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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플백 Oct 08. 2019

하루 1만 보 걷기,
이제 일상이 되었다

플백러들 : 참가자 김태완 님 인터뷰  

안녕하세요. 카카오프로젝트100입니다. 


1000명이 100일 동안 함께 걷는다면 세상은 어떻게 변화할까요. ‘걷기학교의 랜선1만보 함께 걷기’는 1천여 명이 매일 1만 보씩 걷는 프로젝트입니다. 오늘은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는 김태완 님의 인터뷰를 토대로 재구성한 수기를 소개합니다.




한두 달 되었나. 누나가 카톡으로 사진 한 장을 보냈다. 분명 나를 닮았는데… 하는 사이에 “고등학교 때 사진인데 알아보겠어?” 톡이 따라붙었다. 20년 후의 체중은 꿈도 못 꾸었을 조금 야윈 듯한 18살의 나였다.


물론 이 사진 때문에 하루 1만 보 걷기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은 아니다. 다만, 트리거는 되었다. 이십 대 초반까지는 축구, 합기도 등 여러 운동을 시도했다. 서른이 넘어서는 뭔가 시작하려면 ‘골프’가 적당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수년 전에는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을 하기도 했다. 러닝머신 위에서 하필 미드에 빠져 운동 대신 영어 회화의 길로 빠졌지만. 


어쨌든 최근에 통 운동을 한 기억이 없다. 분위기에 실려 야구나 축구를 한 적은 있지만 하고 나면 늘 좋지 않은 허리와 무릎 덕에 병원행으로 마무리되곤 했다. 게다가 체중은 점점 더 불어나고, 나이 들면서 건강 염려증도 가세했다. 하지만 러닝은 싫었다. 달리는 것은 킥보드 타는 아이들을 뒤쫓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나마 고통 없이 할 수 있는 운동이 걷기다. 회사에서 집까지 3.6km, 걷기에 적당한 거리였다. 


그래도, 하루에 1만 보 걷기는 무리한 목표이긴 했다. 일상적으로 5천 보, 6천 보 정도? 플백 신청 후에도 내적갈등이 있었다. 이러다가 디포짓 10만 원 몽땅 날리는 거 아냐? 아니, 기부하는 거니까 상관없지만 반도 채우지 못하는 나에게 실망할까 봐… 게다가 이 프로젝트는 인증 시작도 전에 멤버들이 커뮤니티에서 이미 인증하기 시작했으니... 




으쌰 으쌰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나는 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9월 20일 금요일, 인증 시작. 1만 보에 실패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며칠은 시뮬레이션이려니 생각했다. 이 프로젝트의 걷기학교 교장인 하정우는 책 <걷는 사람, 하정우>에서 출근 전 1교시를 정해 걸으라고 했다. 하지만 학교로, 어린이집으로 아이 둘을 등교시키느라 정신없는 아침에 1교시는 무리였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걷기 예찬론자가 된다.


1만 보 걷기를 위해 내가 세운 전략은 3가지였다. 점심 빨리 먹고 무조건 멀리 걷기, 화장실 멀리 가기(내 자리와 대각선으로 가장 먼 화장실을 이용했다), 저녁 산책하기. 나는 아무리 걸어도 통 걸음 수가 늘지 않던데, 신기하게도 점심도 되기 전에 1만 보 인증샷을 올리는 분들이 있었다. 비단 이런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프로젝트 참여자가 9백 명이 넘는데 인증률도 80%가 넘는다는 것은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인증 18일 차에 1억 8천만 보를 걸었다. 지구 둘레를 두 바퀴나 걸은 셈이다.  


막상 인증을 시작하니, 부담되었던 열정적인 커뮤니티 분위기가 오히려 나의 에너지를 업(Up) 시켰다. 나도 어서 빨리 1만 보를 만들어 인증을 올리고 싶고, 멤버들의 파이팅 댓글도 받고 싶어 졌다. 물론 하허하(하정우) 교장 선생님의 인증 샷에 붙는 50개가 넘는 댓글이 부러워서 그런 것은 아니다. 같은 인증이지만 고유의 색깔이 드러나는 멤버들도 있고, 크고 작은 멤버들의 개인사에도 아낌없는 응원을 하고 있다. 


1만 보도 어려운데, 2만 4천 보라니... 역시 교장선생님이다. 


밍태 님은 매일 날짜에 해당하는 시각에 만보 인증샷을 올린다. 멤버 모두 기대하는, 기다리는 인증샷이기도 하다. 


산드리나 님은 얼마 전 인증샷과 함께 오디션 후기를 썼다. 우리 모두 그의 이야기에 함께 울고 뜨겁게 응원했다.  


1일 차는 저녁 8시쯤 산책을 한 후에야 1만 보가 채워졌다. 2, 3일 차는 핑계 같지만 태풍 때문에 결국 1만 보 인증에 실패했다. 4일 차 점심시간이 되자, 사무실에서 가장 먼 빌딩을 정해 일단 걷기 시작했다. 대략 1.2km 정도. 오고 가는데, 빠른 걸음으로 30분, 그새 6천5 백보를 달성했다. 오늘은 1만 보 달성하겠구나 싶은 마음에 안심. 


5일 차에는 우연히 만난 동료들과 같이 걸었다. 멀리까지 함께 걷는 게 괜히 나 때문인가 싶어 부담스러웠지만, 날씨가 도와줬다. 무엇보다 지금 사무실이 나름 판교 핫플레이스다 보니 멀리 걸어온 빌딩은 식대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다행이었다. 평일은 어느 정도 이렇게 시뮬레이션이 되어 안정되었다. 주말은 지난주를 떠올리면 날씨가 중요했다. 비만 오지 않으면 어차피 애 둘 때문에 1만 보는 끄떡없었다. 날씨가 좋아 아이들을 데리고 탄천에 나갔더니 토, 일 1만 보는 쉽게 넘겼다. 


10일을 지나니, 
1만 보는 대수롭지 않더라 


처음에는 낮 2시가 되기 전에 1만 보 인증샷을 보내는 사람들이 놀라웠는데, 나만의 걷기 규칙을 정해하다 보니 아무 생각 없이 걷기가 하나의 루틴이 되었다. 아침에 이를 닦거나 선크림을 바르는 것처럼 말이다. 이제 우리 층에는 오직 한 개의 화장실만 존재하게 되었고, 점심 후에도 당연히 걷게 되었다. 인증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덤으로 나의 뽀얀 피부도 가을볕에 그을려, “어디 여행 다녀오셨어요?”라는 관심도 받게 되었다. 


걷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걸음 수 외에도 소모된 칼로리와 ‘아이스크림 한 스푼’ 같은 씁쓸한(?) 멘트에 일일이 신경 쓰였다. 하지만 지금은 걸을 때의 속도와 플레이리스트에 더 신경 쓰고 있다. 음악 비트에 따라 보조를 맞추면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걷기 시작하며 가장 좋은 건, 매일 저녁 아이들과 산책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고 또 1만 보를 채우는 기쁨을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만으로도 어쩌면 나의 백일은 더 특별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매일 걸으며 동네를 새롭게 발견하는 즐거움도 놓칠 수 없다. ©김태완





함께 걷고, 함께 응원하며 백일을 보내고 있는 '걷기학교'를 카카오프로젝트100에 방문해, 검색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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