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roject One Jan 28. 2018

[Project One]부동산, 파도 대신 바람

지난 10년간의 부동산 흐름을 기사로 공부하고 느낀 점 

주의: 철저히 개인 의견이 반영된 글입니다.


서론


영화 ‘관상’의 마지막 장면에서 관상가(송강호)와 한명회(김의성)가 나눈 대사는 아직도 내 머리 속에 맴돈다.

송강호는 김의성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냥 수양은 왕이 될 사람이었단 말이오. 난 사람의 얼굴을 봤을 뿐 시대의 모습을 보지 못했소. 시시각각 변하는 파도만 본 격이지. 바람을 보아야 하는데. 파도를 만드는 건 바람인데 말이오.


관상의 이 장면을 다시 보면서, 지금 서울의 부동산 시장이 떠올랐다. 바람은 서울 부동산에 순풍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 부동산은 최소 몇 년간은 순풍을 타고 빠르게 올라갈 것으로 생각한다. 그 누구도 불어오는 바람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는 최고의 투자자가 되기를 꿈꾼다. 그리고, 최고의 투자자로서 가장 필요한 자질은 통찰력과 배짱, 실행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내 마음속 No.1 투자자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코스톨라니이다. 그는 투자할 수 있는 모든 것에 투자했다. 주식, 부동산, 채권, 외환, 원자재뿐만 아니라 부실채권, 신발 가죽, 위스키, 커피 등 모든 것에 말이다. 끊임없이 미래를 상상하던 투자자였고, 세상을 꿰뚫어 보는 상상으로 배짱 있게 투자를 했다. 가끔 실패도 했지만, 그는 역사 속에서 매우 성공적인 투자자였다. 말이 앞서는 투자자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믿고 과감하고 크게 자신의 돈을 베팅했던 투자자로서, 그는 투자 그 자체를 즐겼다.

"투자에서 얻은 돈은 고통의 대가로 받은 돈, 즉 고통 자금이다"

코스톨라니가 투자를 즐길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내 생각엔 투자에서 실패보다 성공을 훨씬 많이 경험했고, 그 덕분에 자본주의에서 성공의 과실을 즐겁게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인물도 거듭되는 실패 속에서 그 실패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 않은가. 그런 측면에서 코스톨라니는 투자를 즐김으로써 더욱 훌륭한 투자자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큰 그림을 꿰뚫어 보는 눈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즉, 그는 파도가 아니라 바람을 보는 눈을 가진 인물이었던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데 무작정 상상으로 미래를 맞출 수 있는 통찰력이 생긴다고 믿지 않는다. 그래서, 상상하기 전에 제대로 아는 것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과거를 제대로 알기 위해 십 년이 넘는 기간 동안의 ‘한국경제’ 신문을 다시 읽고 내용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세계 각 지역의 부동산 데이터도 온라인으로 조사해보았다. 도쿄와 상해에 방문해서는 각 지역별 위치에 따른 집값도 실제로 조사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서울 부동산은 사야 한다


서울의 부동산 침체기


서울 부동산은 2000년대 후반부터, 2014년 초까지 과거에 왜 침체기를 겪었을까? 우선, 서울 내 공급 과잉 영향이다. 부동산 호황기에 너도 나도 건설업에 진출해서 분양을 늘리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노무현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추진하자, 이를 피하기 위해 건설사들은 소위 말하는 ‘밀어내기’를 실시한다. 그 결과, 두 개의 쳇바퀴가 맞물리면서 서울지역에 역대급 공급이 이뤄지게 된다. ‘06~’10년 강남권에 공급된 아파트는 (강남 3구, 판교, 위례 신도시) 10만 가구에 달하는데, 그 직전 10년간(‘95~’05년) 강남권에 공급된 아파트인 2만 가구에 비하면 그 물량이 5배가 많았다. 잠실에서 유명한 ‘엘리트레파’도 ‘07~’08년에 완공되면서 잠실에 약 2만 5,000세대의 물량을 쏟아냈고, 그 결과 잠실은 전세가 하락과 매매가 하락을 동시에 겪게 된다. 아무리 좋은 기업의 주식과 아무리 좋은 지역의 부동산,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원자재 등 그 어떤 자산이라도 그 자산의 가격은 “물량 앞에 장사 없다”.

두 번째는 부동산 심리 위축이다.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심리가 미국에서 위기가 발생하면서 꺾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자 때마침 ‘한국 부동산 대세 하락론’이 등장한다. 대세 하락론의 주된 논리는 인구 감소의 충격, 그리고 일본을 20년 시차로 따라간다는 것이었고, 부동산 매수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부동산 대세 하락론은 소위 말하는 전문가들의 입을 타고 퍼져 나간다. 매수 심리는 불씨가 꺼져 버렸고, 부동산 가격의 상승세가 꺾이자 높아진 대출 금리와 종부세 부담을 이기지 못한 주택 보유자들이 집 매도에 나서게 된다. 심리 위축을 잘 느낄 수 있는 사례가 시기에 따른 반포에서 분양 경쟁률 차이이다. 반포는 현재 서울에서도 핵심 노른자위 지역으로 손꼽히는 지역인데, 작년 실시된 신 반포 센트럴자이의 경쟁률이 168:1이었던 것을 보면 수긍이 갈 것이다. 그런데, 약 10여 년 전 같은 지역에서 실시된 반포자이의 경쟁률은 2:1 수준에 불과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당첨자의 약 40%가 계약을 포기해 미분양이 속출했다는 점이다. 참고로 현재 반포자이의 평당 가격은 5,000만 원이 넘지만 10년 전 평당 가격은 3,000만 원 초반에 불과했다.

즉, 이 시기에는 부동산에 대한 센티먼트가 급격히 위축된 상황에서 신규 공급 물량은 늘어났고, 세금과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한 주택 보유자들이 기존 부동산들을 매도하기 시작하면서 집값이 오랜 기간 하락을 했던 것이다.


회복된 부동산 시장


2014년부터 서울 부동산은 우호적 외부환경과 자체적인 수급이 가격 강세를 지지하는 국면이 되면서, 회복세에 접어들었고, 2017년부터는 강한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답지를 보고 풀어서 나온 결과라고 비판할 수도 있지만, 과거를 공부한 결과 2014년 즈음부터 부동산 가격이 회복세로 접어든 분명한 이유들이 있다.

첫째로 서울지역 부동산 수급이 타이트해지고 있었다. 2010년대로 접어들면서, 부동산 심리 냉각으로 신규 분양 물량도 평년 대비 적었던 시기가 상당기간 지속됐다. 중견 건설사들도 무너지면서 건설사들이 급격히 몸을 웅크리면서 몸집 축소에 나섰고, 주택 공급이 더더욱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노무현 정부의 재건축 용적률 규제도 공급을 줄이는데 일정 부분 기여를 했다고 본다. 노무현 정부 전과 후의 서울 아파트 용적률을 비교해보면, 노무현 정부 시절 지은 아파트들의 용적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노무현 정부는 재건축 아파트 집값을 잡기 위해 용적률 규제를 강하게 추진했고, 그 결과 공급이 덜 늘어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게 됐다. 수요 측면에서는 2010년대의 경제 상황은 그렉시트와 중국 경착륙 우려가 크게 존재했지만, 이런 매크로적인 우려들도 차츰 완화되어 가면서 전체적으로 경제 상황은 조금씩 좋아지고 있었다.

두 번째로 선진국에서 풀린 유동성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갔고, 한국보다 3년 정도 앞서서 대부분의 주요 국가에서는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 가격 상승이 시작되고 있었다. 물론, 이들 국가에서는 유동성의 역할뿐만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도 있었다. 일본 정부는 주택 구입자들에게 인센티브로 현금을 즉시 지급했고, 영국은 5%의 자기자본으로 주택 마련을 할 수 있게 정책적으로 돕는 등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되살리기 위한 정책이 도입됐다. 그러나, 세계 각국 정부의 이러한 인센티브 제공보다 자산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유동성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세 번째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 하에서 대출금리가 사상 첫 3%대 진입을 2010년도 말에 한 이후, 대출금리가 계속해서 낮아지며 2%대까지 진입했다. 사실상 현금의 가치를 계속해서 낮아지게 만들면서, 자산을 사도록 유도한 것이다.


부동산 버블?


한국 부동산에 대해 ‘버블’ 논쟁이 뜨겁다. 그렇다면, 한국 부동산은 버블일까? 과거 일본처럼 부동산은 경착륙 할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부동산 버블이 꺼져가는 과정에서 주택 공급을 늘린 실수를 저질렀다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한국과 일본의 가장 큰 차이는 버블의 유무라고 생각한다. 버블 붕괴 직전 일본의 부동산 시장을 돌이켜보면, 일본은 버블이었던 것 같다. 1980년대 중후반, 일본의 부동산 가격은 빚을 내서라도 살 수 있을만한 접근 가능한 가격의 수준을 넘어섰던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서울은 그렇지 않다.


2가지 사례를 들어 보겠다. 첫 번째는 ‘다마 신도시’의 1980년대 후반 가격이다. 다마 신도시는 한국으로 치면 ‘일산’과 비슷한 느낌의 수도권 신도시이다. 이 지역에서는 1986년에 20평형대 아파트를 2,000만 엔에 분양했다. 이 아파트는 3년 뒤인 1989년 8,000만 엔으로 치솟는다. 이 시기에 일본 부동산은 4~5년간 평균적으로 4배 정도가 뛰었다고 하니, 이 사례가 성급한 일반화를 한 특이한 케이스는 아니다. 환율을 100엔 = 1,000원으로 본다면, 지금으로부터 무려 30여 년 전 이 아파트의 가격은 2억에서 8억이 된 것이다. 일본의 버블 시점으로부터 30년이 지난 2018년 현재 일산에서 25평을 구하려면 가장 좋은 곳도 4억이면 충분하다.


두 번째는 주택용지의 땅 값이다. 1984년, 서울과 비교하면 종로와 유사한 도쿄 지요다구의 주택용지 가격은 m² 당 290만 엔이었다. 1984년 도쿄의 절대적 생활수준이 높을까? 지금 서울의 절대적 생활수준이 높을까? 그리고, 1984년에 m²당 290만 엔이었던 이 땅값은 1989년에는 정말 최소한 m²당 800~900만 엔으로 올랐을 것이다. 서울에서는 ‘주택용지’ 가격이 아직 m² 당 3,000만 원을 하는 곳은 없는 것으로 안다. 하고자 하는 말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 다마 신도시와 일산의 비교도 그렇고 지요다구와 종로의 비교도 그렇고, 2018년 현재의 한국과 약 30여 년 전 일본의 부동산 가격을 비교하는 것이다. 플라자 합의로 엔고 효과가 본격 발생하기 전인 1985년 일본의 1인당 GDP는 11,600불 수준이었다. 반면, 2016년 한국의 1인당 GDP는 27,500불 수준이다. 환율 차이가 존재는 하지만, 1990년 일본의 부동산과 2018년 한국의 부동산 상황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생각을 요약하면 이렇다.


모든 폭락은 버블이 나온 이후에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 부동산은 아직 버블을 경험하지 못했다.


나는 부동산 강세론자이고, 서울에서 계속 거주할 계획이라면 최소한 집 한 채는 무리를 해서라도 사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집값이 싸다고는 말 못 하지만, 그래도 노무현 정부의 정책적 노력들 덕분에 절대 비싸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2000년대 초중반 전 세계적인 부동산 급등 시기에도 한국의 집값 상승률은 전 세계적으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실제 Data로도 2000년대 초중반 OECD 평균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40% 이상이었지만, 한국은 20% 상승 수준에 그쳐서 꼴찌 수준이었다. 2010년 이후 전 세계적인 부동산 상승 Cycle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그리고, 부동산은 첫 째도, 둘 째도, 셋 째도 위치라고 생각한다. 최근 2030의 트렌드가 워 라벨, 욜로족이라는 것에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그만큼 삶의 질을 중요시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주거에 대한 태도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잘 살지 못하더라도 별로인 곳에서 살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그만큼 사람들의 눈높이가 높아져 있다. 그래서 강남, 용산, 마포, 여의도, 목동 등 인프라가 좋은 지역으로 계속해서 수요가 몰릴 것이다. 그리고, 소비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특정 지역으로 몰려들면, 그 지역에는 더욱 실력 있는 음식점, 더욱 퀄리티 높은 영화관, 편안함을 더욱 제공하는 휴양시설, 더 좋고 재미있는 즐길 거리 등이 지속적으로 몰려들게 된다. 그러면, 그것이 다시 좋은 인프라 구축으로 이어지며 좋은 지역의 가격 상승을 더더욱 지지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나오는 정책들이 세차게 들이닥치는 파도라고 한다면, 부동산에 불고 있는 바람은 다음과 같다. 현재 서울의 부동산은 싸지는 않지만, 버블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비싸지 않다. 서울 부동산은 공급이 늘어나기 어려운 구조인 상황인 데다가 재건축과 재개발을 규제하고, 재건축과 재개발의 수익성을 나빠지게 만들면 만들수록 공급은 더더욱 늘어나기 어려워진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5~6% 대출금리도 저금리로 불렸는데, 현재 대출금리는 3~4%로 여전히 초저금리다.


현재 한국 자산이 맞이하고 있는 매크로 상황도 좋아 보인다. 원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고, 최저임금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그에 따라 사업주들과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 가격 인상을 고민할 시점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게 되면, 물가 지표와는 별개로 체감 물가가 빠르게 올라갈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 고용률이 여전히 낮은 상황에서 체감 물가가 너무 오르게 되면 국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질 수 있다. 물가 상승을 방어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이 원화 강세인데, 문재인 정부는 원화 강세를 싫어하지 않는 눈치이고 미국의 트럼프 정부는 달러 약세를 바라는 눈치다. 향후 우리나라의 원화가 급격히 강세를 띄게 된다면,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처럼 부동산을 비롯한 여러 자산 가격이 급등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 상황이 걱정이 된다. 자산 가격이 홀로 좋아지게 되면 빈부격차는 더욱 심해지기 때문이다.

장황하게 글을 썼지만, 요약을 하면 파도보다는 바람을 보아야 제대로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

그 바람을 봤을 때, 나는 서울의 부동산은 여전히 살만하다고 본다.



Written by 여준영

Edited by 조경상


Proejct One 소개 보기


Project One Facebook

작가의 이전글 [Project One] 생존을 위한 초기 수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