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입문기

시나리오 도전기 두 번째 이야기

주인공의 택배 입문; 필자의 시나리오 입문

정체 모를 첫 번째 글에 이어 다음으로 적어본 내용은 주인공의 택배입문기입니다.

아직 시나리오 전체의 플롯을 정해두진 않은 상태라 이 시퀀스가 어디에 배치될진 모르겠지만 아마도 앞부분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시나리오에 사용되는 용어들도 좀 찾아보고 작품화된 시나리오를 참고해서 나름대로 씬 구분을 해봤습니다.

아는 한에서 최대한 구색을 갖춰보려고 했는데 아직은 애매한 지점이 많아요.

등장인물의 대사와 행동 설명을 어떻게 적어야 하는지 모호할 때도 있고, 상황설정에 대해 무엇을 어디까지 어떻게 적어야 하는지 이런 것들이 애매하더라고요.

제 맘대로 이렇게 적었다 저렇게 적었다 했습니다.


현재로선 이런 것들에 대해 자세히 공부해서 형식을 갖추기보다 일단 글로 옮겨두는 것이 목표입니다.

씬 하나하나는 실제 영상화 되었을 때를 고려하고 쓰지만, 플롯이 정해지고 하나의 극으로 완성되어 갈 때는 생략될 것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우선은 최대한 적어두려고 합니다.



주인공의 택배 입문; 필자의 택배 입문

주인공은 20대 중반의 남성으로 삶의 의미에 대해 늘 고민하는 진중한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평소 말수가 적지만 실존적이고 철학적인 주제로 대화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나면 지칠 줄 모르고 떠들 수 있는 사람이죠.

종교학과 출신이라는 점 때문인지 대학 졸업 후 1년 넘게 수십 곳에 지원했지만 모두 떨어지고,

더 이상 지원하고 싶은 회사조차 찾지 못합니다.

이대로 지방에 계신 부모님께 돌아가긴 절대 싫고,

우선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다 택배 분류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저의 시작은 주인공과는 많이 다른 상황이었습니다.

나이도 더 많았고 결혼한 상태였죠.

하고 있던 일이 있었습니다만 당시 월 80만 원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살아지긴 하더군요. 문제는 앞으로였죠.

그렇게 계속 살긴 어려우니 아르바이트로 배송 일을 시작했습니다.

늘 사람들과 부대끼며 속 깊은 이야기도 주고받아야 하고 이목이 집중되는 일을 하다가,

홀로 그저 주어진 물량을 문 앞에 두기만 하면 되는 일을 해보니 이게 천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하면서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느낌을 받다니요.

운동을 좋아하지만 학교와 멀어진 뒤로는 늘 책상에 앉아있었는데 적당히 몸을 움직이니 활기도 생기고 머리가 맑아졌습니다.

3개월 정도 후에 자리를 알아보고 탑차를 구입해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뭐랄까.

마치 취미로 즐기던 것을 생업으로 전환했을 때 느낄 수 있는 바로 그것, 그것이었습니다.

일평균 50-70개를 배송하다 3-400개 정도로 늘어났을 땐,

그건 양만 다른 같은 일이 아니라 전혀 다른 일이었습니다.


심지어 알바로 할 땐 배송만 고려했는데 그보다 어려운 일이 있었다는 것도 가서야 알았습니다.

소위 '까대기'라 불리는 분류 작업과 상차였죠.

허브로 모인 택배들을 지역별로 대형 화물차에 실으면 각 지역의 물류터미널에 도착해 하차작업을 합니다.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쏟아지는 택배 중 자기에게 배정된 구역의 물건을 직접 찾아 본인 차에 싣는 작업입니다. 바로 주인공이 하는 일이죠.


택배사 별로, 또 각 물류터미널 별로 분류 작업을 담당하는 아르바이트를 쓰는 곳도 있고 배송기사들이 직접 하는 곳도 있습니다.

제가 처음 갔던 곳은 직접 하는 곳인 데다가,

심지어 차를 댈 곳도 없어 다닥다닥 붙어있는 1톤 화물차들 사이 좁은 틈으로 많게는 20kg 또는 그 이상 되는 택배들을 날라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차에 싣는 작업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택배사마다 다르지만 보통 400개 정도를 실으면 1톤 탑차가 빈 공간 없이 가득 찹니다.

적게 싣는 것과 가득 채워 싣는 것의 노동량은 천지차이죠.


초보자는 이미 지친 상태로 배송지에 도착합니다.

배송에 익숙하지 않을 땐 해가 지고도 한참을 더 배송해야 합니다.

단 1분도 쉬지 않았을 때 말이죠.



필자의 적응기; 주인공의 적응기

적다 보니 그때가 생생하게 떠오르네요.

시작하자마자 후회했습니다. 아내에게 내색은 못했지만요.

어쩝니까 풀할부로 탑차를 샀는데...

이를 악물고 할부 끝날 때까지는 어떻게든 버티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빠르게 적응이 되더라고요.

매일 같은 구역을 가다 보니 금방 익숙해지고, 처음엔 상상도 못 했던 속도로 배송이 되는 걸 경험하니 해볼 만하다 싶었습니다.

보통 3개월 정도면 거의 다 적응합니다.

처음 느꼈던 것에 비해 일의 강도가 1/3 수준으로 줄어들고 수입도 늘어나니 이대로면 금방 할부도 갚고 돈도 모을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현실은 늘 드라마를 압도하죠.

정확히 그 타이밍에 허리디스크가 터졌습니다.

갑자기 아침에 일어나질 못했습니다. 며칠 쉬면 되는 상태가 아니었어요.

어쩔 수 없이 그만뒀습니다.

차할부로 매달 75만 원을 토해내야 하는 상황에서요.


드라마는 단지 압축되어 있어 더 극적으로 느껴질 뿐, 인생 전체는 어떤 드라마보다 드라마틱하지 않나요?

자전적 시나리오를 쓰다 보니 더 그렇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게 드라마를 쓴다는 건 인생을 압축하는 작업 같아요.


주인공은 이런 택배 현장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그래도 처음 시작할 때의 저보다는 훨씬 잘 아는 것 같습니다.

그의 적응기는 저보다는 순탄할까요, 더 큰 시련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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