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백러 프로젝트 매니저 황지영 님 인터뷰
안녕하세요. 카카오프로젝트100입니다.
100일 동안, 100편의 시를 매일처럼 선물 받는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날씨와 계절에 따라 좋은 시를 추천받기도 하고, 때로는 전혀 상상해보지 못했던 감정을 읽는 것만으로 마음이 풍성해지기도 할 겁니다. 그래서 플백에서 빠지지 않고 개설되는 프로젝트 중 하나가 매일 시 필사하는 프로젝트인데요.
오늘은 카카오 크루에서 시작해, 베타 시즌까지 천일 간 시 필사 프로젝트 ‘손으로 읽는 시, 하루 한편 시 필사’를 이어오고 있는 프로젝트 매니저 황지영(에이린) 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저도 제가 이렇게 꾸준히 할 수 있는
사람인 줄 몰랐어요
‘손으로 읽는 시, 하루 한편 시 필사’ 프로젝트가 20일을 넘겼습니다. 벌써 5분의 1을 지났어요. 48명의 멤버들과 함께 하고 계신데, 프로젝트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황지영 : 지금까지 여러 시즌 동안 프로젝트를 거쳐왔는데, 이번엔 카카오 크루와의 프로젝트가 아닌 오픈 프로젝트이다 보니 저도 어떤 분위기일지 궁금했어요. 이번 시즌의 분위기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격려와 채찍’이에요. 멤버 구성이 다양해진 만큼 새로운 기분으로 서로를 응원하고 있죠. 이전에 함께했던 멤버들 중 자발적으로 운영을 도와주는 분들도 계셔서 시작부터 즐거웠어요.
프로젝트100은 카카오 크루 내에서 처음 시작되었잖아요. 황지영 님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또 운영한 지 천일이 가깝습니다. 뒤돌아보았을 때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아요.
황지영 : 시즌 1 때는 글쓰기 프로젝트를 참여했었고, 시즌 2에 처음으로 시필사 프로젝트를 오픈했어요. 그때부터 함께하는 멤버가 두 분 있는데, 저보다 더 열심히 해주셔서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죠.
지금까지 차곡차곡 모인 필사들을 보면 기뻐요. 저도 이렇게 제가 꾸준히 할 수 있는 사람인 줄 몰랐던 터라,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프로젝트를 운영해온 게 신기하고 뿌듯하고요. 무엇보다 돌이켜보았을 때 가장 감사한 점은 함께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 거예요.
프로젝트를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황지영 : 시즌 2, 처음 할 때는 25명을 모집했는데, 15명으로 인원 미달이었어요. 하지만 다들 열심히 해보자는 의지를 보여주셔서 적은 수의 멤버들이 똘똘 뭉쳐서 단단하게 운영될 수 있었죠. 그래서인지, 그다음 모집 때부터는 점차 프로젝트가 부흥됐어요.
처음에는 브런치로 운영했는데 지금은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도 필사를 올릴 수 있도록 확대해서, 자연스레 홍보도 되기 시작했고요.
오래 운영한 프로젝트인 만큼 에피소드도 많으셨을 텐데, 특별히 오래 남는 기억이 있으신지 궁금해요.
황지영 : 돌발 미션으로 진행했던 ‘릴레이 필사’가 기억에 남아요. 시를 단락 별로 나눠서 멤버들이 순서대로 필사를 올렸는데, 필사를 진행한 후 다음 주자가 필사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방식이어서 멤버 간에 자연스러운 대화가 이어질 수 있었거든요. 시가 완성될 때까지 함께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어쩐지 감동적이기도 했죠.
지난 기수들은 카카오 크루 내에서 운영했기 때문에, 사내에서 필사한 시를 전시하기도 했어요. 주말에도 나와서 준비했죠. 처음 전시를 열었을 때는 살짝 부끄러운 마음도 있었는데 조용히 시를 읽고 가시거나, 주위에 코멘트를 남겨주시는 분들을 보면서 오히려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하루 중 어느 순간,
쉼표가 되어줄 한 편의 시
시 얘기를 한 번 해볼까요? 필사할 수 있는 많은 문장들 중, ‘시’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황지영 : “하루 중 어느 순간, 한 편의 시와 함께 쉼표를 만들어 보세요.” 프로젝트 소개로 적었던 글이에요. 잠깐이라도 시간을 붙잡고, 나를 느리게 만들어보자라고 생각해서 시 필사를 시작했어요. 제가 엄청 게으르고 귀찮아하는 것도 많은지라, 노트 한 장 분량에 담을 수 있는 멋진 글을 찾았는데, 그게 ‘시’였죠.
멤버들에게도 각자의 삶에 ‘시’가 쉼표가 되겠네요.
황지영 : 네, 첫 1기부터 함께한 분 중에는 출근 후 일과 시작 전에 필사를 하는 분이 있어요. 필사를 하고 나면 ‘이제 시작이다’라고 느껴지신대요. 몇 분은 점심 식사 후 오후 근무를 시작하기 전에 마음을 잡으며 쓰기도 하고요. 필사가 좋은 쉼표이자 시작점이 된 거죠.
저는 잠들기 전 하루를 돌아보며 필사해요. 운동을 하는 와중에 쓰기도 하는데, 그날의 시가 와닿을 땐 시끄러운 곳에서도 따뜻한 위로가 되더라고요. 아무래도 저 스스로가 매일 시를 고르는 게 아니다 보니, 매일 좋은 시를 일일 매니저들에게 선물 받는 기분이에요.
선물 받는 시들 중, 유난히 감동적이거나 마음에 와 닿았던 시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황지영 : 계절에 맞는 시가 오늘의 시가 되면 반응이 좋아요. 예를 들어 벚꽃이 필 때면 꽃에 관련된 시, 비가 내릴 때면 비를 소재로 삼은 시. 이기철 시인의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이나, 정연복 시인의 ‘봄비’처럼요. 날씨가 좋을 때는 따스한 분위기의 시들이 멤버들의 마음에도 와 닿는 것 같아요.
감동적인 시는 워낙 많아서 고민이 되네요. 말랑말랑한 사랑의 시도, 삶의 전환점이 되는 철학적인 시도 있었어요. 최근 멤버들이 공감했고 저도 좋았던 시는 박노해 시인의 ‘경계’, 나태주 시인의 ‘묘비명’ 등이 있었는데, 사실 너무 많아서 고를 수가 없네요!
프로젝트 명의 시를 ‘손으로 읽는’다는 표현이 재미있어요. 눈으로 읽는 시와 손으로 읽는 시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에이린 : 저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필요한 정보를 찾기 위해 텍스트를 빠르게 읽고 넘기는 경우가 많아요. 진득하게 앉아서 할 수 있는 건 ‘쓰기’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시를 글로 옮겨 적다 보면 눈으로 읽는 속도보다 저절로 느려져요. 시를 천천히 곱씹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손으로 읽는다’라고 표현하게 됐어요.
공감대를 형성하면
멤버들이 서로서로
잘 이끌어갈 수 있어요
이번에 처음 외부로 프로젝트를 오픈하셨어요. 기존에 운영하던 프로젝트와 다른 점이 있나요?
황지영 : 기존과 다른 점은 인원밖에 없어요. 처음엔 소규모로 운영하는 걸 생각했었는데 점점 인원을 늘려보게 됐죠. 100일간 100명에게 멋진 시를 선물 받는다면 좋을 것 같아서요. 이번에는 절충해서 50명으로 오픈했고, 48명이 함께 시 필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멤버들이 각자 ‘일일 매니저’가 되어 ‘오늘의 시’를 업데이트하는데요, 그만큼 개인의 참여도가 중요할 것 같아요. 멤버들의 참여는 어떻게 독려하시나요?
황지영 : 미리미리 준비하실 수 있게 매니저 스케줄을 공유해드리고 있어요. 프로젝트 초반 일주일은 기존에 함께하셨던 멤버분들로 매니저 스케줄을 구성해서 처음 참여하시는 분들이 참고하실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일일 매니저분들은 원한다면 돌발 미션을 진행할 수 있는 등의 권한도 드리고 있어요. 좋아하는 시를 소개할 수 있는 시간이다 보니 다들 기쁘게 참여해주셔요.
때로는 사비를 털어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해요. 스케줄을 대신 알려주시는 멤버분들이 있으면 오픈 채팅방에서 감사의 하트를 날리기도 하고요.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지속적인 응원이죠.
운영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계신 게 느껴져요. 이렇게 오랜 시간 프로젝트를 운영할 수 있었던 에이린 님만의 또 다른 방법이 있나요? 다른 프로젝트 매니저분들께도 도움이 되도록 소개해주세요.
황지영 : 무엇보다 시간과 관심이 필요하죠. 그리고 명확한 운영 규칙이 있다면, 그 외에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형성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저는 뭔가를 꾸준히 하게 된다면 결과물이 쌓여서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인증 시작 때 ‘내 것으로 남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고, 브런치에 꾸준히 올린 필사 결과물들을 보여드리기도 해요. 그게 동기가 되어, 열정적으로 참여하실 수 있도록요.
그 외에 저는 멤버들의 성향을 파악해서 운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기수에 따라 조용한 모임도 있고 엄청 활달한 경우도 있는데요, 그런 분위기에 맞춰 멤버들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시에 관해서 공감할 수 있는 부가적인 이야기를 공유한다든가, 관련된 전시회나 관심사에 대한 정보를 함께 나눠요. 멤버들이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면, 매니저가 없이도 팀원들이 프로젝트를 서로 잘 이끌어가게 되는 것 같아요.
중간중간 전환이 되는 이벤트도 준비하셨을 것 같아요.
황지영 : 저 또한 일일 매니저이기 때문에 제가 매니저인 날을 위해 돌발 미션도 계획하고 있어요. 모임이나 온라인 이벤트도 진행하고요. 100일이 마냥 짧은 기간이 아니기에, 분명히 지치는 순간이 와요. 그럴 때 새로운 진행을 하게 되면 멤버들이 다시 참여하는 계기가 되더라고요.
지난 스무날보다 앞으로 남은 날이 더 기대되는 이야기였습니다. 남은 기간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해나갈 멤버들에게 힘이 되도록 응원 한 마디 부탁드려요.
황지영 : 저보다 더 열정적이고 의욕 넘치고, 매니저를 보듬어 주시는 우리 멤버 여러분! 늘 행복하세요.
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은, 욕심 많은 매니저라고 자신을 소개해주신 황지영(에이린) 님.
한순간이라도 느리게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시작한 시 필사를 멤버들과 꾸준히, 지치지 않고 함께 해나가고 싶다는 다정한 마음. 그 마음을 100일 동안 플백이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시를 선물하고 선물 받는 '손으로 읽는 시, 하루 한편 시 필사'를 카카오프로젝트100에 방문해, 검색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