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듣는데 ‘밥 먹었니’와 ‘사랑해’는 동의어라고 말한다. 그렇다. 그 말은 동의어다. 그런데 앞의 말은 많이 사용하는데, 뒤의 말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랑해'라는 말은 잘 사용하지 않았기에 민망하고, 어색해서 잘 사용하지 않는다. 사용하지 않는다는 말 보다는 사용하지 못한다는 말이 더 옳을 것이다. 우리는 평소 사용하지 않는 어색한 말은 사용하기를 주저한다. 늘 사용하는 말에 특화되어 습관화되었기 때문에 그게 몸에 배어 편한 것이다.
'밥 먹었니'는 어려서부터 많이 듣고, 많이 사용한 언어다. 그래서 입에 붙었기 때문에 편하다. 밥 먹었니라는 말에는 상대방을 걱정하는 정서가 담겨있다. 걱정하고, 염려한다는 것은 배려요 사랑이다. 관심 없거나 미운 사람에게 밥 먹었니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말은 약간의 부족함이 있다. 깊은 심리를 이해하는 사람이나 인생의 수많은 경험을 통해 그 의미를 완전히 알아차리기 전까지는 단순히 밥 먹었느냐는 말은 걱정으로만 들린다. 이 말이 사랑한다고 이해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한 경험으로 언어의 의미를 발견하고, 삶의 철학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언어를 이해 가능한 언어로 표현하는 방식도 중요하다.
우리 시대 어른들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대부분 배우지 못했다. 사랑한다는 말이나 고맙다는 말, 좋아한다는 말이나 감사하다는 말, 미안하다는 말이나 사과한다는 말, 위로가 되는 말을 우리는 평상시 주변에 잘 사용하지 않는다.
죽는 순간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것은 '그때 그걸 할 걸'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해볼 걸, 좋아하는 것을 할 걸, 사랑한다는 말을 더 많이 표현 할 걸 등등이다.
이심전심, 소울메이트, 죽마고우와 같은 관계가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렇게 잘 통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물론 그런 사람도 필요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만나는 사람은 그런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감정을 표현하는 말을 좀 더 많이 우리 주변에 표현한다면 우리의 삶이 훨씬 풍요로워질 것이다.
어색하고, 민망하여 잘 사용하지 않아서 습관이 되었던 것처럼, 이제 다시 사용하는 것 또한 첫 한마디 말로 표현하는 습관에서 만들어진다. 어색하지만 처음으로 사랑한다는 말, 고맙다는 말, 감사하다는 말을 입 밖으로 표현해보자.
"요새 얼굴을 보니 해쓱해진 것 같아! 밥 잘 챙겨먹고 다녀! 넌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니깐 아프면 걱정되자나!"
이렇게 말하면 단순히 '밥 먹었니'보다는 훨씬 감동을 받는다. 그리고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마음이 들여다보인다. 상대방이 느껴지는 감정의 언어,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언어들은 우리 삶을 좀 더 여유롭게 이끌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