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연예인을 인터뷰하면서 가방을 열어 소지품을 확인하는 방송 장면이 종종 나왔었다. 타인의 가방 속을 엿보는 것은 그 사람의 실체를 확인하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대중 앞에 서는 연예인들의 가방을 열어보는 것은 방송에 비치는 모습이 실제와 얼마나 일치하는지 알아보는 일종의 테스트다.
가방은 작지만 가장 사적인 공간이다. 타인의 가방을 열어보는 것이 인권침해가 된다는 논란이 있다. 그만큼 가방은 소지자의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물건임에 틀림없다. 평소 가방 속에 무엇을 가지고 다니는지를 보면 그 사람의 본모습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가방에 무엇을 담는가에 따라 가방의 정체성도 결정된다. 책을 담으면 책가방, 신발을 담으면 신발 가방, 옷을 담으면 옷 가방, 노트북을 담으면 노트북 가방이 되는 것처럼 내용물에 따라서 가방의 이름이 달라진다. 그런 면에서 가방은 사람과 비슷하다. 어떤 마음을 가지고 어떤 생각을 담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정체성이 결정되는 것이니 가방과 다르지 않다.
매일 가지고 다니는 가방에 무엇을 넣어서 다닐 것인지는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가 가방에 넣고 다니던 물건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가방에 넣어서 들고 다녔던 물건들을 모두 합하여 진액을 뽑아내면 바로 그 사람을 성장시킨 밑거름이라고 본다.
지금이라도 가방을 열어 무엇이 있는지 확인해 보자.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을 물건들이 있다면 당장 비워라. 그 빈자리를 책으로 채운다면 앞으로 더 나은 인생이 된다고 장담한다.
2년 가까이 가지고 다니는 가방이다. 교보문고에서 판매하는 물건으로 이름하야 '사람과 책 패턴 크로스북백'이다. 검은색과 아이보리색이 있는데 때가 잘 타지 않는 검정으로 골랐다. 에코백처럼 생겼지만 손잡이 말고 길이 조절이 가능한 크로스 스트랩이 있어서 어깨에 메고 다니는 경우가 더 많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가방의 우측 하단에는 교보문고 창립주 신용호 회장의 좌우명이 적혀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문장으로 이 가방을 산 이유 중 절반이상을 차지한다. 독서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이 짧은 한 문장에 함축되어 있다. 인류는 책이라는 도구를 통해 많은 지식을 후세에 전달할 수 있었고 여러 세대를 지나면서 축적된 지혜가 발전된 문명을 이루는 원동력이 되었다.
자석 단추가 있어서 가방입구가 벌어지는 것을 방지한다. 바느질도 꼼꼼하게 잘 되어 있어서 무거운 것을 넣고 다녀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 가방의 장점은 가볍고 생각보다 많이 넣을 수 있어서 실용적이다. 요즘에는 갤럭시탭 S7 Lite, 책 1~2권, 작은 필통, 지갑, 갤럭시 버즈 라이브가 기본 소지품이고 상황에 따라 메모장, 다이어리, 선글라스, 차키, 보조배터리, 카메라, 선크림, 우산 같은 물건과 캔 음료 또는 작은 페트병 음료, 간식이 잠시 보관되기도 한다.
안쪽에는 작은 보조 주머니가 달려있어서 지갑, 차 키, 휴대폰 같이 자주 꺼내 사용하거나 중요한 물건을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따로 바닥판이 없어서 무거운 물건을 넣으면 살짝 아래로 쳐지는 단점이 있었지만 얇은 플라스틱 판으로 바닥판을 직접 만들어 깔았더니 모양이 잘 유지되었다. 오랫동안 나를 성장시킬 도구들을 가지고 다닐 수 있도록 더 소중히 다뤄야 할 물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