만 알게 모르게 경쟁구도가 형성되어 있다.


아침부터 스타벅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바쁘디 바쁜 출근시간대에 직장인들의 아침을 책임진 곳은 스타벅스다. 커피만 마시는 사람도 있고 커피와 함께 샌드위치나 샐러드를 먹는 사람들도 있다. 최근엔 모닝박스도 출시되었는데 스타벅스 고객들의 의견을 반영해 판매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스타벅스를 애용하는 사람들은 커피만이 아니라 아침 식사에 대한 니즈도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침, 점심, 저녁을 모두 잡는 식당

한 달 전부터인 것 같다. 스타벅스 바로 옆에서 일본식 덮밥을 파는 지구당에서 아침 메뉴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슨 자신감인가 싶었는데 스타벅스에서 그 니즈를 읽어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물론 뇌피셜이다). 심지어 가격도 3,800원이라니 아침 입맛 없는 직장인들의 구미를 당긴다. 사람들이 아침부터 밥집에서 먹을까 했지만 며칠 못 가서 테이블은 이미 꽉 차고 웨이팅 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오피스 지구에서 점심이 아무리 잘 된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임대료 때문에 점심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보통 2차 타겟으로 삼는 것이 저녁 손님들이다. 지구당은 소위 다찌라고도 불리는 일본식 바 테이블 컨셉이 강해 1명이 4인 테이블을 차지해야 하는 괜한 불편함 없이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분위기다. 그래서 퇴근길에도 들러 맥주 한 잔과 함께 가볍게 먹고 가는 손님들이 꽤 있는 편이다. 또한 저녁은 점심시간보다 길고 맥주와 가볍게 치킨 가라아케처럼 간단한 튀김 종류도 시켜 먹기에 객단가도 올라간다.



보통의 식당들은 여기서 끝이 난다. 점심, 저녁 모두를 잡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구당은 아침 출근길에 입간판 하나 덜렁 세워놓고 아침 장사를 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싼 가격에 깔끔한 느낌의 부담스럽지 않은 음식, 간편하게 먹고 가도록 만든 컨셉이 오피스에서 먹혀든 것이다. 집에서 잘 해먹지 않는 1인 가구의 라이프스타일에 가장 적합한 컨셉이 아닌가 싶다. 이제 점심, 저녁도 모잘라 아침 손님도 끌어들인 궁극의 식당이 되어버렸다.



참 의외였고 영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입간판도 하얀 배경에 음식 사진 하나에 손으로 쓴 것 같은 메뉴 이름과 가격이 전부다. 이름도 모닝 카레, 모닝 우동이다. 아침은 대부분 거르는 편이지만 호기심에서라도 먹고 싶어 진다. 아침 장사를 시작하면서부터 핫한 메뉴인 텐동(튀김 덮밥)과 우동도 팔기 시작했는데 특히 텐동은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이렇게 격일로 판매한다. 안그래도 사람이 많은 이곳에 사람들이 더 몰리기 시작했다. 인기가 높을만한 메뉴를 제한적으로 판매함으로써 극적 효과를 노렸을 것이다. 아침, 점심, 저녁 모두 웨이팅하는 이곳은 지구당이다.


일본식 닭고기 덮밥인 오야꼬동




상호: 지구당(地球堂) 선릉역점

주소: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409 1층

운영시간: 매일 08:00~20:30(일요일 휴무)



感歎食堂 | 감탄식당 시리즈

01 <세컨드 키친> 자연스러운 경험의 이동

02 <지구당> 스타벅스 vs. 지구당 (현재 글)

03 <베르크 로스터스> 힙함의 경제성




keyword
하와이룰즈 경제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셰프 프로필
구독자 1,286
매거진의 이전글자연스러운 경험의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