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때 부터 나는 스스로 고립을 택했다. 물론 겉으로는 잘 지냈지만, 굳이 왜 누군가와 가까이 지내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하지 못 했다. 선생님이 따로 불러서 물어보셨다. 왜 이렇게 친구가 없냐고.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친한 친구가 없어도 학교 생활에 딱히 지장은 없었다. 한번은 여름에 입는 교복치마를 도둑맞은 일이 있었는데(체육 시간 마치고 돌아오니 치마가 없어졌다), 그래서 여름에 겨울용 교복 치마를 입고 다녔다. 엄마가 교복 치마를 다시 사준다고 했지만, 굳이 그럴 필요 없다고 느꼈다. 덥지 않냐고 물어보는 애들에게 괜찮다고 말했다. 나는 정말로 괜찮았다. 하지만 그 모습이 이상했는지 학교에서 수근수근 말이 나왔다. 쟤는 왜 여름에 혼자 동복을 입고 다니냐, 하도 말이 나오니 나중에는 교복을 훔쳐갔던 일진 무리 중 한 명이 나를 찾아와 조용히 교복을 돌려주었다. 그래서 다시 여름 교복을 입고 학교에 다녔다.
교복을 도둑맞으면 도둑맞은채로 누가 보든지 말든지 나에 대해서 이야기 하든지 말든지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나는 오직 내가 만든 세상 안에 살았다. 자기들끼리 연애를 하고, 무리를 지어 까부는 모습을 아주 멀리서 지켜보면서 저들과는 도저히 함께할 수 없겠다 생각했다. 이곳은 내가 속한 곳이 아니였다. 대부분의 시간 해리포터를 읽었고, 언젠가 나에게도 호그와트 입학 허가서가 오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며 매일 밤을 보냈다.
지금도 여전히 판타지에 파묻혀 이 물질 세계는 내가 속한 곳이 아니라는 상상을 한다. 영원히 두 발을 땅에 붙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내 세상의 벽에 벽돌 한 개를 더 쌓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이 안은 너무도 안전하고 평안해서 평생 여기서 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단단하고, 조용하며, 어떤 생각을 해도 뭐든지 받아들여지는 무한한 공감의 세계. 딱 나와 내가 존재하는 단정한 나의 세계. 이 세계를 오롯이 존중하는 소수의 사람들과만 관계를 맺으며 안전하게 살아가는 지금이 좋다.
하지만 최근에 이런 말을 들었다 “너는 너만의 세계에서 나올 필요가 있어.” 알고 지낸지 겨우 5개월 밖에 안 된 사람에게 들을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했다. 이 세계를 만드는 데 내 평생을 바쳤다는 사실을 그 아이가 알리가 없고, 알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