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남편은 항상 나를 배려하고 많이 도와준다.
"많이 힘들지? 오늘은 내가 재울게."
얼마가 지났을까 아기 울음 소리에 놀라 방으로 달려가보니
아빠는 이미 곯아 떨어진지 오래고
아기는 코 고는 소리에 잔뜩 겁을 먹고는
말똥말똥 나를 쳐다보고 있다.
너를 재우지 말고 아기를 재우라고요
자상하고 가정적인 우리 남편은
의외로 아기랑은 어떻게 놀아줘야 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분명 같이 놀아준다고 했는데
얼마 못가 아기는 허공에 대고 바둥거리고 있고
아빠는 초점 없는 눈으로 어색하게 웃음짓고 있다.
더욱 적극적으로, 최선을 다해 놀아주라고!
언제부터인가 더 이상 모차르트 자장가를 틀지 않는다.
모차르트 자장가는 아기 재우기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지만
아빠 재우기에는 기가 막히게 신통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진행 과정은 대개 이러하다.
아기가 안 잔다 > 모차르트 자장가를 튼다 > 아빠가 잠이 든다 > 아빠가 코를 골기 시작한다 > 아기가 못 잔다
참으로 허탈한 기승전결이 아닐 수 없다.
P.S. 그래도 아빠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