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엄마는외계인 Feb 10. 2023

4탄 복병의 등장






복병의 등장




산후조리사 샘이 가신지 채 며칠이 안 되어 갑자기 꼭지 통증이 찾아왔습니다. (수도꼭지 아님) 처음 모유수유를 시도할 때도 통증은 있었지만 이 정도 통증은 아니었어요. 본능적으로 뭔가 잘못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많은 젖문가 선생님들의 말씀대로 분명 깊게 물리고 있는 것 같은데 유두보호기를 쓰다보니 끝부분만 짧게 물리게 되고 아기가 빨면서 미끄러지기를 반복하면서 탈이 난 듯 했어요.




급한대로 라놀린 크림 두 종류를 사서 발라보았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습니다. 통증이 있어도 아기는 시도때도 없이 배가 고파 울었고 수유시간은 돌아서면 찾아왔습니다. 꼭지가 물어 뜯기고 상처가 나도 수유는 해야 했어요. 젖을 물리기 시작할 때 통증이 가장 심했는데 어금니를 악 물고 주먹을 불끈 쥐고 참으면서 수유를 했습니다. 하루에도 열 두번씩 그만 두고 싶었어요. 수유시간이 되어 아기가 울면 저도 무서워서 같이 운 적도 많았습니다.




패밀리닥터 예약은 일주일이 넘게 걸렸고 워크인클리닉이라도 가서 약 처방이라도 받으려고 했어요. 제일 빠른 전화 진료로 예약했더니 부위가 부위인만큼? 직접 봐야 한다네요? 워크인클리닉 닥터들은 연세 지긋한 외국 할아버지들뿐이었어요. 부끄러울 것도, 숨길 것도 없었지만 다 싫고 짜증이 나서 캔슬해 버리고 그냥 일주일을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그 와중에 퍼블릭 헬스유닛(우리나라로 치면 보건소 같은 곳이에요)에 신생아 케어 프로그램에서 모유수유 상담을 해 준다길래 찾아갔어요. 집에서 수유하던 그대로 젖 자국, 눈물 자국이 얼룩덜룩한 수유쿠션과 그 밑에 항상 받쳐놓고 쓰던 크롱 인형을 챙겨갔습니다. (크롱 미안) 간호사는 수유 자세를 봐주고 지금 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잘 하고 있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제게 필요한 건 그런 서비스적? 위로의 언어가 아니었습니다. 냉철한 분석과 현실적 조언, 그리고 제 소듕한 꼭지를 위한 항생제였어요. 하지만 진단과 처방은 의사 몫으로 돌리더군요.




아기 몸무게가 성장곡선 그래프에서 뒤쳐지기 시작하면서 결국 분유 보충량을 늘리기로 했습니다. 분유 수유한 만큼 모유 생성은 줄기 때문에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모유수유는 수단일뿐 아기의 건강한 성장이 목적이므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전략적 결정이라고 치죠. 그 무렵 베이비 브레짜(분유제조 기계입니다)를 외치던 남편은 높은 분유 가격을 보더니 말하더군요. 모유수유, 더욱 분발하라고요… 하하 이사람아…




몸도 마음도 정신도 지쳐가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아침에 일어나면 유모차를 끌고 운동장을 돌았습니다. 그런데 꼭지가 얼마나 아프냐면요, 바람에 옷깃만 스쳐도 눈물이 핑 돌 정도였습니다. 수유할 땐 오히려 괜찮은데 수유를 하고나면 통증이 한꺼번에 밀려왔어요.




폭풍 검색 끝에 꼭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십가지 질병들에 대해 알게 됐어요. 우리의 꼭지는 소듕합니다… 그리고 이건 곰팡이균에 감염된 것이라는 생각이 직감적으로 들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무좀균이요… 젖이 새니 하루종일 속옷 안에 가재수건을 받치고 지냈는데 따뜻하고 습하고 곰팡이균이 서식하기 최적의 환경이었던 거지요.




이건 ‘검사’를 통해 측정하는게 아니라 증상을 듣고 ‘진단‘하는 거라고 하더군요. 닥터를 만나도 딱히 별수 없다는 이야기에요. 닥터가 처방해 주는 50불짜리 약도 수소문해보니 직접 제조가 가능하더라구요? 폴리스포린과 다른 약 하나, 그리고 무좀약 세 가지를 섞으면 되는 거였어요. 눈물을 머금고 며칠간 꾸준히 발랐더니 다행히 드라마틱하게 호전됐습니다.




꼭지가 안 아프니 살 것 같았어요. 수유할 때 더 이상 어금니 깨물지 않아도 되구요. 유축기 사용은 꼭지가 아프면서 진작부터 안했고 본격적으로 수유자세와 래칭하는 법을 연구했습니다. 같은 유튜브 영상을 수십 번씩 돌려보면서 연습했어요. 왜 당당히 실제 젖으로 시범을 보이는 젖문가 선생님은 없는가 원망하면서, 시범용 인형과 가짜 젖꼭지의 각도를 분석하면서 그렇게 시간은 흘러 아기는 30일이 되었습니다.







5탄에서 계속 됩니다. (곧 끝나갑니다… 후우) 



p.s. 수유기 연재 후에 꼭지크림 레시피, 수유자세 영상 등 제가 도움많이 받은 자료들 방출할게요.



유모차에 좌 물, 우 커피 싣고
눙물의 산책길
엄마 힘내요!!


이전 04화 3탄 진짜 문제의 시작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