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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스쿨 윤정현 Nov 04. 2023

책쓰기 동아리

그리고 사랑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난 너희가 무관심한 줄 알았어.

첫날 하루 관심을 가졌나


그 후론 1학기를 지나

1년 내내

넌 학교에서 화장만 했지

또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고


진짜 난 무진 노력을 했어.

재밌게도 하려고 했고

맛있는 것도 사 가고

책도 선물하고

칭찬도 하면서


하지만 너희는 한결같았어.

오로지 화장하는 시간이었어.

2시간 수업 내내


난 자괴감까지 들었어.

결국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친구와 술 한 잔을 마시며

난 나 자신을 위로했지.


그리고 어제 마지막 수업 날

너는 내게 과자를 내밀며

"선생님! 과자 드세요!" 하며

"선생님! 염색하셨어요?"라고 질문했지.


뭐지?

이제 와서 관심이지?

수업을 듣긴 들은 거야?

그동안 퉁명스럽고

뾰로통하기만 했던 너희가


난 과자 하나를 먹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고

"응" 하고 대답했지.

마음속 깊이 감동하면서


그리고 너의 마지막 수업 소감을 읽었어.

글쓰기가 어려웠는데

이 동아리를 통하여

자신을 표현하고 만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세상에나

겉으로 드러난 것이 전부가 아님을 또 배웠어.

어쩌면 나를 그렇게 깜박 속일 수 있니?

떡볶이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끝나고 나오면서 담당 선생님과 대화했어.


그저 형식적으로 너네가 2학년이니

출판기념회에 사회를 맡아줄 수 있느냐고?

너희는 허락했지.

내 마음속으로는 거절이라고 생각하며

이미 다른 아이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진짜 기절하는 줄 알았어.

뒤통수를 세게 한 대 맞은 느낌이야!

"선생님! 아이들이 한데요. 놀랐어요."

"그래요. 놀랍네요. 진짜 속단은 금물이네요."

우리는 서로를 놀랬어.


그렇게까지 자괴감이 들었었는데

단 한 번에 전부 보상받는 느낌이야.


하아~이럴 수가!

너희를 통해 또다시 하나 배웠어.

앞으로 더 잘할게.


진실함이 얼마나 중요한지

한결같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사랑은 얼마나 목말라하는지



윤 정 현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사랑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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