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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스쿨 윤정현 Jun 23. 2022

비록 아들은 떠났지만

말 한마디의 의미

5년이 지났다.
아들이 자살로 그의 곁을 떠난 지...
절에도 다니면서 기도했지만 가슴에 박힌 고통과 아픔, 화병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당신 말을 들으니 쉽게 이해가 간다고 하신다.

우리의 대화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2022년 6월 10일 금요일 저녁 오랜 친구와 술 한잔을 하고,  새벽 1시쯤 군자에서 택시를 탔다. 아차산을 지나 광나루 방향으로 가는데 뒤 따르던 택시가 깜빡이도 없이 확 끼어든다.
깜짝 놀란 나와 기사님을 뒤로하고, 그 택시는 쏜살 같이 질주한다.

기사님이 화가 잔뜩 나서 급발진하면서 창문을 내리고 소리친다.
"야! 인마! 똑바로 운전 못해!"
그러거나 말거나 그 택시는 도망간다.
같이 또 질주하는데, 몸이 휘청했다.
그때 놀란 나의 입에서 기사님을 자제시키며 말을 꺼냈다.
"기사님! 천천히 가세요. 늦게 가도 괜찮아요."
택시 기사가 상대 기사의 난폭 운전에 보복 운전을 하려는 순간 나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다.
조금 마음이 안정되어 갈 때, 운전하신 지 몇 년 되었느냐고 여쭈어봤다.

1년 되었다고 하신다.
"운전은 오래되지 않으셨군요." 했더니,
여러 가지 일을 했었다고 하기에 저 또한 여러 가지 일을 한다고 말했다.

"무슨 일을 하세요...?"
이번에는 기사님이 묻는다.
"여러 가지 일을 하는데, 학생들과 일반인에게 글쓰기 수업도 하고, 이를 토대로 책 출판도 하고, 사람들에게 상담하고 강의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울증이나 자살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행복해지는 방법을 전합니다."

그랬더니 대뜸 질문하신다.
"진짜 자살하려는 사람을 살린 적도 있습니까?"
"네. 몇 명 됩니다. 경찰서에 직접 연락해서 위치 추적으로 살린 적도 있습니다."
그랬더니 기사님께서 속마음을 털어놓으신다.
자신은 5년 전 28살 아들을 잃고, 가슴이 답답하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절에도 오래 다녔지만 아직도 마음은 힘들다고 하신다.

그러시면서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습니까?"하고 질문하신다.
사람들은 쉬우면서 단순한데 간과하는 것이 두 가지 있다고 했다.
"첫째는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찾아내어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것, 둘째는 누구나 재능을 가지고 있는데 그걸 먼저 문을 열고 나눌 때 사람들이 진정한 관계로 나아갑니다. 이 두 가지를 실천하면 사람들은 소소한 삶 속에서 행복을 발견합니다."

사람마다 차이를 비교하고, 자신이 가진 것보다는 없는 것에 대해 불행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 비교 의식은 끝이 없다. 아무리 잘난 사람도 더 많이 가진 사람과 비교하면 채울 수 없다. 그것이 사람을 불행하게 만든다.
하지만 내가 가진 것들이 많다.
따뜻한 집이 있고,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대화할 친구가 있고, 일할 수 있는 직업이 있고, 가끔은 외식이나 여행을 하며, 좋아하는 취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 이런 것들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소중한 것들이지만 그에 반하여 오히려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감사의 조건들이다.
너무 흔하게 여기다 보면 남들은 누리지 못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므로 스스로 얻은 행복을 가볍게 생각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가끔 시간이 있을 때, 또는 마음이 공허하고, 외롭고, 삶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 때 타인과 나누는 삶은 자신을 풍요롭게 하는 삶의 방식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한계와 두려움에 가두므로 스스로 불행을 자초한다. 누구나 의심하고, 경계하는 마음 때문에 먼저 다가가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때 이웃과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나누는 삶을 살다 보면 의외로 삶의 기쁨을 발견한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이 가진 재능들이 있다. 그것을 어떻게 나누는지 그 방법만 알면 우리는 줄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그냥 우리와 함께 하는 주변의 이웃들에게 따뜻하고, 순수하며, 용기와 지지를 보내는 말 한마디가 상대방에게는 큰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다.
옛말에 '콩 반쪽이라도 나누어 먹는다'는 말처럼 사람과의 관계는 아주 작은 마음 씀씀이가 서로에게 행복을 증폭시킨다.

"저는 이렇게 따뜻한 말 한마디 또는 작은 관심으로 사람을 살리고, 행복하게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그런 경험들을 책으로 쓰고, 강의하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책쓰기 경험을 통하여 더 풍요로운 삶의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나누고 있습니다."

이렇게 감사와 나눔에 대한 삶의 행복한 경험과 견해를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어렵게 하는 말이나 또는 단순히 힘을 내라는 말보다 당신이 말한 자신이 이미 가진 것을 감사하고, 더불어 이웃과 함께 하는 소소한 나눔 속에 행복이 있다는 말이 쉽게 이해가 갑니다. 오늘 저에게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부탁이 있다고 한다.
그 부탁은,
"당신을 지지합니다. 계속 그 일을 해주세요."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다.
그런데 그의 마지막 말이 귀에 맴돈다.
생각지도 않은 만남이었다.
그냥 술 먹고 늦은 시간 피곤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고 있었다.
그때 다른 택시의 난폭 운전으로 시작된 그 짧은 순간이 또 다른 우연 같은 인연을 만든다.
그 순간 주고받은 대화 속에 직관적으로 떠오른 행복에 대한 정의들이 상대방에게는 강한 임팩트가 있는 의미로 다가갔다.
우리의 삶은 그런 우연과 필연들로 엮여있다.
그 가운데 우리는 무엇을 나눌 것이냐 그것은 스스로의 선택이다.

'당신을 지지합니다. 그 일을 계속해 달라'는 부탁은 아픔을 간직한 모든 사람의 호소일 것이다.
더 나은 세상, 더 행복한 세상!
여기 우리가 사는 세상을 서로 위로와 힐링 속에서 따뜻한 곳으로 만드는 것은 우리 각자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
단 한 사람에게 전한 선한 영향력은 어느 날 다시 자신에게 돌아온다. 나에게는 작은 행동의 일부일 수 있지만 상대방에게는 전부일 수 있다. 고민과 갈등, 아픔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말이다.

마치 '한 사람을 구하는 것은 지구를 구하는 것과 같다'는 쉰들러 리스트의 명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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