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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스쿨 윤정현 Apr 01. 2024

아카샤의 약속

무엇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가 날았다.

오늘 처음으로 하늘을


이게 몇십 년만인가!

너무 놀라웠고

너무 감동이었다.


날고 나면 꿈이었고

날고 나면 꿈이었다.

너무너무 허망하였다.


그동안 하도 가짜여서 오늘은 손등을 꼬집었다.

그런데 아팠다.

진짜였던 것이다.

아카샤는 눈물이 났다.


마치 워터파크의 미끄럼틀처럼 계곡의 언덕이 너무 높아 무서웠다.

그래서 수직이 아닌 계곡 옆으로 나는데 몸이 뜬다.

양팔을 앞으로 벌리고 몸을 바람에 의지하면서 한 발씩 한 발씩 들어 올렸다.

몸이 바람에 의해 위로 붕 떠오른다.

아아, 이 기분이란 말로 설명이 안 된다.


날으니까 이제 자신이 생기면서 계곡 밑을 향해 도전했다.

약간 무서웠지만 날아오르니 용기가 났다.

너무 급경사이지만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티익스프레스의 하강처럼 자유롭게 날고 싶었다.

정말 자유롭게 하강하면서 활강하는 행글라이더처럼 날았다.


계곡 밑으로 날아 끝에 다다랐을 때 나무 옆으로 돌아서는 순간 깜짝 놀랐다.

저 멀리 어린 여자 아이가 아카샤처럼 날고 있었다.

연보라색 치마를 입고 땅에서 2~3미터 높이로 떠서 나무 옆으로 날고 있었다.

이제 3살 또는 4살 정도의 아이여서 그런지 약간을 불안정한 모습으로 좌우로 흔들리면서 나는 연습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무 그늘 밑에는 할머니로 보이는 분이 그 아이를 대견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성인이었던 아카샤가 나타나서 너무 놀랬던 것이다.

아이도 날던 것을 멈추고 할머니 곁으로 내려갔다.

괜찮다고 하면서 두 사람을 달래주었다.

아카샤도 오랫동안 날고 싶어서 계속 고심하였고, 노력했는데 오늘 처음 날아올랐다고 말해줬더니 안심하는 마음이 드는 것 같았다.

그는 계속 날고 있으면서 이야기를 이어 갔다.


그런데 할아버지와 그 부모까지 그가 있는 곳으로 왔다.

그러면서 오늘 이상한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하였다.

같이 밭과 논을 한참 지나 저 멀리 달을 가리켰다.

증표

"저 달을 보세요." 할아버지가 말했다.
"저게 뭐가 이상한데요?"라고 그가 말했다.
더 높은 곳을 가리키며
"더 위를 보세요."라고 하는데


거기 또 다른 보름달이 떠 있었다.

밑에 있는 것도 보름달인데 그 위에도 보름달이 있었다.

깜짝 놀랐다.

그런데 밑에 있는 것은 어마어마하게 컸다.


자세히 보니 밑에 있는 것은 달이 아니었다.

커다란 둥근 형태의 나무가 산등성이에 서 있었고, 그 뒤로 붉은빛이 나는 별이 떠서 나무 전체가 빛이 나서 마치 멀리서 보면 언뜻 보름달처럼 보였다.

너무너무 아름다웠고 휘황찬란했다.

두 개의 보름달이 마치 그들이 날아오른 순간을 축하해 주는 것처럼 보였다.

아카샤에게는 가슴까지 행복해지는 순간이었다.


아! 그동안 얼마나 날고 싶었던가!

그렇게 불가능하다고 사람들이 말하였지만, 아카샤는 자신만의 신념을 꺾지 않고 믿었었다.


'그래 너희들은 믿지 않지만 나는 믿는다. 기다려라!

내가 반드시 증명할 것이다!'라고 생각하면서 묵묵히 걸어갔던 것이다.

믿음, 자기 확신, 끈기


그는 다만 겉으로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았다.

비웃음 거리와 이 시대로부터 조롱받을 것이 뻔하였기 때문이다.

그는 홀로 믿으며 계속 자기만의 길을 걸어갔다.

계곡을 바라보면 항상 멋있게 활강하면서 날아오르고 싶었지만 그 또한 두렵고, 알 수 없기 때문에 함부로 시도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너무 끌렸다.

처음이라 수직으로는 무서워서 시도할 수 없었지만, 살짝 옆으로 몸을 바람에 맡기니 날아오르려는 몸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동안 꿈속에서 얼마나 많이 날아올랐던가?

몸이 바람에 실려 살짝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래 바로 이거야!

이렇게 날아오르는 거야!"


그는 소리쳤다.

눈물이 났다.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나!

인간도 본디 날 수 있음을 얼마나 증명하고 싶었었나!

사람들은 모르리라!

아니 관심도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의 생각 속엔 인간은 날 수 없는 존재였으니.


누군가 깨어나기 시작하면 또 다른 이들이 깨어난다.

이것이 가능하다는 양자 얽힘 현상은 동시성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아카샤의 깨어남은 어린 소녀의 깨어남으로,

그리고 다시 다른 이들이 인지의 영역으로 넘어올 때

그 가능의 문은 열린다.


무엇을 이루기 위해서는 누군가 꿈을 꾸어야 한다.

그것도 오랜 날 동안.

아무도 믿지 않지만 자신만 믿는 신념을 향해 걸어가야 한다.

다만 그 신념이 증명되기까지는 준비하면서 기다려야 한다.

무모한 도전은 무모한 실패만 안겨주기에.

신념, 준비, 기다림, 증명


조나단 갈매기가 하루를 살아가면서도 날기 위해 또 다른 시간을 투자하였던 것처럼 꿈을 이루기 위한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오늘 하루 삶을 살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그 가운데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또 다른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조나단도 먹고살기 위해 물고기를 낚았다. 하지만 꿈을 이루기 위한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하였다. 온통 생각은 날기 위해 노력했다.


'더 높이, 더 멀리, 더 빠르게'


이것이 조나단이 살아가는 삶의 의미였다.

그것은 그 집단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조나단은 결국 추방당했다.


아카샤 또한 조나단처럼 같은 길을 걷고 있었다.

아웃사이더


당신이 그 집단에서 어울리지 못하는 아웃사이더인가?

당신은 꿈꾸는 자다.

당신은 미래를 여기로 가져오기 위해 꿈을 먹고 있다.

사람은 밥만 먹고는 살 수 없다.

먹어도 먹어도 영혼은 너무 배고프기 때문이다.


소년은 꿈을 먹고 여기까지 왔다.

소년이 노인이 되기까지 그는 포기를 몰랐다.

너무 외롭고

너무 아팠다.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꿈을 말할 수 없었다.

그는 자기 자신에게 약속했다.

이 세상에,

꿈을 잃어버린 이 세상에 다시 꿈을 가져오겠다고.


소년은 약속했다.

세상이 너무 아프게 살고 있어서

세상이 너무나 춥고 외롭고 삭막하고, 너무 슬펐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삶을 포기했다.

자신을 내던져서 세상의 추위를 온몸으로 녹이겠다고.


힘들어도 걸어갔다.

자신이 가는 길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꾹 다문 입술은 그의 약속의 증표였다.

저 드높은 하늘을 날아올라 예전 신들의 정원에서 하나의 가족이 되어 만찬의 식탁에서 춤을 추며 행복했던 그 먼 과거의 시간을 다시 여기로 불러오기 위한 그런 약속의 증표 말이다.


약속의 증표


그는 어린 날 꿈속에서 그 약속을 들었다.

하늘을 함께 나르면서 어린 아카샤에게 눈부신 존재는 약속했다.


"네가 나와의 약속을 잊지 않는다면, 너는 나에게 돌아올 거야! 너는 나와 같은 하늘을 나는 존재였어. 잠시 그 기억을 잊고 이곳으로 왔어. 힘들겠지만 조금만 견디어줘. 그 시간을 버티면서 나를 기억해 줘.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이곳의 네 친구들을 위해 나와의 약속을 잊지 말아 줘. 그 약속이 실현되는 날, 너는 춤을 추며 기뻐할 거야! 그날에 하늘에서는 두 개의 빛난 별이 너를 반겨줄 거야! 네가 기억하고, 마침내 이루어낸 우리들의 약속을 기다려줘서 말이야!"


마침내 자신의 길을 발견한 아카샤의 마음에는 이런 음성이 들려왔다.


"나는 네가 해낼 줄 알았어. 냉혹하고, 차가운 이 세상에, 외롭고도 배고픈 이 세상에, 너를 잃어버리지 않기를 기도했어. 마침내 네가 이웃의 손을 잡고 함께 여기로 올 줄 알았지. 수고했어. 그리고 고마워!"


그가 나타났다.

많은 이가 보는 광장에 나타나 하늘을 날았다.

그리고 그가 말했다.

우리는 모두 본래 하늘을 날았던 신들이었다고.

그리고 하늘에서 내려온 존재들이라고.

오래된 우리의 과거를 잊고,

무너져 내린 세계에서 너무 오래 먹고살기 위한 동물처럼 살다 보니 본래의 신분을 상실하였다고.

유구한 세월 속에서 우리의 빛난 영광은 하나의 신화로만 남아서 그 누구도 믿지 않았다고.


다시 우리는

우리 중에 그 누군가는

우리 자신을 증명해서 보여주어야 했다고.

우리가 짐승처럼 땅을 기어 다니는 존재가 아니라

우주를 날으며,

하늘의 왕국을 다스리는 신들이었다고 그가 말한다.


그리고 우리는 하나의 형제이며 가족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함께 신들의 식탁에서 만찬을 즐길 존재라고.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빼앗고 죽이는 관계가 아니라고 역설한다.


우리는 서로를 위하며

오래전 다시 만나 회포를 풀기로 약속한 오누이였다고.

하늘에서 잃어버린 사랑을

이곳 지구에서 우리들이 기억을 상실한 존재들로 만나

서로를 다시 알아보고,

다시 사랑하는 관계로 찾아내는

그런 게임을 하기로 우리는 약속하였다고 말한다.

시뮬레이션 게임


이것은 우리가 만든 하나의 시뮬레이션 게임이었다고.


시간이 없는 영원이라는 개념 속에는

지루함이라는 개념도 함께 내포되어 있기에

지루함을 탈피하고자 육체적 감각이 현실처럼 느껴지는 공간을 창조하였고,

제한된 시공간에서 살아남기 위한 게임을 스크린 속에 완성하였다.

과거의 기억을 지운 존재는 지금만이 현실이기에

거기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명과 권력, 부와 명예를 위한 찬탈 게임을 하였다.

하지만 그 게임도 너무 오래 하다 보면 지루해져서

죽고 죽이는 게임에서 지쳐버린 우리는 새로운 탈출구를 찾았다.


소수의 사람들이 거기에서 방탈출을 하였고,

그리고 너희도 여기로 오면 나갈 수 있다고 하였지만

여기에서의 매력과 유혹은 우리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의 역사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져주었고,

'이것만이 아닌 것 같은데...'라는 의문은 자아를 찾는 여행을 떠났다.

자아의 여행


또 내면에서 들려오는 슬픔과 외로움,

혼자라는 고독,

우주에 내던져진 고아와 같은 느낌,

깊음을 가진 존재 같지만 또 하염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무력한 존재감,

쳇바퀴 돌듯 육체의 시간을 살아가지만,

영혼의 울부짖음은 무언가 다름을 찾아내야 한다는 기억 저편의 약속들.


이러한 것들이 시대와 맞물려 하늘에 대한 약속을

제사와 종교라는 형식으로 불러내었고

자신을 찾으려는 시대 정신과 대척점을 놓고 인간은 싸워오지 않았을까?


스스로에 대한 질문을 향해 하늘에 울부짖었던

그 답변에 대해 아카샤는 그 문을 열어젖혔다.

그리고 그들도 처음으로 하늘에 열린 문을 보았다.


이제 고향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고.

이별은 본래 하나였음을 증명하기 위해

존재하는 이유라고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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