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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스쿨 윤정현 Mar 06. 2023

너로 인해 사랑을 배웠어

사랑을 보고 배우는 가장 작은 공동체

어느 날 사랑이 왔어.

알아?

난 거기서 사랑을 배웠어.

거기가 너무 따뜻했거든.


햇살이 눈을 가리도록 내리쬐던

울집 마당에서

앞에 닭장과 토끼장이 있었고

옆으로 외양간에서 소가 울어대는 곳.

집으로 내려오는 길 옆으로는

돼지가 꿀꿀거리던 정겨운 집.


거기서 우리가 함께 뛰놀았지.

감나무가 우거진 그늘에서

공기놀이를 하며

웃음 가득 쏟아지던 고향.

그 위로는 샘물이 솟아났고

그 아래로는 물고기가 뛰노는 둠벙이 있었지.


작은 텃밭에는 딸기도 심고

무궁화도 피어 있었어.

큰 텃밭에는 대추나무에 대추도 주렁주렁.

시금치와 오이, 호박과 고추도 심었지.

그 앞으로 빨래하던 개울이 흘렀어.


집 뒤안에는 가마솥을 걸어 놓고

그 옆에 맷돌이 돌아가고

정제에는 엄마의 구수한 저녁밥  냄새.

아빠는 지게에 한아름 나무를 지고 오셨지.


누나들은 옆에서 요리도 하고

아버지 막걸리 심부름도 했지.

형들은 소꼴도 배어 오고

염소에게 풀을 뜯기러 동산을 돌아다녔지.


그거 알아?

저수지로 풀을 배러 가면

비료 봉지에 풀을 조금 넣고

마치 썰매처럼 타고 놀던 그때 그 시절 말야.

동네 아이들과 뛰놀던

그때 그 시절이 그리워 눈물이 나려 하네.


여름이면 저수지에 몸을 던져 놀았지.

물귀신이 잡아간다고 무서워서

깊은 곳으로는 못 갔어.

또 낚시를 얼마나 좋아했던지

먹지도 않는 고기를 낚는 그 스릴을 그때도 즐겼어.


넓은 뒷밭에 다양한 채소를 심고

보리도 심었어.

보리 탈곡할 때가 오면

발로 구동하는 탈곡기로 보리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탈곡하는데,

그거 알아?

까끌까끌한 보리 탈곡한 먼지들이

목과 온몸으로 들어와 고생했던 그날을 말야.


그때는 몰랐어.

그냥 마냥 뛰놀면서 일하면서 지냈던 시절이

지금에 와서는 한 폭의 빛나는 그림이고,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이.

지금의 나에겐 기쁨과 추억으로 그리고

무수히 멈추지 않는 행복의 눈물로 안겨준 선물이라는 거.


고마워.

나의 어린 시절.

그리고 나의 가족.

사랑스런 나의 고향과 친구들.

나의 소중한 삶을 선물해준 부모님.

내 사랑의 가장 작은 공동체 가족들.

우리는 소설 속 한 순간을 함께 살았어.

너무도 따스하게 말야.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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