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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스쿨 윤정현 Mar 30. 2024

인생이란 무엇이 의미일까?

나는 운명을 새롭게 하기 위해 너를 만난다


먼 기차 여행을 할 수 있는 시작은 어디서 왔을까?

하루의 마지막을 닫는 시간 오송에서 출발하고,

하루의 시작을 여는 시간에 수서에서 만나

강남에서 3시간을 우리는 회포를 풀었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여행.

삶에 지쳐 한 번 만나기 어려운 우리들의 삶.

자네를 만나러 간지 몇 년에 지난 지 모르겠는데,

어제 서울로 올라오겠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너무 반가웠네.


이렇게라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선물 아닌가?


오늘 자네를 만나서 반가웠네.

자네의 의지가 우리의 관계를 이어져가는 길이 아닐까 생각하네.

인간의 관계는 무얼까?

서로의 관계를 만들어 가는 존재의 의미에서 말이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혈연, 지연, 학연으로 이어가지 않나 생각해.

그리고 다음으로는 이익적 관계로 만들어 가겠지.


자네와 나는 무엇일까?
혈연도 아니야.
지연도 아니야.
학연도 아니야.


가장 하찮은 곳에서 만났지.

거기에서 만난 사람은 밖에 나가서 아는 체하는 것이 아니라는 규범 아닌 규범을 듣는 곳에서 만났지.

왜냐하면 인간적인 취급을 안 하기에 밖에 나가서도 아는 체하는 것이 어떤 면에서 수치스럽다는 의미였지. 생활하면서 그 의미를 느끼겠더라고. 그곳에서 필요한 것은 일의 효율성으로 취급하는 노동력이었지 인간은 거기에 부속물이었으니깐.

거제 대우조선 하청 계약직 노동자의 삶에서 만났던 시간은 우연 아닌 운명이었으려나?


자네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 출신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 마주한 곳은 그곳 목욕탕에서였지.

IMF 때 그렇게 잘 나가던 어학원 사업이 망해서 해운대 바닷가에 죽으려는 몸을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고.

우리는 서먹하였지만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이어진 대화에서 어떤 공감대를 형성했지. 그리고 만났던 시간들...

일과가 마치면 유일하게 서로 편의점에서 만나 막걸리와 함께 시대를 논하며 서로의 과거와 미래를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매일같이 이어진 메아리와 같은 이야기들이 벌써 13년 전의 일이야!'

그때 어린 꼬맹이였던 7살 자네 아들에게 편의점 과자를 사주었고, 또 하루 시간을 내어 자네 가족과 함께 뷔페에서 저녁을 먹었던 기억이 나는지?

거제도에서 마주 보던 등대가 기억나.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가 마주 보던 그곳에 우리는 함께 기거하다가 자네 가족이 오게 되면서 작은 호수와 같은 바다를 마주하며 시간을 보내지 않았던가!


그때 자네가 이야기했던 말이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맹서와 같은 약속이 되어 가슴 깊숙이 새겨져 있어.

사랑하는 이를 만날 때마다 말하는 하나의 주제가 되었지.

"내가 나이 40이 넘어 형님이라고 마음으로 이야기할 사람을 만나 감사하다고. 평생 형님으로 만나고 싶다."고 말하였지.

그게 13년째 이어져 오고 있네.

조선소에서 밖에 나가면 아는 체하지 말라고 하는 곳에서 자네는 나에게 그렇게 말했지. 무언가 가슴 저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희열을 그때 느꼈지.


지금 생각해 보면 마치 동화 속 이야기 같아.

우리가 그런 시간을 함께 했었던가?

그건 꿈속의 이야기 아닌가?


그렇다면 지금의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우리는 지금 무엇을 위해 살고 있을까?
13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말이야.


모든 것을 잃고, 삶의 희망도 사라진 그곳에서 우리는 만났지 않은가?

나는 개인 사업을 망치고, 위암 수술을 마치고 미처 회복도 하지 못한 , 그곳 조선소에 생계를 위해 일하러 갔지. 간 수치도 낮아서 통과될 수 없었던 빈혈 증상을 그곳 종합병원에서 철분 주사를 3회 맞고 나서 통과되었지. 여성보다 못한 간 수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발견했지. 왜 그렇게 빈혈 증상이 있었는지도 모른 채 말이야. 어쩌면 그 고된 일의 시작은 비록 힘들었지만 나의 건강을 찾게 해 준 곳이 아니었나 생각도 들지.

물론 그곳에서의 최고의 선물은 자네를 만난 것 아니었겠나.


삶이란 무얼까?


살고, 상처받고, 만나고, 헤어지면서...

다시 일어나 시작하고, 그것이 망하고, 또 다른 여행지로 떠나고...

사랑했던 사람이 떠나고, 원수가 되고, 또 다른 인연을 만나 회복하고...


인생이란 무엇이 진정한 의미일까?


그곳에서 예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비참한 삶의 시작을 경험하면서 이런 삶의 세계도 존재하는구나 아니 존재하는 곳도 있구나를 알면서 삶은 또 다른 의미를 찾아 질문하는 연속이지 않았는지.

우리는 그곳에서 많은 삶을 나누었지.

마치 대학 초년생이 인생을 논하고, 철학을 논하는 시절의 시간과 같이 우리는 중년의 삶을 막걸리 한 병을 놓고 매일 같이 많은 시간을 서로 나누었지.


자네는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 영어 학원을 그곳에서 열었지.

조선소에서 자네 옥스퍼드 시절 친구도 만나고 말이야.

조선소에 비하면 자네의 수입은 또 비할 데 아닌 삶으로 나아가지 않았는가?

거제에서 시흥으로 다시 일산에서 세종시로 방랑 아닌 방랑의 여행을 하지 않았나?


이제 또 다른 차원에서 우리는 연결하려 하네.

그것의 시작과 끝이 무엇인지 우리는 모르겠지.

하지만 그것만은 약속해.

그 길의 끝은 모르지만 그 길의 시작은 진실과 순수함으로 다가가겠다고 말이야.


인간이 아름다울 수 있는 부분으로 새로운 삶의 서막을 열어가겠다고.



2024. 03. 30(토) AM 05:10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고



삶은 이어짐일까 끊어짐일까

무엇을 위한 만남일까

또 누구를 위한 만남일까

그대는 그 근원을 읽어낼 수 있을까

나는 운명을 새롭게 하기 위해 너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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