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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는외계인 Feb 08. 2023

3탄 진짜 문제의 시작


“전하~ 공주마마께서 허기가 지시는 듯 하옵니다. 유모의 젖이 충분치 않은 탓으로 사료되옵니다.”


“뭬야? 당장 유모를 교체하고 저 년을 매우 쳐라!”






좀 엉뚱하지만 당시 제가 자주 했던 상상입니다. 아, 난 조선시대에 태어났으면 젖량 부족으로 유모살이도 못하겠구나, 내 새끼는 어미 젖이 안 나와서 피죽만 먹었겠구나 하면서 흐느껴 울던 밤이 많았습니다. 상상 속 저는 언제나 비극적 신파나 억울한 사극의 여주인공이었습니다…







진짜 문제의 시작




모유와 분유, 직수와 유축수유를 시도 때도 없이 반복 하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아기가 힘들어하기 시작했어요. 갑자기 제 젖을 거부하고 젖병만 무는 겁니다. 실제로 아기가 젖을 빨 때와 젖병을 빨 때 혀의 움직임이 정반대라고 해요. 혼동이 충분히 올 만도 했지요.




직수를 하려고 시도하면 아기는 젖을 밀어내며 자지러지게 울었습니다. 내가 낳은 아기한테 내 젖을 거부당하는 느낌이란 안 당해본 사람은 모를 거에요. 산후조리사 샘도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데 민망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아프기도 했어요. 아기의 젖 거부로 직수텀을 한 두번 지나치면 젖이 퉁퉁 불어서 가슴에 열이 나고 아파요. 유축기로 유축을 하더라도 아기가 빠는 것만 못해서 정말 아픕니다. 국물도 뚝뚝 떨어지고 눈물도 뚝뚝 떨어졌어요. “아가야, 제발 빨아줘.” (음란마귀 X) 하면서 달래도 보고 애원도 해 보고 크레이지 우먼이 따로 없었습니다. 이 모습을 쭉 지켜보던 남편은 수유 시간이 되면 “아~ 또 ‘젖 고문’ 시간이야?” 라고 하더군요. 자지러지게 우는 아기를 끌어안고 젖을 강요?하는 모습은 흡사 고문의 현장과 다름없던 것이었습니다. ㅠㅠ




젖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자주, 많이 빨리는 수밖에 없다고 수많은 ‘젖문가’ 선생님들께서 말씀하셨는데 유두 혼동과 직수 거부로 젖을 빨릴 수 없으니 참으로 답답한 상황이었습니다. 응원하고 걱정하던 가족들도 점점 지쳐갔고 급기야 반대파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남편 왈, “모유수유가 정말 아기를 위한거냐. 너의 집착 때문에 온 가족을 힘들게 하지 마라. 너가 힘들고 스트레스 받으면 아기한테도 안 좋다. Baby Brezza 빨리 사자.“ (휴, 이런 남의 편 같으니라고…)




엄마 왈, “이서방 말도 일리가 있다. 이제 그만 해라. 너희도 분유 먹고 잘만 컸다.” (엄마, 나 아토피에 잔병 많아…)




첫째 동근이 왈, “엄마, 아기 낳는 건 꼭 좋은 건 아니야.“ (할머니한테) “우리 엄마 쭈쭈가 많이 아파요.”




심지어 말을 아끼던 산후조리사 샘마저 입을 열었습니다. “사실 산모님 유두가 좀 짧아서 아기가 빠는 걸 힘들어 하는 것 같아요.” (네? 뭐라구요???)




결국 산후조리사 샘의 추천으로 유두보호기(nipple shield)를 사용하게 되었고 놀랍게도 효과가 있었습니다! 저의 짧은 유두가 원망스러웠고 아기한테 미안했지만 너무 다행인 순간이었어요. “아가야, 엄마가 유두가 짧아서 미안해. 흑흑흑“ 그것은 흡사 광기어린 여인의 참회의 현장과도 같았습니다.




어느덧 약속한 기간이 지나 산후조리사 샘과 아쉬운 이별을 했습니다. 맛난 음식을 더 이상 못 먹는게 아쉬웠지만 워낙 산전수전 겪는 걸 다 보여드려서 홀가분한 마음도 컸어요. 이제 저 혼자 좀 더 편안하게, 프라이빗하게 해 보리라 다짐했습니다. 숨은 복병이 다가오고 있는 것도 모른 채 말이죠.






4탄에서 계속 됩니다. (이렇게 길게 쓰려 한 게 아닌데…) Coming soon…!



‘젖고문‘에 지쳐 잠든 동순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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