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너라는 지진 (4) 균열

마음을 다시 짓다

by 새롬

지하실의 비밀을 털어놓았을 때, 나는 우리 사이의 가장 큰 고비를 넘겼다고 안도했다.

이미 나의 구조적 결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그는 나를 이해해 주었으니까. 둘 다 아픔이 있는 사람이었기에, 서로의 빈 곳을 채워주는 보강재가 되어줄 거라 믿었다.

그래서 우리는 다음 단계로 나아갔다.




어느덧 최종장만이 남았다. 하지만 그는 '가장 깊은 곳에 닿는 일'에 대해 큰 불안을 가지고 있었다.

"혹시나... 내가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어떡하지?"

지금 와서 회고해 보면, 그건 나에 대한 거부감이라기보다 그 자신이 가진 본능적인 불안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의 두려움은 내가 아닌, 사실 자기 자신을 향해 있었던 것이다.


불씨는 나에게도 옮겨붙었다. 나는 내 몸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지, 경첩이 뻑뻑하지는 않은지 매일 확인했다. 심지어 병원에 찾아가 자문을 구하기까지 했다. 나는 그에게 완벽하고 싶었다.


그리고 거사를 치르기로 한 날.

점심 무렵, 그가 조심스럽게 노란색 알약 하나를 꺼내 보였다. 시알리스.

그는 자신의 기둥을 단단하게 지탱해 줄 '구조 보강재'를 원하고 있었다. 내 눈치를 보며 승인을 구하는 그에게, 나는 섣부른 위로를 건네고 말았다.

"그런 거 없어도 돼. 나는 너의 있는 그대로가 좋으니까, 무리하지 않아도 돼."

그건 나의 진심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건축학적으로 치명적인 오판이었다.

나의 '괜찮다'는 말은 그에게 심리적 안전망이 되어주지 못했고, 그는 내 말을 믿고 보강재를 쓰지 않았다.


이윽고 밤이 찾아왔다.

우리가 몸으로 대화하는, 서로의 공간을 허무는 첫 순간이었다.

하지만 긴장감이라는 과도한 하중을 견디기에, 맨몸의 그는 너무 위태로웠다.

결국 집을 지탱해야 할 기둥은 힘을 잃고 무너져 내렸다.

나의 문은 열리지 못했고, 그의 자존심은 갈 곳을 잃고 부서졌다.




침묵이 흘렀다. 어둠 속에서 나는 직감했다. 우리가 쌓아 올린 신뢰의 대들보에 돌이킬 수 없는 금이 갔음을.

내가 그 약을 허락했다면 어땠을까. 나의 '있는 그대로 사랑하겠다'는 선언이, 오히려 그를 '있는 그대로 무능력한 남자'로 확인사살해 버린 건 아닐까.

그 균열 사이로 찬 바람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이별을 통보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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